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속', LG는 '변화'…K-디스플레이 전략과 과제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2024년도 인사를 마무리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인사로 중소형 OLED 사업을 공고히하고, 8.6세대 IT용 OLED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안정적으로 끌고 나갈 전망이다. 반면 수장을 교체하는 LG디스플레이는 사업구조 개편과 IT용 OLED 투자를 위한 변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향 OLED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 구상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8.6세대 등 차세대 OLED 투자 지속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삼성디스플레이는 29일 2024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유임됐다. 최주선 사장은 지난 2020년 12월 삼성디스플레이 신임 대표에 내정된 인물이다. KAIST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S부문 등에서 반도체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역임하며 퀀텀닷(QD) OLED 사업을 지휘했다. 이번 최주선 대표의 유임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 전략에 대한 안정 및 지속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 매출 8조2천200억원, 영업이익 1조9천400억원을 기록했다. IT 시장의 불황이 이어진 상황에서도 중소형 OLED 패널을 주요 고객사 플래그십 제품에 공급한 데 따른 효과다. 특히 애플이 지난 9월부터 출시한 아이폰15시리즈에 OLED 패널을 활발히 공급한 것이 주요했다. 업계가 추산한 올해 아이폰15용 패널 공급량은 1억대 내외다. 이 중 삼성디스플레이는 경쟁사 품질 이슈 등에 힘입어 당초 예상보다 많은 7천만대 수준의 공급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공식화한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 투자에도 계속해 힘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8.6세대는 기존 6세대 대비 생산성이 2배가량 높은 라인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해당 라인 구축에 오는 2026년까지 총 4조1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애플은 내년 아이패드, 2026~2027년 맥북에 LCD 대신 OLED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용 OLED 패널을 6세대에서, 맥북은 8.6세대를 통해 대응하고자 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아이패드 물량 확대를 위해 애플과 가격 협상을 적극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8.6세대 OLED 생산 라인을 선제적으로 투자했다는 점을 고객사에게 어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신임 대표 체재로 전략 변화 가능성 주목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3일 2024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을 신임 CEO(최고경영자)로 선임했다. 정철동 사장은 1984년 LG반도체에 입사해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담당 상무, LG디스플레이 CPO 부사장, LG화학 사장, LG이노텍 사장 등을 역임했다. LG 내 부품·소재 부문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전문성을 쌓은 것은 물론, LG이노텍에서 애플과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철동 사장은 디스플레이와 관련한 제반 사항을 잘 아는 인물"이라며 "업계에서도 LG디스플레이의 신임 대표 후보로 자주 거론돼 왔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인사로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변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누적 적자액은 4조7천653억원에 달한다. 주력 사업이었던 TV용 대형 OLED 시장이 부진했고, 아이폰15용 OLED 패널 생산 시점이 다소 지연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4분기에는 아이폰15 공급량을 크게 늘리며 흑자전환을 이룰 가능성이 유력하나,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발판 마련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아이폰15 시리즈 효과가 내년 1분기부터 감소하며, TV 시장도 수요 정체로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삼성전자에 공급하기 시작한 대형 W(화이트)-OLED도 내년 물량 확대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는 오랜 적자로 부족해진 투자 재원 마련, 8.6세대 IT용 OLED 투자 결정 등 적잖은 과제를 떠안고 있다. 우선 투자 재원 마련은 비주류 사업인 중국 광저우 LCD 생산라인 매각을 통해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를 위해 수요 기업들과 지속적인 매각 논의를 진행 중으로, 업계에서는 중국 BOE와 CSOT가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8.6세대 IT용 OLED 투자 계획도 최대한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8일 중국 BOE는 청두 지역에 총 88억 달러(한화 약 11조4천억원)를 들여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시작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LG디스플레이보다 빠르게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만약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BOE보다 8.6세대 IT용 OLED 양산 준비가 늦춰질 경우, 애플과의 협력 강화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BOE가 8.6세대 투자 준비를 위해 이달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와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상반기 내 투자가 유력하나,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