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부터 아이폰까지...'AI 스마트폰' 경쟁 돌입
내년부터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개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애플, 구글까지 독자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을 스마트폰에 탑재할 계획인 가운데 새로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기존 AI 서비스는 대규모 서버를 통해 연산을 수행한 후 스마트폰에서 받았다면, 온디바이스 AI는 AI를 연산할 수 있는 칩을 기기에 내장해 통신 연결 없이 연산을 수행한다. 또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을 스마트폰에 탑재해 다양한 편의기능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17일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서 '갤럭시 언팩'을 개최하고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탑재된 첫 갤럭시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다. 갤럭시S24에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가우스(Gauss)'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8일 'AI 포럼'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가우스는 ▲ 대규모 언어모델(LLM) ▲코드 모델 ▲이미지 모델로 구성된 생성형 AI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먼저 '가우스'를 사내 툴에 접목해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단계적으로 스마트폰, 노트북, VR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달 9일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되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통해 '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갤럭시 사용자가 AI 폰으로 통화시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언어로 통역해 주는 기능이다. 상대방이 갤럭시 AI 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부사장은 "모바일 AI 기술이 갤럭시와 의미 있게 접목돼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고, 휴대폰의 역할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를 예고했다. 구글도 지난 6일(현지시간)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했다. 제미나이는 LLM 기반의 모델로 이미지를 인식하고 음성으로 말하거나 들을 수 있으며 코딩 능력까지 갖춘 기술이 특징이다. 제미나이는 머신 러닝 규모에 따라 ▲울트라 ▲프로 ▲나노 등 3개 모델로 출시되는데, 그 중 나노는 구글이 지난 10월 공개한 스마트폰 픽셀8 프로에 탑재돼 AI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제미나이가 탑재된 픽셀8 프로는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아도 대화와 인터뷰 음성 녹음을 요약할 수 있고, 채팅 앱에서 글의 맥락을 알고 적절한 답변을 해주는 스마트 답장 기능도 지원한다. 향후 제미나이는 구글 픽셀뿐 아니라 삼성전자 갤럭시 등 기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구글은 "안도로이드 OS를 통해 다른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도 제미나이 나노와 같은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더 많은 장치에 대한 지원을 위해 퀄컴, 삼성전자 시스템LSI, 미디어텍 등 실리콘 파트너사들과의 파트너십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 밖에 '제미나이 프로'는 이달부터 구글의 AI 챗봇 서비스 '바드'에 탑재된다. 또 가장 고성능인 '제미나이 울트라'는 내년 초에 '바드 어드밴스트'라는 이름으로 바드에 장착될 예정이다. 애플도 지난 7월 LLM 기반 생성형 AI '에이잭스(Ajax)'를 개발했다. 일명 '애플GPT'로 불리는 에이잭스는 내년 애플 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 공개되고, 하반기에 출시되는 아이폰16 시리즈에 탑재될 전망이다. 애플은 에이잭스 탑재를 통해 음성 비서 시리의 AI 기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사용자의 질의에 보다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답하고, 자동생성 애플뮤직 플레이 리스트를 제공하며, 페이지 앱에 문장 작성 도우미 기능 탑재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온디바이스 AI는 스마트폰 외에도 노트북, VR, AR, 스마트홈, 로봇 등 여러 디바이스에 도입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온디바이스 AI 기능이 처음으로 탑재된 노트북 갤럭시북4를 이달 공개하고 내년 초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조정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PC 및 모바일 디바이스를 시작으로 웨어러블 기기,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VR·AR 헤드셋, 스마트홈, 로봇 등 여러 종류의 기기 단에서도 AI 도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2032년에는 약 8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모건스탠리는 스마트폰 시장이 수요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내년 온디바이스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 출시를 계기로 스마트폰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 보다 4% 늘어나고 2025년에는 추가로 4.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