"美연준 통화정책 변화없으면 은행권 불안 지속"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중소형 지역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지속적인 불안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는 한 시장 동요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30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미국 금융 불안과 전망' 보고서를 내고 SVB 파산과 퍼스트리퍼블릭뱅크(FRC)의 대량 예금 유출(뱅크런)이 발생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과 부채 및 자산 구조 등이 금리 인상 시기에 지속가능성이 낮다고 시장이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VB와 FRC는 모두 금리 민감도가 높은 상품 비중이 높았다. 즉, 금리가 오를 경우 수익성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불안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SVB와 FRC의 총 부채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말 각각 90.4%, 90.6%로 집계됐다. 핵심 고객층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들에게 다시 높은 수준의 예금 금리를 제공해야하지만 그럴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예고됐다는 것이다. FRC의 경우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고정금리형 장기주택모기지 대출이 전체 자산의 약 50%를 차지했다. 저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형성한 자산포트폴리오인데, 추후 조달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미국 연준의 긴축적 금리 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는 한 이들 지역은행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장 우려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임형석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인플레이션 추이, 금리 정책 결정 등과 같은 이벤트 발생 시점마다 주기적인 시장 동요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SVB와 FRC 선례를 막기 위해서는 국내은행도 고객측 다변화를 통한 핵심 예금 확보가 필요하다고 임 선임연구위원은 진단했다. 그는 "국내은행의 경우 핵심 예금의 약 39.4% 가 미래 수익증가에 기여하고 있으며, 핵심예금 프리미엄과 주가 간 상관관계는 53.2%수준으로 나타났다"며 "핵심 예금 확보 여부가 은행의 기업 가치 결정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