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빗썸 전 의장 무죄…"BXA 상장 확약 근거없다"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이 빗썸 매각 논의 과정에서 'BXA' 코인 상장 관련 사기 혐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피해자인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 측이 빗썸 경영권 인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BXA 코인을 빗썸에 상장해주기로 약속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형사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정훈 전 의장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10월 이 전 의장과 김병건 회장이 빗썸 인수 및 공동 경영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컨소시엄 'BTHMB'를 설립 후,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의 모회사인 빗썸홀딩스 지분의 50%를 4천억원 가량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김 회장이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1천200억원을 납입했으나, 잔금을 납입하지 못하면서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 측은 BXA 코인을 발행하면 이 전 의장이 빗썸에 BXA 코인을 빗썸에 상장한 뒤, 코인 판매 대금으로 빗썸홀딩스 지분 매수 자금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XA 빗썸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계약 잔금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 전 의장에 사기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의 이런 주장이 타당하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이 김 회장과 논의하던 2018년 8월 당시 설명한 글로벌 사업의 진척 수준은 사실과 달랐지만, 계약 체결 이후 김 회장이 해당 사업의 실제 진척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 회장 측은 이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고, 항의를 한 사실도 증명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이후에 지급한 대금이 더 많은 점을 보아 사기에 따른 기망 행위가 나타났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양측이 공동 투자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합의서에 구속력이 없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으며, BXA 코인 상장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에 제출된 증거들을 감안할 때 이 전 의장이 BXA 코인의 빗썸 상장을 전제 조건으로 한 발언들이 있고 이는 시세 조종 취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봤다. 그러나 코인 판매 대금으로서는 설명하지 않았고, 이 전 회장이 ICO에 대한 거부 의사도 드러냈다고 판단했다. 김 회장 측도 계약금 지불 이후 BXA 코인이 왜 상장되지 않냐고 항의한 사실이 없고, 계약 대금 납입이 늦어지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항의 없이 납입 기한 연장만 요청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김 회장 측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들도 언급했다. 2018년 12월 김 회장이 연 기자간담회에서 BXA 코인 판매 대금이 빗썸 인수 자금으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점, 백서가 나오기 전까지 코인을 팔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그렇지 않았다는 점, BK메디컬그룹 임직원들이 BXA 코인을 사들인 것으로 보이는 증거자료가 나온 점, 2020년 싱가폴에서 개최된 행사가 BXA코인 판매 목적의 자리였다는 진술과 그렇지 않다는 진술이 함께 나온 점 등을 언급했다. 김 회장의 주식, 코인 투자 경력을 볼 때도 이 전 의장 발언만 듣고 BXA 코인이 상장된다고 믿을 정도로 정보력, 지식이 떨어질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이번 판결에 대해 빗썸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빗썸 관계자는 "빗썸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전 의장은 빗썸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재판 결과와 관계 없이 앞으로도 빗썸은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거래를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