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서 이상한 신호 포착…"물리학으로 설명 안 돼" [우주로 간다]
우주에서 오는 고에너지 입자를 탐지하는 관측 장비가 남극 빙하 깊은 곳에서 이상한 전파 신호를 포착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스페이스닷컴 등 외신들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됐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후원하는 남극 초고에너지 규명 국제 프로젝트 '아니타(ANITA)' 프로젝트팀은 남극 상공 약 40km에서 이상한 신호를 포착했다. ANITA는 큰 풍선에 무선 안테나를 매달아 비행하며, 우주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입자인 '중성미자(neutrino)'를 탐지하는 장비다. 중성미자는 질량이 매우 작고 전하를 띠지 않는 우주의 기본 입자다.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 '유령입자'로 불리기도 한다. 우주의 기원 등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단서로 꼽힌다. 이 장비는 일반적으로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가 남극 대륙의 얼음에 반사되는 신호를 포착하지만, 이번 신호는 현재 입자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방향인 지평선 아래에서 나왔다. 또, 남극 얼음 표면 아래 약 30도의 매우 가파른 각도를 향하고 있었으며, 감지된 신호는 0.6EeV라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기존 신호보다 200배나 강력했다. 연구진들은 이 신호가 새로운 입자의 존재나 물리학에서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입자 간의 상호작용을 암시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ANITA 팀원이자 해당 논문 공동저자 스테파니 위슬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는 "흥미로운 문제다. 우리는 아직 이 이상 현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찾지 못했다”며, "우리가 아는 것은 그것들이 중성미자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얼음 아래쪽에서 신호가 나왔다는 것은 신호가 감지되기 전 지구 아래의 수천 km의 암석을 통과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신호가 약해져 감지할 수 없을 정도였어야 하지만 이번 신호는 엄청나게 강력했다. ANITA 연구진은 이 신호가 중성미자일 가능성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으나 신호가 변칙적이라며 중성미자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이 신호는 새로운 무언가, 아니면 우주 암흑물질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미스터리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지는 중성미자 탐지 분야의 다음 기술인 '초고에너지 관측용 탑재체(PUEO)'가 개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위슬 교수는 "제 추측으로는 얼음 근처와 지평선 근처에서 흥미로운 전파 효과가 발생하는 것 같다. 저희는 몇 가지를 탐사해 보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지금은 오랜 미스터리 중 하나인데, PUEO를 비행할 때 더 나은 감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우리는 더 많은 이상 현상을 포착할 것이고, 어쩌면 그것들이 실제로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성미자를 검출할 수도 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훨씬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