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소설 '봄봄'이 AI 드라마로 재탄생
김유정의 '봄봄'과 '동백꽃',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 등 한국문학 작품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다. 익숙한 소설 속 인물과 이야기를 새로운 공간과 영상으로 구현하고, 원작에 없던 상상력까지 더한 시도다. EBS는 한국 고전과 근현대 문학을 AI로 재해석한 신규 프로그램 'EBS AI 문학관'을 오는 16일부터 방송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문학 11개 작품을 바탕으로 총 13편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다. 교과서에 수록되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 연계된 작품 등 교육 현장에서 친숙한 소설을 중심으로 선정했으며, 전문가 자문을 거쳐 원작의 정서를 영상에 담았다. 단순히 소설 내용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극적 요소를 강화하거나 배경을 새롭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서로 다른 작품의 등장인물을 하나의 이야기에서 만나게 하는 등 원작의 틀을 벗어난 구성도 선보인다. 첫 방송에서는 김유정의 '봄봄'을 각색한 '호구의 봄'이 공개된다. 결혼을 약속받고도 뜻을 이루지 못하는 남자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원작 특유의 해학과 익살을 드라마로 풀어냈다.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를 재해석한 '비밀'은 원작과 다른 공간 연출이 특징이다. 사실적인 시대 배경 대신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듯한 공간을 AI로 구현해 주인공의 감춰진 내면과 이야기의 아이러니를 표현했다. 이효석의 '풀잎'을 원작으로 한 '닿을 듯 닿지 않는'은 1930년대 사회적 제약 속에서 엇갈리는 인물들의 사랑과 감정을 그린다. 현진건의 '고향'을 바탕으로 제작한 '어디서 오십니까'는 일제강점기 조선 민중의 가난과 유랑, 상실을 AI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했다. 이 밖에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 조위한의 '최척전', 강경애의 '소금', 최서해의 '탈출기', 작자 미상의 '규중칠우쟁론기' 등도 영상화한다. 제작 방식 역시 기존 드라마와 다르다. 한 명의 감독이 작품의 기획부터 영상 완성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고, 생성형 AI로 인물과 배경, 장면을 구현한다. 이는 EBS가 지난해 선보인 생성형 AI 1인 제작 파일럿 'EBS AI 단편극장'의 제작 방식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확대한 것이다. 대규모 제작 인력 대신 연출자 개인의 창작 역량과 AI 기술을 결합해 영상 제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정영재·최지영·구태림·김진호 감독은 "청소년에게는 한국문학을 보다 친근하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한 문학 작품을 새로운 영상과 드라마의 재미로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BS AI 문학관'은 내년 1월8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1시 55분 EBS 1TV에서 방송된다. 총 13부작이며, 방송 후 E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