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제·가공 독점 심화…산업연 "미·EU 프로젝트 참여 필요"
중국이 핵심광물 정제·가공(정제련) 분야에서 독점적 위상을 강화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과의 통상 협상과 일본과의 외교 갈등 국면에서 핵심광물 수출통제를 전략 카드로 활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역내 정제·가공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28일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중국의 전략자산화와 서방의 공급망 내재화 기조는 당분간 심화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2023년 미국의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통제에 대한 대응으로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통제를 시행한 뒤, 흑연과 희토류, 안티모니 등으로 통제 범위를 확대해왔다고 분석했다. 2025년 4월에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맞서 7개 희토류에 대한 수출통제를 시행했고, 올해 1월에는 대만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 속에서 이중용도 품목의 대일 수출통제에 나서는 등 통제 조치가 외교·통상 현안과 연동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배경으로는 정제·가공 단계에서의 중국 의존도가 구조적으로 높다는 점이 꼽혔다. 보고서는 희토류와 흑연 정제·가공 공급에서 중국 비중이 90%를 상회하고, 다수 핵심광물 정제·가공에서도 중국 점유율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실이 수출통제의 실효성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핵심광물 정책의 방향을 '국내 정제·가공 역량 확충'과 '자원보유국과의 양자 협력'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나타난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2025년 3월 '미국 내 광물 생산 증대' 즉각조치 행정명령을 바탕으로 10개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며, 국방부는 미국 내 희토류 생산기업인 MP 머티리얼즈에 대한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생산기반 확충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작년 초부터 우크라이나, 호주, 말레이시아, 태국, 일본 등과 공급안보 강화를 위한 양자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U는 2024년 5월 핵심원자재법(CRMA) 발효 이후 역내 정제·가공 생산능력 확충을 목표로 2025년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약 280억 유로 규모 60개 전략프로젝트를 공표했다. EU는 역내 소비량 기준으로 '10% 이상 채굴, 40% 이상 정제·가공, 25% 이상 재활용'을 역내에서 감당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전략프로젝트는 EU 내 47개(225억 유로)와 EU 외 13개(55억 유로)로 구성됐으며, 리튬 관련이 18개로 가장 많고 흑연(11개), 희토류(7개)가 뒤를 이었다.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원자재 프로젝트가 31개로 가장 많고, 채굴 프로젝트는 총 33개(이 중 22개가 EU 지역)로 집계됐다. 한국의 경우 공급망 3법이 지난해 10월부터 모두 시행됐고, 자원안보특별법에 기반한 제1차 자원안보협의회가 같은해 12월 개최됐다. 협의회에서는 프로젝트 중심의 해외자원개발, 맞춤형 공급망 안정화 프로젝트 설계, 비축 확대와 재자원화, 정부 주도의 광물자원 개발·인력양성·기술개발 지원 강화 등이 제시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2월 33종 핵심광물을 지정하고, 이 가운데 10종을 전략핵심광물로 관리해오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핵심광물 전략자산화가 강화되고, 미국·EU가 역내 독자 공급생태계 구축을 구체화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광종별로 차별화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략핵심광물의 정확한 식별을 바탕으로 국내 정제·가공 시설 구축이 필요한 광종과 해외에서 기반을 확보할 광종을 구분하고, 정부는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조정·지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아울러 대체소재 개발과 인력양성에 대한 중장기 투자, 아프리카·중남미 등 거점국과의 자원개발 협력, 중국과의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전략 대화, 일본의 위기 대응 체계 벤치마킹, 미국·EU 프로젝트 참여 확대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