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EUV 시대' 본격화...삼성 초격차 기술에 마이크론 도전
EUV(극자외선) 노광 기술을 적용한 D램 제품 출시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2020년 세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D램을 출시한데 이어, SK하이닉스도 2021년부터 EUV를 적용한 D램을 양산하고 있다. 마이크론도 지난 18일 일본에 위치한 D램 팹에 EUV 장비를 도입해 2025년부터 양산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앞으로 D램 업체간 EUV 기술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의 D램 미세공정은 불화아르곤(ArF) 노광 장비를 사용해 진화해왔다. 하지만 신기술인 EUV 노광 기술을 적용하면 회로를 새기는 작업을 반복하는 멀티 패터닝(Multi-Patterning) 공정을 줄이면서 패터닝 정확도를 높이게 되어 성능과 수율을 향상시키고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장점이다. EUV 공정이 적용된 최첨단 D램은 고성능 메모리가 필요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메타버스 등의 시장의 수요를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EUV 공정을 도입하려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EUV 노광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며, 해당 장비는 주문하면 받기까지 1년 6개월 가량 소요된다. 이는 반도체 업체들이 ASML의 EUV 장비를 확보하려고 사활을 거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가장 선도적으로 D램에 EUV 공정을 적용했다. 2020년 3월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DDR4 D램(1세대 10나노급)을 개발했고, 2021년 10월에는 EUV 공정을 적용한 업계 최선단 14나노 DDR5 D램(4세대 10나노급)을 양산하는 등 기술 혁신을 이어갔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이달 18일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기가 비트) DDR5 D램(5세대 10나노급)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12나노급 D램은 그동안 축적한 기술이 집약됨으로써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생산성이 약 20% 향상됐고, 소비전력은 약 23% 개선됐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7월 EUV를 활용한 LPDDR4 모바일 D램(4세대 10나노급)을 양산하며, 삼성에 이어 두번째로 EUV를 D램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EUV를 도입하기 위해 ASML 장비 확보에 집중했고, 2019년 EUV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신공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노력해왔다. 올해 초 SK하이닉스는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해 오던 EUV 전담팀을 상설 조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EUV 연구를 강화했다. 기존에는 TF 구성원들이 사내 각 사업부와 미래기술연구원 등 연구 조직에 흩어져 있었으나, 조직 개편을 통해 EUV TF로 통합해 연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마이크론은 지금껏 D램 생산에 EUV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2025년부터 EUV 공정을 적용한 1γ나노 D램(6세대 10나노급)을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 팹에 5천억엔(약 5조원)을 투자하고, 일본 정부는 마이크론에 2천억엔(약 1조9천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투자 비용은 EUV 장비 구매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지난 1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삼성전자, TSMC, 인텔, 마이크론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대표들을 만나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며 투자를 요청한 가운데, 마이크론이 가장 먼저 투자를 약속한 내용이다. 마이크론은 일본 외에도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팹에도 EUV 장비를 도입한다. 도현우 NH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1z나노부터 EUV를 투입했고, SK하이닉스는 1a나노부터 투입했다"라며 "1γ나노부터 투입한다는 마이크론의 계획은 원가에 가장 효율적인 전이라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45.1%), SK하이닉스(27.7%), 마이크론(23%) 순으로 차지하며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약 95%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