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HBM 기술·성능 우위 놓고 '기싸움'
생성형 AI 시장 성장과 함께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메모리 점유율 1, 2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나란히 HBM 기술 우위를 강조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두 업체는 향후 HBM 로드맵과 투자 계획까지 상세히 소개했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최근 생성형 AI, 빅데이터 발전에 따라 급증하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HBM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올해 상반기 반도체 적자를 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래 먹거리로 HBM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양사는 메모리 불황으로 감산에 돌입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은 생산 및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 SK하이닉스, HBM 매출 비중 20%…2026년 6세대 HBM 양산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2분기 컨콜에서 HBM 매출을 직접 언급하며 점유율 우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은 "챗GPT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다"며 "이에 따라 HBM을 포함한 그래픽 D램 매출이 지난해 4분기 대비 빠르게 올라오면서 전체 D램 매출의 20% 수준으로 높아진 상황"이라며 "2분기 AI향 수요로 HBM과 DDR5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HBM과 DDR5의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들 피드백을 종합해 보면 타임투마켓 관점에서 제품 완성도나 양산 품질, 나아가서 필드 품질까지 종합해서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1세대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2021년 4세대 HBM 제품인 HBM3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 4월에는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으로 적층한 24기가바이트(GB) HBM3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에는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에 돌입하고, 2026년 6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AI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A100·H100에 HBM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AMD도 GPU 'MI300X'에 SK하이닉스 HBM을 적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 올해 전년比 2배 많은 용량 HBM 고객 확보… 내년 캐파 2배 증설 삼성전자도 27일 2분기 실적 컨콜에서 HBM 투자 계획을 상세히 소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전날 컨콜에서 HBM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룬 SK하이닉스를 의식한 듯해 보였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HBM 시장 내 메이저 공급업체로서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HBM 생산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0억GB 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고, 하반기에는 추가 수주에 대비해 공급 역량 확대를 추진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내년에 HBM 캐파는 증설 투자를 통해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 확보 중이고, 향후 수요 변화에 따라 추가 대응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2018년 2세대 HBM2를 '아쿠아볼트'라는 브랜드명으로 양산한 이후, 2020년 3세대 HBM2E '플래시볼트'를 출시해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공개된 4세대 HBM3 '아이스볼트'는 시제품으로 출시했으며, 올해 하반기 대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HBM2를 주요 고객사에 독점 공급했고, 후속으로 HBM2E도 제품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며 "다음 세대인 HBM3도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으로 고객콜(잠재 고객 대상 영향)을 진행 중"이며 "이미 8단 16GB와 12단 24GB 제품을 주요 AI, SoC(단일칩) 업체와 클라우드 업체에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세대인 HBM3P 제품은 24기가바이트 기반으로 하반기 출시 예정"이며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으로 준비해 더욱 높아지고 있는 AI 시장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대표이사 사장도 임직원과 진행한 '위톡'에서 HBM 기술력을 언급한 바 있다. 경 사장은 "최근 (삼성의) HBM3 제품이 고객사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HBM3, HBM3P가 내년에는 DS부문 이익 증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3개 HBM 공급업체 점유율은 SK하이닉스(50%),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 순으로 차지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HBM 수요가 전년보다 60% 성장해 2억9천GB에 이르고 내년에는 올해 보다 30%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컨콜에서 "HBM 수요는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30% 중후반의 성장이 예상되고, 올해와 내년에는 가파른 수요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