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보릿고개 넘어도 ESG채권 발행한다
최근 높은 금리와 경기 성장 둔화에도 금융권이 꾸준히 ESG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은행은 지난달 20일 지방은행 최초로 ESG채권의 한 종류인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ESG채권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뜻하며 발행 목적에 따라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으로 분류된다. ESG채권 발행자는 환경 및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혜택은 채권 발행기관에게 비용 절감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며, 투자자에게는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부산은행이 발행한 녹색채권의 만기는 1년 2개월, 발행 규모는 600억 원으로 환경부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특정 기술이나 산업활동이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다. 부산은행이 발행한 이 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된 채권으로 ▲친환경 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녹색산업과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이 한정된다. 부산은행 김청호 자금시장본부장은 “녹색채권 발행으로 온실가스 감축, 순환경제 활성화 등 실질적인 환경개선 효과가 창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달 1일 2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ESG채권 방식으로 발행했다. 해당 채권은 발행 5년 후 중도상환이 가능한 유형의 채권으로 투자자들의 수요가 7천억원을 기록했다. 이 채권의 발행금액이 2천억원이라는 걸 놓고 봤을 봤을 때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약 3.5배 많은 것이다. 여신업계에서도 ESG채권을 연이어 발행했다. 앞선 6월 현대카드가 2천5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고, 같은 달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도 각각 3천200억원 규모의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3천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발행했다. 7월에는 현대캐피탈이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을 발행했다. 한편 국내 ESG채권 시장은 2021년 20조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지만, 기준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발행 규모가 크게 위축됐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금융사 53곳이 발행한 ESG채권 규모는 약 4조8천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1%(1조2천120억원) 줄었다. 그러나 'ESG채권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삼성증권 김은기 수석연구위원은 “회사채 발행 여건의 악화로 ESG 회사채 발행은 감소했지만, 투자자 및 발행자 모두에게 ESG채권의 필요성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ESG에 대한 공시 및 규제 강화 등 제도적인 변화를 통해 ESG채권 투자자뿐만 아니라 강화된 규정에 맞춰 발행에 대한 니즈가 확대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자본시장연구원 최순영 선임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ESG채권 시장에 대한 환경이 전반적으로 비우호적인 측면이 있다”며 “중국 경기 침체 등이 추가로 이어져 하반기까지는 둔화된 환경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