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AI 시대, 데이터 개방·공유 필요…유럽식 규제 지양해야"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챗GPT 열풍으로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가 성큼 다가오자, 데이터 개방· 공유 관련 규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데이터 산업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 방식 규제를 차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산학계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초거대 AI 시대, 데이터 개방, 공유 이슈와 과제' 세미나에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유병준 교수는 “데이터 공유가 게이트키퍼에 의해 막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실리콘밸리에서 일부 대기업에 의해 데이터 독점되고 더 이상 빅히트 상품 기업이 나오지 않는 이유”라고 피력했다. 이어 유 교수는 “한국의 경우 좀 더 데이터 개방, 공유에 대해 앞서나가고는 있지만, 얼마나 데이터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 우리나라는 거의 드물게 유럽과는 비교 안 될 정도로 포털, AI 기업이 경쟁력을 갖췄다”면서 “유럽 수준 따라서 규제하고, GDPR 따라 하는 것은 정말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그는 “보다 적극적인 입장에서 데이터를 개방, 공유하고 활용해야만 미국, 중국 AI 기술과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그는 “알고리즘 사전 조사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개인정보 노출은 사후 관리해도 늦지 않는다. 오히려 (사전 규제를 하면) 역이용할 수 있는 집단에 기술이 노출될 수 있다. 너무 앞서서 규제하고 조사하려는 것은 일어나고 있는 싹을 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데이터 산업은 선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전쟁터다. 접근법도 기존 관점에서 한 발 나아가기보다 역발상으로 접근해 볼 필요 있다. 지적재산권 관련 많은 부분이 혁신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정의로 접근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지적재산권 정의, 시장에서 가치 만들어 나가는 이들에게 대한 선행 보상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대부분 EU 법을 지금 상황에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 시장은 미국 시장과 더 흡사하다고 본다. 유럽은 플랫폼 경쟁력 크게 없어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라 규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나름대로 자국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미국 시장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조영기 국장은 “우리나라 국민과 EU 시민들의 디지털 규제 관련 사고방식이 분명히 다른데, 그 규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EU 내에서 플랫폼 기업, 스타트업이 활성화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 국장은 “AI 관련해서는 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AI 기술은 이제 학술, 비영리 영역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사업적으로 극소수 몇몇 기업들이 차세대 패권 쥐기 위해서 투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손승우 원장은 “윤석열 정부 1년간 1천100건 규제 해소했다지만 또 생기고 있다. 규제 개혁 역사 20년 되는데, 근본 접근이 달라야 한다. 신산업에는 규제 자체를 두지 않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면서 “AI 산업은 아직 초기다. 어떻게 나아갈지 모른다. 한국 AI 분야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 아직 성숙하지 않는 AI 산업인데 성숙함을 요구하는 규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들은 규제 개혁 필요성에는 수긍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침이 필요하다고 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데이터진흥과 김보경 과장은 “개인 정보 보호 이슈 등 기존 권리 관계를 고려해 더 나은 방식으로 접근해서 고민할 필요 있다. 앞으로 새로운 틀 안에서 고민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어떤 내용은 관리가 가능하지 않은 위험들도 있을 수도 있고, 그 자체로 파격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스피디하면서도 신중하게 논의해 꼭 필요한 준거는 정립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 혁신을 위해 규제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느 정도 제재가 없으면 지위 남용 등으로 인해 또 하나의 혁신이 저해될 가능성도 있어 책임의식 바탕으로 자율규제가 잘 굴러가려면 기본적인 컨센선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신기술보호정책과 김직동 과장은 유럽 GDPR을 그대로 따라 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유럽 규제를 그대로 차용하기 보다는 실정에 맞게 바꾸려고 노력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과장은 “그렇다고 GDPR을 레퍼런스 삼지 않아야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글로벌 스탠다느는 어느 정도 맞춰야 한다. 너무 따라가는 것도 아니지만 너무 고려하지 않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우리 환경 맞춰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이 고민하고 있으나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사후 규제도 중요한 것 같지만 달리 생각할 것도 있다”면서 “초거대 AI는 한 번 학습하면 재학습에 시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 미리미리 잘 준비해서 나오는 것도 중요하다. 사후 규제만 적용하면 이용자 불안 증폭되고 서비스 효용성이 낮아질 수 있어 필요한 부분에서 지침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