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美 연준, 금리 한번 더 올릴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확실히 한번 더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19일 한국은행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창용 총재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를 봤을 때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번 더 확실히 올릴 것”이라며 “시장에서도 한번 정도는 확실히 올릴 것으로 염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번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0%~5.25%로 동결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 동안 10회 연속 500bp(1b=0.01%포인트) 인상했다. 이창용 총재는 “연준이 오는 8월, 9월, 10월 예정된 FOMC에서 50%포인트 이상 기준금리를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다면 국내 시장에도 메시지로 다가올 것이고 파급효과도 작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연준이 기준금리를 두번 올릴지에 대해선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시장에서 작년까지 환율 가치 절하를 걱정했지만 현재는 일본 엔화와 비교해 너무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897.49원대에 진입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까지 내려간 건 8년 만이다. 그는 “환율 변동 폭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며 “환율이 연준의 통화정책에만 영향을 받는 건 아니고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반도체 경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2%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는 하반기 물가가 예상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면 당연히 통화정책 대응을 해야 하겠지만, 아직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 최창호 조사국장은 “최근 국내 근원물가는 오름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경직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 가운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빠르게 둔화해 근원물가 상승률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근원물가는 농산물, 에너지 가격처럼 외부 충격으로 가격이 급격히 변하는 항목을 제외한 지표다. 최창호 조사국장은 “경직적인 근원 인플레이션 흐름은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의 파급영향에도 기인한다”며 “근원물가가 더디게 둔화하는 가운데 캐나다, 호주에선 인플레이션이 상승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와 호주는 최근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한 국가들이다. 캐나다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4%로 전월(4.3%)보다 높아졌다. 호주의 4월 CPI는 캐나다보다 더 높은 6.8%에 달했다. 최 조사국장은 “캐나다와 호주의 근원서비스물가 오름세는 주택시장 상승, 민간소비 증가, 노동시장 수요 상황과 관련됐다”며 “한국은 캐나다, 호주 등에 비해 주택가격이 많이 조정됐지만 서비스 소비와 고용 상황이 양호한 호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2.0%)을 웃도는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 물가 여건과 향후 물가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