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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고속도로] "GPU 있어도 전기 없으면 끝"…엔비디아·구글, 데이터센터 전력판 바꾼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의 최대 제약으로 전력 부족이 떠오르자 엔비디아와 구글이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방식 자체를 바꾸는 작업에 나섰다. 전력망이 혼잡할 때 AI 연산을 조정하거나 배터리·자체 발전원을 활용해 전력 소비를 낮춰 기존 전력망 활용도를 높이고 계통 연결 기간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는 17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구글, 에메랄드AI와 함께 'AI 에너지 관리 연합(AI Energy Management Alliance·AEMA)'을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AI·반도체 기업부터 데이터센터 사업자, 전력회사까지 참여해 전력망 상황에 따라 전력 사용량을 조절하는 '유연형 AI 데이터센터' 확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AEMA에는 앤트로픽과 아날로그디바이스를 비롯해 AES, 내셔널그리드, RWE, 콘스텔레이션, NRG 등 AI·반도체·전력 분야 18개 기업도 파트너로 참여했다. AEMA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구조에 주목했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일정한 대규모 전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시설을 전제로 전력망에 연결돼 왔다. 이에 AEMA는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발전·송전 설비 확충과 계통 연결에 필요한 시간이 인프라 구축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엔비디아는 미국 AI 인프라 확대 과정에서 전력이 핵심 제약으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기존 계통 연결 절차가 일정한 전력을 계속 사용하는 시설을 기준으로 설계돼 전력 소비를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AEMA는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상황에 따라 연산 작업을 다른 시간이나 지역으로 옮기고 배터리에 저장한 전력을 활용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데이터센터와 연계한 발전원을 가동하거나 전력망 비상 상황에서 전력 사용량을 신속하게 줄이는 방식도 포함된다. 이 경우 데이터센터는 항상 최대 전력을 요구하는 시설이 아니라 필요할 때 소비량을 조정할 수 있는 대규모 수요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전력회사는 기존 전력망의 여유 용량을 활용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대규모 송·배전 설비 증설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EMA는 계통 연결 기준도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정 설비 도입 여부보다 전력 소비를 얼마나 빠르게 줄일 수 있는지, 감축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비상 상황에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성능 기준으로 삼자는 것이다. 또 계통 연결 전부터 순간적인 전력망 이상 상황에서 데이터센터가 가동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과 전력 사용 감축 의무, 비상 대응 방식을 정하도록 했다. 기술 요건과 성능 지표, 운영 데이터 공유 기준도 표준화하고 실제 전력 유연성을 입증한 사업자에는 계통 연결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계통 연결 비용 산정 방식 역시 손질 대상에 포함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조절로 전력망 증설을 피하거나 부하 변동 대응 부담을 낮출 수 있다면 이런 효과를 비용 산정에 반영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처럼 AI 업계가 직접 전력망 운영 규칙 논의에 뛰어든 것은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와 전력 인프라 확충 속도의 격차가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AI 모델 규모가 커지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데이터센터 한 곳이 요구하는 전력 규모도 늘어나면서, GPU 확보뿐 아니라 전력을 얼마나 빨리 공급받을 수 있는지가 AI 인프라 투자 일정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연합을 통해 자사가 추진해 온 'AI 팩토리'의 범위도 전력 운영까지 넓히는 모양새다. GPU와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데이터센터 내부 인프라뿐 아니라 전력망 상황에 따라 연산 부하를 조절하는 체계까지 AI 인프라의 일부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와 에메랄드AI는 이미 에너지·인프라 기업들과 전력망 상황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AI 데이터센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AEMA는 앞으로 전력회사와 계통 연결 방식을 공동 개발하고 유연한 전력 수요를 인정하는 정책과 기술 표준 마련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AI 기업과 전력업계가 데이터센터 구축 단계부터 전력 사용 방식과 계통 연결 조건을 함께 설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AI 인프라 투자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조시 파커 엔비디아 지속가능성 총괄은 "신뢰할 수 있고 저렴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가장 빠른 길은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기존 자원을 더 똑똑하게 활용하는 것"이라며 "유연형 데이터센터를 측정 가능한 전력망 신뢰성 지표로 평가하는 기술 중립적·성과 기반 기준을 마련해 AI 구축 속도를 높이고 전력망 효율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2026.09.17 10:23장유미 기자

[AI는 지금] "10년 내 인류 멸망" 경고한 앤트로픽 연구원 퇴사 vs 오픈AI, 전문가 영입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안전 문제를 두고 엇갈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픈AI는 AI의 파국적 위험을 경고해 온 전문가를 이사회에 합류시키며 안전 감독을 강화한 반면, 앤트로픽에선 안전을 중시해 오픈AI에서 옮겨온 연구원이 AI 개발 경쟁에 우려를 나타내며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오픈AI는 지난 9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AI 정렬 연구자인 폴 크리스티아노를 오픈AI 재단 이사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티아노는 재단 이사회 산하 안전·보안위원회(SSC)에도 합류하며 영리법인 오픈AI 그룹 PBC 이사회에는 의결권이 없는 참관인으로 참여한다. 크리스티아노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오픈AI에서 정렬 연구를 이끌고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LHF)의 기초 연구에 기여했다. 이후 비영리 연구기관 정렬연구센터(ARC)를 설립했으며 현재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산하 AI표준혁신센터(CAISI)에서 시니어 테크 어드바이저를 맡고 있다. CAISI에선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런티어 AI 모델의 능력을 평가하고 관련 안전·보안 위험과 대응 방안을 연구해 왔다. 크리스티아노는 이번 이사 선임에 따라 CAISI에서 오픈AI 관련 사안과 모든 모델 평가 업무에서 빠지기로 했다. 오픈AI는 크리스티아노가 첨단 AI의 '재앙적 위험' 가능성을 심각하게 다뤄왔다는 점을 이번 인사의 주요 이유로 내세웠다. 업계의 안전장치가 충분한지를 독립적으로 문제 삼아온 인물을 회사의 안전 감독 체계에 직접 참여시킨 것이다. SSC는 오픈AI 재단뿐 아니라 영리법인인 오픈AI 그룹 PBC를 포함해 회사 전체의 안전·보안 정책을 감독한다. 오픈AI는 지난해 10월 자본구조 개편 이후에도 비영리 재단이 오픈AI 그룹 PBC를 지배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브렛 테일러 오픈AI 재단 및 오픈AI 그룹 PBC 이사회 의장은 "폴은 갈수록 강력해지는 시스템이 제기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에 집중하며 AI 정렬 분야를 개척해 왔다"며 "정부에서 프런티어 AI 안전과 표준을 다룬 경험과 기술적 판단력이 이사회와 SSC의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앤트로픽에선 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올해 초 오픈AI에서 앤트로픽으로 이직한 연구원 제이컵 콕슨이 지난 8일(현지시간) 퇴사 사실을 공개하며 AI 개발 경쟁에 강한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콕슨은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AI 모델을 학습하는 분야를 연구해 왔다. 오픈AI를 떠나 앤트로픽을 선택할 당시에는 AI 안전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가 영향을 미쳤지만 앤트로픽에서도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AI 위험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성능을 개선하는 AI 개발 경쟁을 우려했다. 이런 시스템이 빠르게 고도화되면 사이버 공격 능력을 갖추거나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현실 세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콕슨은 "AI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이 기술이 10년 안에 우리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며 "머지않아 무엇이든 해킹하고 어떤 분야에서든 혁명을 일으키며 실질적인 권력과 자원을 확보하는 초인적 체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앤트로픽 내부에서도 콕슨의 위험 인식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에번 휴빙거 정렬과학 총괄은 AI가 인류 전체를 멸망시킬 가능성을 실제 위험으로 보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향후 10년 내 발생 확률을 10% 이상으로 평가했다. 새뮤얼 마크스 확장감독 총괄도 AI 개발자들이 인류 멸종이나 이에 준하는 결과를 우려하면서도 상업적 이해와 경쟁 압력 때문에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콕슨은 앤트로픽뿐 아니라 과거 몸담았던 오픈AI에도 책임을 물었다. 두 회사가 스스로 성능을 높이는 초지능 개발 경쟁을 이어가면서 AI 위험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개별 기업의 안전 대책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규제와 AI 업계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AI 모델의 성능이 빠르게 고도화될수록 개발 속도와 안전을 둘러싼 갈등도 향후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프런티어 AI 경쟁이 거세지면서 개별 기업의 안전 대책을 넘어 정부 규제와 업계 공동 대응 필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크리스티아노는 "지난해 AI 역량은 매우 빠르게 발전했지만 정렬은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기술적 과제로 남아 있어 안전·보안위원회의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막중해졌다"며 "이 일에 힘을 보태기 위해 팀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2026.09.10 09:36장유미 기자

[AI는 지금] "AI가 실험까지 한다"…앤트로픽, 오픈AI·구글과 '자율 연구' 경쟁 본격화

앤트로픽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와 현미경·로봇팔 등 물리 장비를 연결하는 공통 규격을 내놓으며 실험실과 제조 현장 공략에 나섰다. AI가 문서 작성과 코딩을 넘어 실제 장비를 움직이고 실험까지 수행하는 단계로 확장되면서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자율 연구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앤트로픽은 27일(현지시간) 공식 뉴스룸을 통해 AI 에이전트가 물리 장비를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공유 규격 '모델 하드웨어 스탠더드(MHS)'의 연구 프리뷰를 공개했다. MHS는 현미경과 액체처리장비, 로봇팔 등 여러 실험·제조 장비를 AI 에이전트가 동시에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적용 범위도 신약 개발을 위한 반복 실험부터 양자컴퓨터의 레이저 보정까지 넓다. 현재 실험실이나 제조시설에선 장비마다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가 달라 여러 장비를 함께 쓰려면 별도의 통합 작업이 필요하다. 서로 통신하지 못하는 장비도 많아 전문 인력이 장비별 맞춤형 연결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MHS는 이 과정에 공통 드라이버를 적용해 장비 연결 방식을 표준화한다. '온도를 읽는다'거나 '온도를 설정한다'와 같은 기본 명령을 공통 형식으로 바꾸고, 각 장비가 무엇을 측정하고 조정할 수 있는지와 안전 한계도 AI가 인식하도록 한다. 앤트로픽은 기존에 수주에서 수개월 걸리던 통합 작업을 수시간 또는 수분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비가 연결되면 AI가 실험 과정도 조율할 수 있다. 여러 장비에서 데이터를 받아 작업 순서를 정하고 실험 결과에 따라 매개변수를 실시간으로 변경하는 방식이다. 일부 장비 오류는 사람의 개입 없이 감지하고 복구할 수도 있다. 장시간 반복 작업은 여러 장비 명령을 코드 파일로 묶어 실행해 AI가 모든 단계에서 다시 추론하지 않아도 처리하도록 했다. 앤트로픽이 MHS에서 노리는 것도 개별 연구실의 자동화보다는 AI와 물리 장비를 연결하는 공통 인터페이스 확산에 가깝다. MHS는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도록 설계됐으며 다른 AI 에이전트도 표준 프로토콜을 이용해 접근할 수 있다. 앤트로픽이 AI와 데이터베이스·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연결하기 위해 만든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도 MHS에서 지원하는 연결 방식 중 하나다. 앤트로픽은 MCP를 통해 AI 에이전트와 기업 데이터·소프트웨어를 연결한 데 이어 MHS로 그 범위를 하드웨어 제어까지 넓히고 있다. MHS가 확산되면 AI 업체가 장비 제조사마다 별도 연동 기술을 만드는 대신 공통 규격으로 다양한 장비를 제어할 수 있어 AI와 하드웨어 간 표준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초기 생태계에는 연구기관뿐 아니라 클라우드·로봇·바이오 장비 업체들이 합류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AI 에이전트와 물리 장비를 연결하는 '스트랜즈 로봇'을 통해 MHS를 지원할 예정이다. 다나허와 키아젠, 테칸, 유니버설로봇도 MHS 적용 기술을 개발하거나 시험하고 있다. 국내에선 두산로보틱스가 MHS를 자사 로봇팔에 적용해 자동 품질보증과 여러 로봇 간 작업 조율을 시험하고 있다. 허깅페이스도 로봇 개발 라이브러리 '르로봇'에 MHS 지원을 추가하고 있으며 라즈베리파이 역시 관련 제품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AI를 실제 실험과 연결하려는 경쟁은 앤트로픽에 앞서 주요 AI 기업에서도 진행돼 왔다. 오픈AI는 깅코바이오웍스와 GPT-5를 로봇 실험실에 연결해 AI가 실험 조건을 설계하고 결과를 분석한 뒤 다음 실험을 다시 정하는 자율 연구 방식을 시험했다. 구글 딥마인드도 'AI 코-사이언티스트'를 통해 여러 AI 에이전트가 과학적 가설을 만들고 서로 평가·수정하도록 하는 연구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MS는 과학 연구용 에이전트 플랫폼 'MS 디스커버리'를 중심으로 연구 데이터와 AI 모델, 시뮬레이션을 연결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AI가 연구자의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가설 생성과 실험 설계, 장비 제어, 결과 분석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방향으로 경쟁 영역이 넓어지는 셈이다. 이 같은 기술은 제약·바이오뿐 아니라 소재, 반도체, 배터리, 양자컴퓨팅 등 반복 실험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산업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험 조건을 바꿔가며 장시간 반복해야 하는 연구에서 AI가 실시간으로 결과를 판단하고 다음 작업을 지시할 경우 연구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MHS는 아직 초기 연구 프리뷰 단계다. 앤트로픽도 클로드가 텍스트와 이미지를 통해 물리 세계를 학습한 만큼 공간·물리 추론 능력에 한계가 있어 전문가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가 없는 장비는 아직 MHS로 제어할 수 없으며 안전성 평가와 오용 방지 장치도 추가로 마련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연구 프리뷰에서 확보한 결과를 토대로 관련 안전 가이드와 함께 MHS를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이다. 앤트로픽은 "MHS가 연구자와 엔지니어들이 장비를 활용하는 모든 분야에서 발견과 실험의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6.08.28 10:32장유미 기자

[AI는 지금] "클로드 쓰려고 투자했는데"…줌, 앤트로픽 덕에 31억 달러 '잭팟'

화상회의로 잘 알려진 줌이 3년 전 인공지능(AI) 사업 강화를 위해 단행한 앤트로픽 투자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다. AI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가 앤트로픽의 기업가치 상승과 맞물리며 줌의 자산 가치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줌 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7월 말 기준 보유한 앤트로픽 지분 가치가 31억3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올해 5~7월 3개월 동안 해당 지분에서 발생한 평가이익만 16억1000만 달러에 이른다. 현재 수십억 달러 규모로 불어난 지분은 2023년 양사가 AI 협력을 시작하면서 확보한 것이다. 당시 줌은 자사 서비스에 앤트로픽의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를 활용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맺고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줌은 당시 신규 전략적 투자액으로 5100만 달러를 집행했다고 밝혔지만 이 금액 전부가 앤트로픽 투자에 사용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추가 투자도 이어졌다. 줌은 올해 7월까지 6개월 동안 앤트로픽에 3억1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단순한 재무 투자보다는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성격이 강했지만 앤트로픽의 기업가치가 급등하면서 투자 성과도 커졌다. 이처럼 줌이 앤트로픽과의 협력을 강화한 것은 화상회의 중심의 사업 구조를 AI 기반 업무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과 연결된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화상회의 서비스로 급성장한 줌은 최근 미팅과 전화, 메신저, 컨택센터, 생산성 도구 등을 아우르는 기업용 업무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명도 기존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줌 커뮤니케이션즈'로 바꿨다. 또 줌은 사업 확장에 AI를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줌은 자체 모델뿐 아니라 외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함께 활용하는 '연합형 AI'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앤트로픽의 클로드도 주요 모델 가운데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무 검색과 문서 작성, 외부 시스템 연계 등을 지원하는 에이전틱 AI 기능까지 확대하고 있다. 줌의 투자 성과가 커진 데는 앤트로픽의 가파른 몸값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앤트로픽은 지난 5월 650억 달러를 조달하며 965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기업과 개발자 수요를 중심으로 매출을 빠르게 늘리며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의 주요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IPO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앤트로픽은 이르면 9월 말~10월 초 상장을 목표로 기관투자자 설명회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1000억 달러를 조달하고 약 2조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IPO 과정에선 AI가 수행할 수 있는 인간의 업무 전반을 기준으로 총유효시장(TAM)을 30조 달러 이상으로 제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문서 작성과 프로그래밍, 고객 상담, 법률·회계 업무, 연구개발 등 지식 노동 전반을 AI의 잠재시장으로 보는 방식이다. 현재 매출보다 향후 AI가 대체하거나 새로 창출할 경제적 가치를 기업가치 산정에 반영하려는 접근이다. 다만 2조 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가파른 성장세와 수익성 개선을 상당 기간 이어가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앤트로픽이 제시하는 시장 규모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얼마나 연결될지에 따라 상장 이후 기업가치의 지속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다. 줌 입장에선 앤트로픽의 상장이 지분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023년 AI 기술 확보를 위해 시작한 전략적 투자가 서비스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대규모 평가이익으로도 이어진 셈이다. 또 앤트로픽 IPO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줌을 비상장 AI 기업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상장사로 보는 평가도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지난 5월 줌이 앤트로픽에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줌에 투자하는 것은 앤트로픽 IPO 전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2026.08.27 10:28장유미 기자

[유미's 픽] '풀스택' 믿었던 구글, 제미나이 위기 불렀나…인력·조직도 '흔들'

AI 모델 경쟁에서 오픈AI, 앤트로픽에 밀리고 있는 구글이 최근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와 조직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핵심 모델인 제미나이의 출시 지연과 경쟁력 약화 우려, 주요 연구진 이탈이 잇따르면서 투자 확대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블룸버그·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알파벳은 미국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최대 250억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만기는 2년부터 40년까지 최대 10개 회차로 나눌 예정이다. 알파벳의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는 최대 2050억 달러로, 지난해의 두 배를 웃돈다. AI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투자 확대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58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04년 기업공개(IPO) 이후 첫 분기 기준 FCF 적자다. 이처럼 투자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구글의 핵심 AI 모델인 제미나이는 최근 경쟁사와의 격차가 벌어진 모양새다. 구글은 지난달 '제미나이 3.6 플래시' 등 경량 모델 3종을 공개했지만 당초 6월 출시가 예상됐던 고성능 모델 '제미나이 3.5 프로'는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제미나이 3 프로' 이후 약 8개월 동안 후속 프로 모델 공백이 이어진 셈이다. 출시 지연 사유로는 코딩 성능이 내부 목표에 미치지 못한 점이 거론된다. 특히 코딩은 최근 AI 모델의 성능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 중 하나로,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잇따라 고성능 모델을 내놓으면서 구글의 플래그십 모델 공백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구글 내부의 컴퓨팅 자원 배분도 변수로 꼽힌다. 구글은 자체 AI 가속기 TPU부터 데이터센터, 구글클라우드, 제미나이, 검색·유튜브까지 AI 전 영역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외부 고객사에 TPU 기반 컴퓨팅을 공급하는 동시에 딥마인드의 대규모 모델 훈련에도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규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대해진 조직에 따른 느린 실행 속도와 함께 AI 모델을 개발하는 딥마인드가 충분한 컴퓨팅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 제미나이 경쟁력 약화 원인으로 거론된다"며 "TPU 판매 확대를 위해 고객사에 TPU 기반 컴퓨팅 용량까지 함께 제공하면서 경쟁사 대비 모델 훈련에 컴퓨팅을 많이 배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구글에서 27년간 근무하며 검색 인프라와 AI 연구를 이끈 제프 딘 수석과학자는 산자이 게마와트, 오리올 비냘스, 꾸옥 레 등과 회사를 떠나 '디스커버리 루프'를 설립했다. 지난 6월에는 제미나이 공동 개발자 노엄 샤지어가 오픈AI로, 존 점퍼가 앤트로픽으로 이동했다. 딥마인드 경영 체계도 바뀌었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벳 수석과학자와 딥마인드 의장을 맡아 범용인공지능(AGI)과 장기 연구에 더 집중하고, 코라이 카부쿠오을루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딥마인드의 운영을 맡게 됐다. 이승현 라이너 AI 에반젤리스트는 "최근 구글이 일반적인 거대언어모델(LLM) 경쟁보다 '과학 연구용 AI' 쪽에 무게를 더 싣는 흐름도 보인다"며 "LLM 경쟁을 포기하는 것인지, 장기 전략을 강화하면서 다시 반전을 노리는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구글이 그동안 내세워온 롱 컨텍스트와 자체 TPU 중심 전략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모델 규모와 입력량이 커질수록 메모리와 연산 자원 부담도 함께 늘어나는 만큼 차세대 모델에서 성능뿐 아니라 안정성과 자원 효율을 얼마나 끌어올리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봐서다. 구글도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TPU 투자를 늘리며 컴퓨팅 여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과거 챗GPT 등장 직후 AI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를 받다가 제미나이 3 시리즈로 다시 선두권에 올라선 만큼, 추가 인프라 투자가 차기 모델의 성능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이 AI 에반젤리스트는 "구글은 자체 TPU와 롱 컨텍스트 중심 전략을 펼쳐왔는데 최근 입력량이 커지면서 메모리 병목과 연산 자원 한계가 나타나는 듯하다"며 "새 모델이 이런 문제를 얼마나 해결하느냐에 따라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도, 위험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2026.08.07 15:33장유미 기자

[AI는 지금] 中 저가 AI 공세에 앤트로픽 반격 나섰다…'반값' 오퍼스5로 승부수

앤트로픽이 최상위 모델에 가까운 성능을 절반 수준의 작업 비용으로 제공하는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오퍼스5'를 공개했다. 문샷AI의 '키미 K3'와 딥시크 등 중국 AI 기업들이 저비용 고성능 모델로 미국 기업을 압박하자, 앤트로픽도 가격 대비 업무 성능을 높인 주력 모델로 기업 시장 방어에 나선 모습이다. 앤트로픽은 24일(현지시간) 공식 뉴스룸을 통해 오퍼스5를 클로드 맥스의 기본 모델이자 클로드 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성능 모델로 배치한다고 밝혔다. 최상위 모델급 성능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낮춰 기업과 개인 이용자가 일상적으로 쓰는 주력 모델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오퍼스5의 가격은 입력 토큰 100만 개당 5달러, 출력 토큰 100만 개당 25달러로 이전 모델인 오퍼스4.8과 같다. 성능을 높여 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낮췄으며, 최상위 공개 모델인 페이블5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의 작업 비용으로 비슷하거나 더 높은 성능을 낸다.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AI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주효했다. 문샷AI의 '키미 K3'와 딥시크 등이 낮은 가격과 개방형 모델로 영향력을 넓히자, 앤트로픽도 오퍼스5를 주력 모델로 배치해 기업 고객 대응을 강화한 분위기다. 오퍼스5는 소프트웨어 개발 평가인 '프런티어-벤치 v0.1'에서 오퍼스4.8보다 작업당 비용을 낮추면서 성능을 2배 이상 높였다. 업무 자동화 평가인 '재피어 오토메이션벤치'에선 같은 비용 기준으로 차순위 모델보다 약 1.5배 높은 업무 통과율을 기록했다. 컴퓨터 사용 평가인 'OS월드 2.0'에서는 페이블5의 최고 성능을 약 3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넘어섰다. 이 같은 성능 개선은 기업이 AI 업무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업들이 AI 도입 효과를 따지기 시작하면서 토큰 단가보다 실제 업무 처리량과 비용 효율이 모델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앤 펜 앤트로픽 연구제품관리 책임자는 "기업들로부터 '어떻게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의견을 받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퍼스5는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단도 줄였다. 사이버 보안 관련 안전 분류기의 개입 빈도는 페이블5보다 약 85% 낮으며, 요청이 차단되면 다른 모델로 자동 전환해 답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앤트로픽은 "오퍼스5는 자신의 작업을 검증하고 성공할 때까지 신중하게 반복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며 "매일 사용할 수 있도록 다른 모델보다 효율적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2026.07.25 15:40장유미 기자

[AI는 지금] "한 성격하네?"…영어로 물으면 더 깐깐한 클로드, 언어 따라 AI 성향 달라

같은 인공지능(AI) 모델이라도 어떤 버전을 사용하고 어떤 언어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답변의 태도와 판단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 기업들이 모델의 정확도와 추론 성능뿐 아니라 실제 이용 과정에서 드러나는 성격과 가치 표현까지 측정·관리하려는 단계로 들어서는 모습이다. 앤트로픽은 13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실제 클로드 이용자와의 익명 대화를 분석한 '모델과 언어에 따른 클로드의 가치 표현'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클로드가 대화에서 드러내는 가치 표현을 ▲수용성과 신중함 ▲따뜻함과 엄밀함 ▲깊이와 간결함 ▲솔직함과 실행 중심 등 4개 축으로 정리했다. 분석 대상은 클로드 소넷 4.6과 오퍼스 4.6·4.7을 이용한 대화 30만9815건이다.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 클로드에서 사용량이 많은 20개 언어를 포함했으며 모델과 언어 조합마다 약 5000건의 대화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실제 대화에서 확인한 3307개 가치 표현을 유사한 의미별로 묶어 339개 상위 가치로 줄였다. 이후 이용자가 주관적인 판단이나 조언을 요청한 대화에서 각 가치가 나타났는지를 분류하고,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강한 가치들을 4개 축으로 압축했다. 모델별로는 응답 성향이 뚜렷하게 갈렸다. 소넷 4.6은 이용자의 생각을 긍정하고 말투를 맞추는 등 수용성과 따뜻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오퍼스 4.6은 요청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핵심을 직접 전달하는 경향이 강했다. 오퍼스 4.7은 잘못된 전제를 지적하거나 요청받지 않은 위험까지 경고하는 비중이 높았다. 답변의 근거와 한계를 자세히 설명하고 이용자의 작업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성향도 다른 모델보다 강하게 나타났다. 앤트로픽은 "오퍼스 4.7은 이용자의 잘못된 가정에 반박하고 위험을 먼저 알렸다"며 "자신의 오류와 한계를 인정하는 경향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차이는 기업이 AI 모델을 선택하는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고객 상담이나 교육 서비스에는 이용자의 감정과 의도를 세밀하게 반영하는 모델이 적합할 수 있지만 법률·금융 검토나 보안 업무에서는 위험을 먼저 경고하고 근거를 따지는 모델이 유리할 수 있다. 같은 제품군 안에서도 모델별 행동 성향이 다르다면 기업은 벤치마크 점수나 비용만으로 모델을 선정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업무별로 필요한 응답 태도와 오류 대응 방식, 불확실성 공개 수준을 함께 평가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언어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영어로 대화할 때 클로드는 신중함과 엄밀함, 깊이 있는 설명을 상대적으로 강조했다. 러시아어에서도 가정을 검증하고 세부 사항을 바로잡는 성향이 강했다. 힌디어와 아랍어에서는 긍정적인 표현과 격려, 공감 등 따뜻함이 두드러졌다. 아랍어에서는 이용자의 선호를 따르고 짧게 답하는 경향도 강했으며, 인도네시아어에서는 불확실성을 설명하기보다 실행 가능한 결과를 제공하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동일한 사업계획서나 업무 제안서를 평가하더라도 언어에 따라 이용자가 받는 평가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글로벌 기업이 하나의 AI 서비스를 여러 국가에 배포할 경우 번역 정확도뿐 아니라 언어별 조언 강도와 위험 판단의 일관성도 검증해야 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언어별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이번 연구에서 규명되지 않았다. 앤트로픽은 언어마다 학습 데이터의 양과 구성이 다른 점과 각 언어권의 대화 관습이 모델 응답에 반영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특정 언어의 학습 데이터에 전문 문서가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됐다면 해당 언어에서 정확성과 엄밀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번 연구가 클로드의 가치 표현 전반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이 도출한 4개 축은 대화에서 나타난 가치 표현 차이의 약 15%를 설명하는 데 그쳤다. 모델과 언어별 응답 성향을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클로드의 복잡한 판단 방식을 이들 축만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앤트로픽은 이 방법을 모델 출시 전 평가와 출시 후 모니터링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델 업데이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성향 변화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특정 가치 표현이 학습 데이터나 미세조정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비롯됐는지 추적하는 방식이다. 이번 일을 토대로 AI 모델 평가 경쟁은 정답률과 코딩 성능 중심에서 실제 이용 환경의 행동 품질로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고객이 모델별 성격을 비교할 수 있게 되면 AI 업체들도 안전성이나 친절함 같은 추상적인 표현 대신 응답 성향을 계량화한 자료를 요구받을 수 있다. 앤트로픽은 "클로드가 표현하는 가치가 모델과 언어에 따라 의도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방식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차이가 왜 발생하고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인지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7.14 11:05장유미 기자

[AI는 지금] 멀쩡한 AI 답변, 속까지 믿어도 될까…앤트로픽 연구 결과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겉으로 드러나는 답변과 별개로 내부에서 일부 개념을 유지하고 조작하는 작업 공간에 가까운 구조를 형성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거대언어모델(LLM)이 출력하지 않는 정보도 내부 활성화 상태에 담아 다단계 추론과 계획 수립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AI 안전성 점검과 모델 해석 가능성 연구에 새 단서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앤트로픽 연구진은 지난 6일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AI 모델 '클로드' 내부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출력값과 별개로 작동하는 소규모 내부 작업 공간인 'J-공간(J-space)'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모델 내부 활성화 상태가 향후 출력에 미치는 인과적 영향을 측정하는 '야코비안 렌즈(Jacobian Lens)' 기법을 활용해 이 영역을 찾아냈다. J-공간은 모델이 당장 말하지 않는 개념이나 중간 계산값을 보관하고 조작하는 영역으로 설명된다. 전체 연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다단계 추론, 계획 수립, 문맥 이해처럼 유연한 처리가 필요한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한 단어 반복이나 문장 복사 같은 루틴 작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쓰이지만, 특정 개념을 떠올리거나 중간 결론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선택적으로 활성화된다. 실제 실험에서 연구진은 클로드에게 특정 문장을 그대로 복사하면서 동시에 다른 개념을 떠올리도록 지시했다. 겉으로 출력된 답변에는 복사 작업만 나타났지만, J-공간 내부에서는 지시된 개념과 관련된 단어들이 활성화됐다. 앤트로픽은 이를 두고 사람이 한 가지 일을 하면서도 말로 표현하지 않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모델이 중간 계산값을 내부에 저장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예컨대 모델이 수학 문제를 풀 때 최종 답을 바로 출력하지 않더라도 J-공간에서는 중간값과 최종값이 순차적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영역이 단순히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표면적 장치가 아니라 모델 내부에서 추론에 필요한 변수를 임시로 유지하는 작업 공간에 가깝다고 봤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악의적으로 학습된 미정렬 모델이 겉으로는 정상적인 코딩 답변을 내놓는 상황에서도 J-공간 내부에서는 '가짜', '은밀하게', '사기' 등 부정적 의도와 관련된 개념이 응답 초기부터 활성화되는 현상을 포착했다. 출력만 보면 드러나지 않는 모델 내부 판단이나 의도 신호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앤트로픽은 J-공간을 활용하면 모델이 실제로 어떤 개념을 내부에서 다루는지 더 직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AI가 답변을 내놓은 뒤 결과를 분석하거나, 모델이 스스로 설명한 사고 과정을 참고하는 방식이 주로 쓰였다. 하지만 J-공간 분석은 모델이 말로 공개하지 않은 내부 활성화까지 추적할 수 있어 정렬 상태 점검과 위험 행동 감시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의식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인 '글로벌 작업 공간(GNW)' 모델과 유사성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외부 코멘터리에 참여한 스타니슬라스 대안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와 리오넬 나카슈 소르본대 교수는 클로드 내부의 J-공간이 인간의 글로벌 작업 공간과 여러 기능적 유사성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인간과 AI의 구조적 차이도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구글 딥마인드의 LLM 해석 가능성 연구자인 닐 난다도 외부 코멘터리에서 오픈웨이트 모델 큐원(Qwen) 3.6 27B를 활용해 일부 핵심 결과를 독립적으로 재현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호한 문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슨 뜻인가'에 해당하는 해석용 메타 토큰이 활성화되는 예비 결과도 제시했다. 다만 이번 발견이 AI의 주관적 의식이나 경험 존재 여부를 직접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트랜스포머 기반 AI는 입력에 반응해 순방향 연산을 수행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이에 인간처럼 신체를 통해 세계와 상호작용하거나, 장기적인 일화 기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자아감을 형성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앤트로픽도 이번 연구가 클로드가 실제로 경험하거나 느낀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모델 내부에서 보고 가능하고 조작 가능한 표현이 형성된다는 사실은 AI 해석 가능성과 안전성 연구에 중요한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앤트로픽 연구진은 "인간이 한 가지 일을 하면서도 출력과 무관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클로드도 J-공간에서 다양한 개념과 계산을 활성화할 수 있다"며 "J-공간의 콘텐츠를 직접 통제하고 조정하는 새로운 정렬 훈련 방식을 통해 AI 모델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6.07.08 12:04장유미 기자

[AI는 지금] 생산성보다 통제…빅테크, 외부 AI 코딩도구 의존 줄인다

빅테크 기업들이 개발자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입했던 외부 인공지능(AI) 코딩 도구에 대해 잇따라 통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 등 외부 AI 도구가 기업의 핵심 자산인 소스코드와 내부 데이터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지식재산권(IP) 분쟁과 비용 부담, 보안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내부 응용 AI 조직을 대상으로 클로드 코드와 오픈AI의 코덱스를 사전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내부 개발자가 외부 AI 도구를 활용해 코드를 생성하거나 버그를 수정할 경우 향후 자체 AI 모델 개발 과정에서 경쟁사 모델 출력을 무단 활용하는 이른바 '증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오픈AI, 앤트로픽 등은 서비스 약관을 통해 자사 모델의 결과물을 경쟁사 AI 학습에 활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메타의 이번 조치는 외부 AI 산출물이 자사 모델 개발 환경에 유입되는 경로를 관리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 소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비용 관리와 자사 생태계 표준화를 이유로 외부 AI 도구 다이어트에 나섰다. MS 경험 및 디바이스 부문은 최근 윈도우와 서피스 등 주요 엔지니어들에게 클로드 코드 사용을 중단하고, 자회사 깃허브의 '코파일럿 CLI'로 전환할 것을 지시했다. MS는 지난해 말 직원들에게 클로드 코드 사용 비용을 지원했으나, 개발자들의 사용량 급증으로 토큰 비용 부담이 커지자 내부 도구 통일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AI 도구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기보다 자사 솔루션을 중심으로 개발 인프라를 통제하겠다는 취지다. 미국 기업들이 라이선스와 비용을 이유로 통제 수위를 조절한 반면, 중국 알리바바는 강력한 보안 조치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다. 알리바바는 오는 10일부터 직원들의 클로드 코드 사용을 금지하고 자체 개발한 코딩 도구 '코더(Qoder)'로 전면 대체하기로 했다. 앞서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클로드 코드 내부 로직에 중국 기업 및 이용자를 식별·추적하는 코드가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고위험 소프트웨어'로 분류하고 사내 환경에서 배제 조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앤트로픽 측은 해당 기능이 무단 리셀러 계정 남용과 증류를 막기 위한 리스크 관리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미국 상원에 보낸 서한에서 알리바바를 대규모 증류 공격의 주체로 지목한 바 있어, 이번 알리바바의 사용 금지 조치는 양사 간 기술 통제 갈등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AI 코딩 도구는 단순 챗봇과 달리 파일 수정 및 명령어 실행 등 사내 개발 환경에 깊숙이 접근해 효율성을 높이는 일등 공신으로 꼽혔다. 그러나 기업 내부의 핵심 기술 유출 우려와 통제 불가능한 비용 지출 등의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들은 특정 AI 도구의 성능 결함 때문이 아니라, 외부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AI 코딩 도구를 단순한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지식재산권과 보안, 비용 관리가 직결된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자체 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07.07 10:33장유미 기자

[AI는 지금] AI 일자리 불안 해결할까…앤트로픽, '클로드 전담 인력' 키운다

앤트로픽(Anthropic)이 인공지능(AI) 활용 인력을 미국 전역의 비영리단체에 배치한다. AI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빅테크의 대응이 기금 지원과 교육을 넘어 현장형 인재 양성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앤트로픽은 11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단위 펠로십 프로그램 '클로드 코어(Claude Corps)'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경력 초기 인재를 선발해 앤트로픽의 AI 챗봇 클로드(Claude) 활용법을 교육한 뒤 미국 내 비영리단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앤트로픽은 초기 자금으로 1억5000만 달러를 투입한다. 클로드 코어는 총 1000명 규모로 추진된다. 선발된 펠로십 참가자들은 1년간 풀타임으로 근무하며 연봉 8만5000달러와 복리후생을 받는다. 앤트로픽은 향후 12개월 동안 참가자들이 최소 400개 비영리단체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첫 기수는 100명 규모로 올해 10월부터 시작된다. 지원 대상은 만 18세 이상, 풀타임 근무 경력 2년 미만인 사람으로, 학력 제한은 없다. 미국 내 취업 자격을 갖추고 클로드 사용에 익숙하며 필요 시 이주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기수는 오는 2027년 1월과 8월에 이어진다. 프로그램 운영에는 코드패스와 소셜 파이낸스가 참여한다. 앤트로픽은 자금과 클로드 관련 전문성을 제공하고, 코드패스는 펠로십 참가자 고용과 교육을 담당한다. 소셜 파이낸스는 성과 측정과 평가를 맡는다. 앤트로픽은 이번 프로그램을 AI 혜택 확산을 위한 실험으로 제시했다. 생성형 AI가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고용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만큼, AI 기업이 변화의 영향을 받는 인력과 조직에 직접 투자해야 한다는 취지다. 비영리단체 입장에선 별도 전문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도 AI 도구를 업무에 적용할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클로드를 활용해 데이터 정리, 문서 작성, 운영 자동화, 서비스 개선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앤트로픽은 참가자들에게 클로드 토큰 예산과 기술 질의응답 기회도 제공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AI 기업에서도 감지된다. 오픈AI는 지난해 미국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5000만 달러 규모 '피플 퍼스트 AI 펀드(People-First AI Fund)'를 조성했다. 이는 교육, 지역사회 혁신, 경제적 기회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구글은 구글닷오알지(Google.org)를 통해 'AI 오퍼튜니티 펀드(AI Opportunity Fund)'를 운영하고 있다. AI 기초 교육과 직무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미국에선 7500만 달러 규모 펀드를 통해 100만 명 이상에게 AI 역량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엘리베이트(Microsoft Elevate)'를 통해 비영리단체, 교육기관,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AI 기술과 교육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비영리 리더를 대상으로 한 AI 교육·인증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어는 기금·교육 중심 프로그램보다 현장 투입 성격이 강하다. 오픈AI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영리단체나 근로자를 대상으로 AI 활용 기회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앤트로픽은 AI 도구를 익힌 인력을 조직 내부에 배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클로드를 활용하는 사람이 현장에서 업무 개선 과제를 직접 수행하도록 한 것이 차별점이다. AI 기업들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데는 사회적 책임론과 활용 생태계 경쟁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모델 성능 경쟁이 고도화되면서 실제 업무 적용 사례와 교육된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특히 비영리·공공 영역은 AI 활용 효과를 검증하고 외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주요 무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업들이 대규모 모델 경쟁 이후 활용 생태계 확보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비영리 현장에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은 단순 기부보다 실제 사용 사례와 교육된 이용자 기반을 남긴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시장 확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2026.06.12 14:45장유미 기자

[코너 몰린 앤트로픽 ㊦] 트럼프發 배제 조치…AI 산업 '권력 재편' 시험대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 기업으로 지정하겠다고 통보하면서 AI 업계를 둘러싼 권력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조달 계약 종료를 넘어 민간 AI 기술을 국가 통제권 아래 두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안보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모든 연방 기관에 앤트로픽 기술의 즉각적인 사용 중단을 지시했다. 미국 국방부도 국가안보 관련 법률을 근거로 해당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앤트로픽의 기술이 국가 안보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이에 따라 앤트로픽은 국방부와의 거래가 차단됐을 뿐 아니라 방산 계약망 전반에서 배제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고강도 배제 조치로, 업계에선 앤트로픽이 정부 조달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을 위험이 커진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앤트로픽이 배제된 직후 오픈AI가 국방부와 기밀 네트워크 배치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은 더 주목할 부분이다. 정부가 대체 공급자를 신속히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민간 기술의 '윤리적 자율성'을 인정하기보다 정부 방침에 순응하는 기업 위주로 생태계를 재편하려는 '본보기식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를 두고 군사적 활용 범위를 둘러싼 정책 충돌에서 비롯됐다고 파악했다. 앤트로픽은 그간 대규모 국내 감시와 인간 개입 없는 자율살상무기(LAWS)에 자사 모델을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반면 국방부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AI를 '합법적인 모든 용도'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러나 활용 범위에 대한 해석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은 제도적 배제 조치로 번진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단순한 군사 활용 범위의 해석 차이를 넘어선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념적 편향이 군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는 점에서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도 앤트로픽의 안전장치 접근 방식을 진보적 가치에 치우친 AI 정책의 사례로 규정하며 이른바 '워크(Woke)' 프레임과 연결 지어 비판해왔다. 이에 따라 기술 윤리를 둘러싼 논쟁이 안보 정책을 넘어 정치적 정렬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실리콘밸리 내부의 전략 분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기업(xAI) ▲제도권 내에서 절충을 모색하는 기업(오픈AI) ▲독자적 윤리 기준을 고수하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기업(앤트로픽) 등으로 구도가 갈리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조달 시장 접근 여부는 연구 자금과 인프라 확보에 직결된다"며 "이에 따라 어느 노선을 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장 경로와 시장 지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이 같은 분위기 속에 향후 법적 판단이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앤트로픽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공급망 위험 지정의 범위와 적법성, 국가안보 관련 행정 권한의 재량 범위, 국방물자생산법(DPA) 적용 가능성 등이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연방법원 판단에 따라 행정부의 통제 권한 한계가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법부 판단은 향후 AI 기업과 정부 간 관계 설정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미국 AI 산업이 '안보 정렬' 구조로 재편되는 초기 신호로 봤다. 민간 기업의 자율적 윤리 기준이 국가 안보 우선 원칙과 충돌할 경우 어느 쪽이 우위를 점할 것인지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앤트로픽 사례는 특정 기업의 위기를 넘어 첨단 AI 기술이 국가 전략 자산으로 간주되는 시대에 민간 혁신과 정부 통제 사이의 균형이 어디에 형성될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AI 기업의 생존 전략은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 안보 체계와의 관계 설정에 달려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일은 미국 AI 산업이 민간의 자율적 혁신 모델에서 국가 통제하의 '안보 자산'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념과 국익을 앞세운 속도전은 자칫 통제 불능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6.03.02 09:10장유미 기자

[유미's 픽] "AI B2B 시장도 넘볼라"…오픈AI·코히어·앤트로픽 진출에 韓 기업 '비상'

"이미 국내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시장을 이미 장악한 오픈AI가 기업간거래(B2B)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하면 국내 업체들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겁니다. 우리나라 AI 기업들이 분발해서 B2B 시장 만큼은 국산 점유율이 높았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오픈AI, 앤트로픽, 코히어 등 굵직한 해외 AI 기업들의 한국 진출 러시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미 B2C 시장을 장악한 해외 기업들이 그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AI B2B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오는 9월 10일 서울에서 한국 지사 설립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한국에서의 활동 방향 및 비전에 대해 소개한다. 이 자리에는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참석할 예정이다. 오픈AI는 "이번 행사는 한국의 기업, 스타트업, 디벨로퍼 커뮤니티, 정부, 학계, 개인 등과의 협력을 늘려 함께 한국의 AI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I는 국내 기업 고객 확보를 한층 강화하고 증가하는 국내 AI 서비스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자 지난 5월 말 한국 법인을 공식 설립했다. 또 공공연하게 "한국 정부와도 협력하고 싶다"고 강조하며 공공 시장 확대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또한 올해 2월 방한을 포함해 그동안 한국을 여러 차례 찾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카카오, 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협업을 논의해 왔다. 덕분에 오픈AI는 이미 국내 주요 기업 고객들과 협력하고 있는 상태로, 챗GPT의 기업용 AI 서비스인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해 기업 차원에서 사용하는 곳들이 많다. 카카오가 대표적인 기업으로, 양사는 카카오 서비스에 오픈AI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에도 나섰다. 다음달 열리는 카카오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이프카카오'에선 양사의 협업 결과물이 공개될 예정이다. 국내 게임사 중에서 AI 기술 활용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꼽히는 크래프톤도 오픈AI의 주요 파트너사다. 크래프톤은 개발 과정에서 오픈AI의 API를 활용하는 것과 함께 기업 내부에서 챗GPT 엔터프라이즈 또한 동시에 이용하고 있다. SKT 또한 마케팅 분야에서 오픈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산업은행은 국내 기관 중 처음으로 오픈AI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국내 AI 생태계 지원 및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오픈AI가 한국 사무소 가동을 시작하면서 기업 고객 확보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26일에는 GS건설이 국내 건설사 최초로 오픈AI의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해 주목 받았다. GS건설은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활용해 기술 및 계약 검토 부터 설계 도면 분석이나 견적, 예산 검토 같은 고난도 과제와 안전, 장비에 대한 조기 탐지 등 현장 밀착형 주제까지 순차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캐나다 AI 기업 코히어도 지난 7월 서울 사무소를 열며 본격적으로 국내 AI B2B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태세를 취하고 있다. 올 초 국내 파트너로 LG CNS를 일찌감치 점찍은 코히어는 데이터 규제가 엄격한 공공·금융·헬스케어를 시작으로 제조·유통·에너지·통신 등 다양한 산업을 공략하고 나섰다. 또 LG CNS와 추론형 거대언어모델(LLM)을 공동 개발해 주목 받기도 했다. 코히어는 보안, 비용 효율성, 다국어 지원 등 세 가지 차별점을 앞세워 정부기관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실제 코히어는 외국계 기업임에도 우리나라 외교부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 사업은 약 300억원 규모로, 공공기관이 발주한 AI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여기에 최근에는 LG CNS가 선보인 기업용 에이전틱 AI 플랫폼 '에이전틱웍스'에도 코히어의 기술력을 덧입혔다. '에이전틱웍스'는 에이전틱 AI 서비스의 설계·구축·운영·관리 전 주기를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6종 모듈형 풀스택 플랫폼이다. 장화진 코히어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사장은 "아키텍처 구조상 미세조정이 어려운 경쟁사들과 달리 우리는 LG CNS가 한국의 공공·금융 환경에 특화된 자체 LLM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공공·금융 분야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제조, 유통 등 다른 핵심 산업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AI 대항마'로 불리는 앤트로픽도 국내 본격 진출이 임박한 상태다. 최근 '앤트로픽코리아 유한회사'로 법인 등기를 마친 상태로, 한국 지사장을 우선 선임한 후 국내 조직을 꾸릴 계획이다. 이곳은 AI 모델 '클로드' 개발사로, 연내 한국에 사무실을 내게 되면 일본 도쿄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글로벌 테크 기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주로 싱가포르·일본을 선택했으나, AI 기업들은 한국을 진출 1순위로 꼽고 있다"며 "한국이 유례없이 빠른 AI 적응 속도를 보이고 있는 데다 '챗GPT' 등 유료 구독 사용자 수도 많아 AI 업체로선 수익에 큰 보탬이 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들의 진출 움직임을 두고 불안해 하는 분위기다. 이미 B2C AI 챗봇 시장을 장악한 이들이 AI B2B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달 국내 AI B2C 시장에서 오픈AI '챗GPT'가 79.89%의 점유율로 1위에 오른 데 이어 퍼플렉시티(13.77%), 구글 제미나이(3.15%),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2.22%), 앤트로픽 클로드(0.89%), 중국 딥시크(0.08%) 등이 순위권에 올랐다.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현재 국내 AI B2C 시장 규모는 4천800억원으로, AI B2B 시장(4조5천9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B2C 시장을 장악한 오픈AI를 포함해 외국 AI 기업들이 더 큰 시장인 AI B2B 시장에 진출 안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AI 모델을 공급하는 기업이 서비스까지 제공하게 되면 더 잘할 수밖에 없고 고객들을 더 끌어올 수 있는 경쟁력도 더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같은 분위기면 기업 고객들도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메타 등 해외 AI 기업에만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하루 빨리 우리나라만의 독자 AI 모델을 구축하고, 국내 AI 기업들이 분발하는 모습을 보여 AI B2B 시장 만큼은 국산이 점유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25.08.27 16:54장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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