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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공략 시동 건 코어위브…데이터센터 협력·추론 사업 키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가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 사업자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뿐 아니라 AI 추론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코어위브는 한국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내 여러 사업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데이터센터 위치, 협력 기업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코어위브는 최근 아시아 지역으로 AI 인프라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 인도네시아에 총 360메가와트(MW) 규모의 데이터센터 3곳을 확보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달 6일에는 인도 아다니커넥스와 협력해 나비뭄바이에 240M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인도 시설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코어위브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 'AI 페스타 26'에 회사 이름을 내건 부스를 마련했다. 코어위브가 국내 전시 행사에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현석 코어위브 한국·동남아시아 총괄대표는 행사장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AI 인프라 시장의 현황과 코어위브의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한국·동남아시아 지역 GTM(Go-To-Market)을 맡아 GPU 인프라와 추론 서비스 등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미국 네오클라우드 기업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구글클라우드 등 기존 하이퍼스케일러와 달리 대규모 AI 워크로드에 특화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GPU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수요는 국가 간 경계가 거의 무의미하다"며 "한국에서도 최신 GPU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코어위브의 해외 데이터센터를 통해 GPU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은 일반적인 클라우드 서비스에 비해 네트워크 지연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데이터의 해외 이전에 제약이 없다면 국내 데이터센터가 없어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금융·공공·의료 등 개인정보나 민감정보를 다루는 분야에서는 국내 인프라 유무가 서비스 도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데이터 국외 이전에 대한 규제와 기업 내부 정책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GPU를 빌려 쓰기로 결정한 기업 중에는 데이터센터가 한국에 있는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곳도 많다"며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처럼 개인정보와 민감정보를 활용하는 곳은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韓 기업 GPU 수요 상당…수천~수만 장 문의도" 코어위브가 한국 시장에서 주목하는 분야 중 하나는 대규모 GPU 수요다. 국내 통신사와 전자·플랫폼 기업 등을 중심으로 엔비디아 최신 GPU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B300뿐 아니라 차세대 베라 루빈 시스템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B300 등 최신 GPU를 수천 장에서 수만 장 규모로 요청하는 사례가 있다"며 "베라 루빈 같은 차세대 시스템에 대한 문의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기업의 GPU 수요가 실제 대규모 공급 계약으로 연결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부분도 있다. 정부 지원 사업 등을 통해 GPU 사용 예산을 확보하는 기업이 많아 장기간 이용을 확약하기 어려운 사례가 있어서다. 김 대표는 "국내 대기업에서 B300을 수천 장에서 수만 장 규모로 요청하더라도 사용 기간을 물어보면 6개월이나 7개월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GPU를 확보하다 보니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몇 년 이상 보장하기 어려운 구조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규모 GPU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장기간 제공하는 네오클라우드의 사업 방식과 차이가 있다. 코어위브는 대규모 GPU 공급에서 사용 기간과 물량에 대한 고객의 확약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최근에는 3~6개월 단기 계약도 체결하는 등 공급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려면 장기적인 수요 예측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들어오는 대규모 GPU 공급 요청에서도 계약 기간과 수량, 선급금 등의 조건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GPU가 필요하다는 요청만으로 대규모 물량을 확보해 제공하기 어려운 사업 구조라는 의미다. 특히 GPU 공급 능력이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봤다. 기존 클라우드 사업자와 네오클라우드는 서비스 구조와 기술 아키텍처에서 차이가 있지만 고객이 원하는 최신 GPU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가격이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세우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이퍼스케일러와 네오클라우드의 차별점도 여기에 있다. AWS·애저·구글클라우드가 CPU와 GPU를 비롯한 다양한 컴퓨팅 자원을 범용 클라우드 아키텍처에서 제공한다면 네오클라우드는 대규모 GPU 클러스터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AI 학습·추론에 맞춰 구성한다. 고객은 기존 클라우드 계약과 비용, AI 워크로드의 특성 등을 고려해 필요한 인프라를 선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AI 인프라는 GPU만의 경쟁이 아니라 '자본의 전쟁(War of Capital)'"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GPU 모델이 없으면 경쟁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W&B 고객 기반으로 韓 추론 시장 공략 코어위브가 한국에서 GPU 공급과 함께 힘을 싣는 분야는 AI 추론이다. AI 시장의 중심이 대규모 모델을 학습하는 단계에서 개발한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단계로 확장되면서 추론용 컴퓨팅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인수한 AI 개발 플랫폼 기업 웨이츠앤바이어시스(Weights & Biases·W&B)를 활용해 기존 소프트웨어 고객과 코어위브의 GPU 인프라·추론 서비스를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W&B는 AI 모델 개발 과정에서 실험 결과를 추적하고 성능을 평가·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코어위브는 W&B를 자체 GPU 인프라와 결합해 AI 모델 개발과 학습부터 추론, 평가·관측까지 이어지는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주요 AI 기업들이 W&B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모델 개발 단계에서 확보한 고객 접점을 추론과 GPU 인프라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어위브의 한국 사업에서도 W&B가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김 대표는 "국내 주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기업들이 이미 W&B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모델 개발을 넘어 실제 추론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만큼 코어위브의 GPU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 확산도 추론 시장 성장을 촉진할 요인으로 꼽았다. 기존에는 모델을 학습하는 과정에 대규모 GPU가 집중적으로 사용됐다면 AI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실제 이용자의 요청을 처리하는 추론 단계에서 필요한 컴퓨팅 자원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는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에도 답변 품질과 성능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개선해야 한다.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을 관측하고 평가하는 과정도 중요해지면서 코어위브의 GPU 인프라와 W&B 소프트웨어를 결합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는 셈이다. 코어위브는 서버리스 추론과 전용 추론 인프라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추론 서비스를 유통하거나 공동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업들과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 국내 추론 생태계가 충분히 형성된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추론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기업과 이를 공급하려는 사업자는 늘고 있지만 GPU 인프라와 여러 AI 모델을 연결해 사용량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구조는 이제 만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GPU 인프라 사업에서는 기존 IT 시장의 총판·리셀러 구조를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대규모 GPU 계약은 장기간 공급과 사용량, 투자비 회수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해 최종 고객과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 중요한 반면 추론 시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 사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에는 추론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기업도 많고 이를 공급하려는 기업들도 있지만 아직 생태계가 충분히 형성되지는 않았다"며 "현재 여러 국내 기업과 협력을 검토하고 있으며 앞으로 추론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10.09 16:06장유미 기자

이승현 알파카랩 대표, 국가 AI 리더스 대상…"AI는 국가 전략자산"

"인공지능(AI)은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현재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천운의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국가 전략으로 살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이승현 알파카랩 대표는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 AI 대상 시상식에서 국가 AI 리더스 대상을 받은 직후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과기정통부가 주최하고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가 주관하는 국가 AI 대상은 국내 AI 생태계를 이끄는 혁신 기업과 리더를 발굴해 성과를 조명하는 시상식이다. 올해는 기업 10곳과 리더 1명이 수상했으며 개인 자격 수상자는 이 대표가 유일하다. 디플정 AI 정책 총괄부터 소버린 AI 까지 국가 AI 경쟁력 강화 이끌어 이 대표는 소버린 AI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민·관·학 협력을 통해 국가 AI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공공과 민간 현장을 잇는 AI 전환(AX) 기반을 마련하고, 국내 AI 기업이 보안·조달·클라우드 등 공공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 온 점이 높게 평가됐다. 그는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인공지능·플랫폼혁신국장을 맡아 국가 AI 전략과 공공 AX 추진을 총괄했다. 챗GPT 등장 직전에 부임해 생성형 AI 확산기 내내 행정안전부,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무조정실을 아우르는 범부처 AI 정책을 조율했다. 재직 중 범정부 초거대 AI 공통기반을 기획 단계부터 설계했고 여러 AI 모델을 라우팅해 함께 쓰는 멀티모델 구조를 2023년에 구상했다. 국가정보원과 함께 국가망보안체계(N2SF) 마련에 참여했다. 논란이 많던 소버린 AI의 기준을 정리하기 위해 T1부터 T6까지 등급 체계도 직접 구축하는 등 국내 AI 발전과 확산을 위해 전방위로 노력해온 인물이다. 현재는 알파카랩을 통해 기업들이 공공 분야의 보안, 예산·조달, 정부 클라우드 환경을 이해하고 실질적인 AX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해가 어려운 기업에는 직접 개념검증(PoC)을 만들어 시연하기하는 등 AX 확대에 나서는 중이다. 그는 "당시 디플정이 행정안전부, 과기정통부부터 국무조정실까지 아울러 누구보다 열심히 전략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정권이 바뀌었지만 이렇게 인정해 주셔서 감사할 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AI, 국가 판도 바꿀 범용 기술"…공공이 선도하고 민간 자립 역량 키워야 이 대표는 AI가 인구절벽과 생산성 문제 등 여러 어려움에 처한 우리나라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AI는 국가 간 경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핵심 전략기술인 동시에, 인터넷처럼 산업과 행정, 일상 전반에 적용되는 범용 기술"이라며 "정부와 공공 부문이 선도적으로 활용 사례를 만들고 확산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단기적 기술 지원을 넘어 장기적인 국가 AI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선 국내 기업이 공공 분야에서 기술을 실증하고 레퍼런스를 축적할 수 있도록 조달·예산 체계를 AI 기술 변화 속도에 맞게 유연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발성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도록 공공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데이터 활용 기반 마련, 민간 클라우드 활용 확대, 보안 기준 고도화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소버린 AI 역량 확보를 위해 국내 AI 모델과 서비스, 데이터 및 컴퓨팅 인프라를 아우르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기술을 무조건 배제하기보다 글로벌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특정 플랫폼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을 선택권과 자립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AI 에이전트 확산에 대비한 제도 정비도 주문했다. AI가 계약·결제·행정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에 대비해 책임과 권한, 보안, 감사 기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산업계·학계·공공이 함께 새로운 기술 환경에 맞는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대학 강의와 저술 활동을 통해 AI의 사회적 의미와 활용 방향을 알리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초 선보인 저서 'AI국부론'에서는 AI를 단순한 기술 경쟁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 공공 혁신을 좌우할 핵심 자산으로 조명했다. 이 대표는 올해 말 AI 에이전트 확산에 따른 토큰 사용량 증가와 비용 부담, 이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다룬 신간을 낼 예정이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검색·분석·의사결정·거래 등 복합 업무를 수행할수록 연산량과 토큰 사용량이 급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단순한 기업의 서비스 운영비 문제가 아닌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그는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토큰이 새로운 비용이자 핵심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어떤 업무에 어떤 AI 모델을 적용할지, 비용을 어떻게 측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지에 대한 국가와 기업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국가 전략자산인 만큼 하나의 학문 분야에만 국한해 접근해서는 안 되며, 다학제적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며 "기술뿐 아니라 경제·산업·법·제도·인문사회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AI에 더 큰 관심을 갖고 공동의 목표 아래 협력해야 목표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10.07 14:05남혁우 기자

[AI 리더스] 모리타 준 퍼플렉시티 APAC "연내 韓 법인 설립, AI 선택지 넓혀"

인공지능(AI) 검색으로 이름을 알린 퍼플렉시티가 올해 안에 한국 법인을 세운다. 여러 거대언어모델(LLM)을 연결한 AI 에이전트로 한국 이용자와 기업이 다양한 AI를 한곳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모리타 준 퍼플렉시티 아시아태평양(APAC) 대표는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카페 큐리어스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올해 안에 한국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페 큐리어스는 퍼플렉시티가 지난해 9월 서울에 문을 연 첫 오프라인 거점이다. 온라인에서만 접하던 퍼플렉시티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AI를 주제로 교류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첫 오프라인 거점으로 서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한국 시장에 대한 퍼플렉시티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퍼플렉시티는 2022년 설립된 미국 AI 기업이다. 기존 검색엔진처럼 관련 링크를 나열하는 대신 웹에서 정보를 찾아 질문에 답하고 원문 출처까지 함께 제시하는 '답변 엔진'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AI 브라우저 '코멧'과 여러 AI 모델을 연결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퍼플렉시티 컴퓨터'를 내놓으며 검색을 넘어 AI 에이전트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연내 한국 법인 설립…삼성·SKT 이어 협력 넓힌다 퍼플렉시티 한국 법인 설립 계획은 지난해 한 차례 늦춰졌다. 당시 내부 전략 조정으로 일정이 미뤄졌지만 올해는 연내 설립을 목표로 다시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 법인은 국내 기업과 협력을 넓히는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리타 대표는 법인이 설립되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까지 더 다양한 국내 기업과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한국 법인을 통해 국내 기업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직 운영은 국가별 지사장에게 사업을 맡기는 일반적인 해외 지사와 다르게 가져갈 계획이다. 국가마다 별도 조직을 두기보다 APAC 조직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며 각 시장을 지원하는 현재 체계를 이어간다. 국내 기업과 협력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다. 퍼플렉시티는 SK텔레콤과 손잡고 국내 이용자에게 유료 서비스 '퍼플렉시티 프로'를 제공하고 AI 서비스 개발에서도 협력해왔다. 올해는 삼성전자 갤럭시 S26에도 퍼플렉시티 기술이 적용됐다. 퍼플렉시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빅스비 실시간 웹 검색과 추론에도 관련 기술이 활용된다. 협력 대상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모리타 대표는 현재 여러 하드웨어 기업과 추가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드웨어 기업들이 퍼플렉시티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으로 정확도와 신뢰를 꼽았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PC에서 이용자를 대신해 행동하기 시작하면 잘못된 판단이 실제 업무 오류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모리타 대표는 "퍼플렉시티는 처음부터 정확도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발전해왔다"며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행동하는 시대에는 정확도와 신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LLM 한곳에…검색 넘어 '일하는 AI'로 퍼플렉시티가 검색 다음 단계로 내세운 서비스는 '컴퓨터'다. 이용자가 하나의 AI 모델에 모든 업무를 맡기는 대신 여러 LLM과 에이전트를 연결해 작업에 맞는 AI를 활용한다. 이용자가 복잡한 업무를 요청하면 이를 여러 단계로 나누고 각 작업에 적합한 모델을 골라 일을 맡긴다. 하나의 모델에서 결과를 받아 끝내는 게 아니라 다른 모델을 활용해 결과를 다시 확인할 수도 있다. 모리타 대표는 "20~30개 LLM 가운데 요청한 업무에 어떤 모델이 적합한지 판단해 활용한다"며 "결과가 나오면 다른 모델과 비교해 제대로 수행됐는지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퍼플렉시티는 이처럼 하나의 LLM에 의존하지 않고 작업에 따라 여러 모델을 조합한다. 검색과 추론, 코딩 등 각 모델 강점을 활용하고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빠르게 서비스에 반영한다. 이용자는 챗GPT와 클로드, 제미나이 등을 따로 오가며 업무마다 적합한 모델을 고를 필요가 줄어든다. 기업 역시 특정 모델에 업무 환경을 맞추기보다 성능과 가격 변화에 따라 다른 모델을 선택할 여지가 커진다. 기존 모델 가격이 오르거나 더 성능이 좋은 모델이 등장해도 시스템 전체를 다른 AI로 옮기기보다 업무에 따라 사용하는 모델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모리타 대표는 "하나의 LLM만 사용하면 그 모델이 잘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나뉠 수밖에 없다"며 "퍼플렉시티는 여러 모델을 활용해 이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결과까지 다시 검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AI 비용을 계산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봤다.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는 직원 몇 명이 사용하는지에 따라 비용을 내는 '시트' 중심이었다면 생성형 AI는 어떤 모델을 얼마나 사용하고 토큰과 컴퓨팅 자원을 얼마나 소비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정 모델에 고정되지 않으면 가격과 성능 변화에도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업무에는 저렴한 모델을 쓰고 높은 추론 성능이 필요한 업무에는 고성능 모델을 활용하는 식이다. 모리타 대표는 "더 저렴하면서 성능이 좋은 모델이 나오면 같은 비용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토큰 소비와 효율성이 계속 달라지는 만큼 기업이 AI를 구매하는 방식과 AI 회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퍼플렉시티는 이런 유연성을 AI 모델뿐 아니라 작업이 실행되는 환경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클라우드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대신 필요에 따라 이용자 기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컴퓨트'를 도입했다. 하이브리드 컴퓨트는 웹 검색이나 복잡한 추론은 클라우드가 맡고 민감한 파일이나 로컬 프로그램을 다루는 작업은 이용자 기기에서 처리한다. 하나의 업무를 클라우드 AI와 로컬 AI가 나눠 수행하는 구조다. 로컬 환경에서 처리하는 작업에는 클라우드 크레딧도 사용되지 않는다. 모리타 대표는 "집에 있는 컴퓨터를 켜두면 외부에서도 클라우드와 로컬 환경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며 "로컬 파일과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서 민감한 정보는 기기 안에 남겨둘 수 있다"고 소개했다. "AI가 행동해도 결정권은 사람에게" AI가 검색과 답변을 넘어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이용자가 어디까지 권한을 맡길지도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AI 에이전트가 이메일을 보내고 파일을 수정하거나 구매·결제까지 맡게 되면 잘못된 판단이 실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퍼플렉시티는 AI가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최종 결정권은 이용자에게 남겨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모리타 대표는 "AI가 일을 대신해줄 수는 있지만 결정권까지 넘겨서는 안 된다"며 "행동은 AI가 수행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이용자가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행동을 실행하기 전에는 AI가 무엇을 하려는지 이용자에게 알리고 허가를 받도록 한다. 다만 모든 행동을 할 때마다 매번 승인을 받도록 하는 건 아니다. 반복 업무는 이용자가 처음에 작업 범위와 조건을 정해두면 해당 범위 안에서 AI가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일례로 매주 월요일 특정 뉴스와 자료를 정리해 이메일로 보내도록 지시한다면 처음에 업무 내용과 전달 대상을 승인한 뒤 같은 절차를 반복한다. 모리타 대표는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도 어떤 조건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미리 정해두고 이용자가 승인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이 같은 새로운 AI 활용이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시장으로 평가했다.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이용자가 많고 기업도 AI 활용에 적극적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오는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AI페스타26' 퓨처 테크 컨퍼런스 무대에도 오른다. '검색하는 시대에서 답을 얻는 시대로'를 주제로 AI 검색이 에이전트로 확장되는 과정과 퍼플렉시티가 그리는 다음 단계를 소개할 예정이다. 모리타 대표는 "한국은 얼리어답터가 많고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시장"이라며 "퍼플렉시티가 앞으로 내놓을 기술과 서비스가 한국 이용자와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6.10.04 10:10김동원 기자

[AI 리더스] 한국 온 조지 카메론 AA 창업자 "AAII 개편, 모티프 독파모 탈락과 무관"

"이번 개편은 특정 사건에 반응해 이뤄진 조치가 아닙니다. 우리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인공지능(AI)을 가장 잘 측정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고 있습니다."조지 카메론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이달 초 진행된 '인텔리전스 인덱스(AAII) v4.2' 개편을 두고 한국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평가에서 불거진 모티프테크놀로지스 탈락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모티프가 AAII에서는 참여팀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도 정부 종합평가에서 탈락하면서 벤치마크와 실제 성능 간 괴리를 둘러싼 논쟁이 커졌지만, 이번 개편은 특정 기업이나 사례에 대응한 조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카메론 CPO는 14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 2026'에 참석한 후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인텔리전스 인덱스는 최신 AI 역량을 반영할 수 있도록 계속 업데이트해 왔다"며 "이번에는 터미널 벤치 최신 버전을 반영하고 비공개 테스트셋을 갖춘 'AA 브리프케이스'를 추가한 것이 주요 변화"라고 말했다. 앞서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지난 4일 AAII를 v4.2로 개편한 바 있다. 이번 개편에선 비공개 테스트가 전체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 20%에서 40%로 확대하고 실제 업무 수행 능력을 측정하는 평가 항목도 강화했다. 이는 공개된 평가 문제와 정답을 활용해 점수를 끌어올리는 벤치마크 게이밍 우려가 커지면서 평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벤치마크 게이밍은 국내에서 '벤치맥싱(Benchmaxxing)'으로도 불리는 방식으로, 미국 애프터쿼리처럼 특정 벤치마크 성능 향상을 위한 데이터와 학습 방법론을 제공하는 업체도 등장하면서 평가 점수가 실제 활용 성능을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다만 카메론 CPO는 비공개 테스트 비중 확대가 최근 특정 논란에 대응해 단기간에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공개 테스트셋은 이전부터 벤치마크에 포함해 왔고 그 비중도 계속 늘려왔다"며 "이번 변화 역시 어떤 특정 사건에 반응해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인텔리전스 인덱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온 과정의 하나"라고 말했다. 또 카메론 CPO는 아티피셜 애널리시스가 벤치마크 게이밍을 막기 위해 평가 구조도 분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 시험 하나에 모델을 집중적으로 학습해 높은 점수를 얻더라도 전체 평가에선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도록 여러 평가를 함께 적용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카메론 CPO는 "게이밍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특히 인텔리전스 인덱스 안에 10개의 서로 다른 평가를 두고 특정 벤치마크 하나에만 집중하기 어렵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공개 테스트셋도 운영하고 있다"며 "새로운 벤치마크를 계속 반영해 인덱스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AI 모델 경쟁의 중심이 단순한 문제풀이 성능에서 실제 업무 수행 능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점도 평가 방식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웹을 탐색하고 외부 도구를 활용하며 여러 단계를 거쳐 장시간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가 확산되면서 기존 정적 벤치마크만으로 모델 성능을 충분히 비교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신 AI 모델은 코딩과 도구 활용, 컴퓨터 사용, 장기 업무 수행 등에서 빠르게 성능을 높이고 있다. 평가기관들도 이에 맞춰 단순 정답률보다 실제 업무에 가까운 환경에서 모델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지를 측정하는 방향으로 평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에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이번 개편에서 'AA 브리프케이스'도 새로 반영했다. 비공개 테스트셋을 활용해 실제 지식 노동에 가까운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고, 공개 문제에 맞춘 과적합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다. 카메론 CPO는 "AA 브리프케이스는 비공개 테스트셋을 갖춘 에이전틱 지식 업무 벤치마크"라며 "이를 인텔리전스 인덱스에 통합해 AI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더 잘 반영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벤치마크 점수와 실제 모델 역량을 어떻게 함께 평가할지를 두고 논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2차 단계평가에서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AAII 평가에서 참여팀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전문가·사용자 평가에서 뒤지며 최종 탈락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후 업계에선 벤치마크 점수만으로 모델의 실제 활용성과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실제 추론과 업무 수행, 에이전틱 역량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려면 벤치마크가 여전히 필요하고 이를 실제 성능에 가깝게 측정하도록 계속 고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를 두고 카메론 CPO는 모티프 사례와 같은 개별 평가 결과보다 모든 모델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평가 방법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정 기업이나 국가의 평가 결과에 따라 기준을 달리하지 않고 동일한 조건에서 모델 성능을 비교해야 한다고 봐서다. 그는 "우리는 매우 표준화된 방법론을 유지하고 있다"며 "생태계 내 모든 모델에 동일한 벤치마크를 적용하고 특정 모델에 따라 평가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카메론 CPO는 한국 AI 기업들과의 교류가 AAII 평가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같은 원칙을 강조했다. 또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AI 기업과 이용자들로부터 평가 방식에 관한 의견을 받고 있지만, 특정 기업이나 모델에 맞춰 벤치마크 구성을 바꾸지는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모델에 동일한 표준화된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으며 모델에 따라 평가 방식을 다르게 운영하지 않는다"며 "AI 생태계에 있는 기업들과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를 사용하는 수많은 이용자들로부터 폭넓게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AAII가 지속적으로 개편되면서 서로 다른 버전에서 나온 점수와 순위를 어떻게 비교해야 하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같은 모델이라도 새로운 벤치마크가 추가되거나 평가 비중이 바뀌면 이전 버전과 점수, 순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실제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지난 3일 기존 지수에서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를 61점으로 평가해 메타의 '뮤즈 스파크 1.3'보다 낮은 순위에 뒀지만, 하루 뒤 v4.2로 개편하면서 아스트라의 순위를 2위로 끌어올렸다. 새 지수에서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1'이 1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카메론 CPO는 평가판이 바뀌면 같은 모델의 점수와 순위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모델이 할 수 있는 일이 계속 달라지는 만큼 이를 측정하는 기준도 함께 바뀌며 새 평가 항목과 비중이 적용되면 이전 버전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모델이 할 수 있는 일이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인텔리전스 인덱스도 이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계속 바뀐다"며 "AI 지능에 대한 기대와 평가 방식이 발전하는 만큼 점수와 순위가 달라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2026.09.14 15:41장유미 기자

[AI 리더스] 라이너, 검색 서비스 넘어 기술 판다…"B2B 본격화"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 기업 라이너가 올해부터 기업 간 거래(B2B)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다. 개인 이용자에게 AI 검색과 연구 특화·문서 작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그동안 축적한 AI 검색과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을 기업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최근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지금까지 라이너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플랫폼이라고만 여겼다면 우리가 만드는 것은 다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미국과 중동, 한국 기업들이 자사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웹페이지의 중요한 문장을 표시 및 저장하는 하이라이팅 서비스로 출발한 라이너는 이용자가 선택한 데이터를 검색 결과 우선순위에 활용하며 AI 검색 서비스로 영역을 넓혀왔다. 생성형 AI를 도입한 이후에는 검색증강생성(RAG)과 자체 랭커를 결합하고 답변 문장마다 근거 자료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검색 정확도와 신뢰성을 높였다. 라이너 스콜라 2.2배·라이트 13배…B2C 성장세 지속 라이너는 올해 상반기부터 회사 제품군과 수익 모델, 사업 영역이 촘촘해졌다. 연구 리서치에 특화한 '라이너 스콜라'를 지난 1월 독립 서비스로 출시하고 2월 업무 문서 작성에 특화한 '라이너 라이트'를 선보이는 등 기존 AI 검색을 전문 에이전트로 확장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라이너 스콜라의 주간 사용자 수는 지난해 9월 대비 올해 9월 2.2배 증가했다. 라이너 라이트 주간 사용자는 수는 최근 3개월간 13배 늘었으며 같은 기간 라이너 크레딧을 구매한 이용자도 4.9배 성장했다. 이같은 수치는 AI 에이전트 전문화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라이너 스콜라와 라이너 라이트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각각 연구 업무와 문서 작성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서비스로 설계됐다. 김 대표는 두 서비스에 대해 "오랜 시간 사용하는 충성 이용자들이 생겼다"며 "크레딧을 사서 한 달에 몇백만 원씩 쓰는 이용자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B2C 수익 모델 역시 다변화되고 있다. 라이너는 기존 구독에 더해 충성 이용자를 위한 크레딧을 도입했고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광고 모델도 적용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용자와 매출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다. "파는 게 많아졌다"…B2B, 새로운 먹거리로 라이너가 B2B 사업에서 지향하는 방향성은 개인용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하는 것을 넘어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 자체를 판매하는 것이다. AI 검색과 출처 기반 답변, 여러 AI 모델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등이 기업의 업무 환경에 맞춰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투자 과정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라이너는 지난달 5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이 기존 구독 매출에 크레딧과 B2B 계약이 더해지면서 수익원이 다변화된 점을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기업과의 계약 성과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라이너는 지난달 기업·공공·대학의 AX(AI 전환)를 전담하는 'AX 디비전' 조직을 신설하며 관련 사업을 본격화했다. 주요 협력 사례도 확보한 상태다. 라이너는 작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책 AI기업 휴메인과 파트너십을 맺은 데 이어 지난 7월 말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에이전틱 AI 기반의 스마트 빌딩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기업 고객이 AI 서비스를 도입할 때 여러 후보를 놓고 실제 업무에 필요한 검색 품질이나 활용성을 테스트해보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가 선택되고 계약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2B 사업의 모든 영역이 같은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프로젝트에 따라 기술검증(PoC)을 진행하는 사업이 있는 반면 이미 상용화된 영역도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너 기술, API·MCP로 외부에 심는다 라이너는 B2B 사업을 기업이 라이너 서비스를 직접 사용하는 방식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와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통해 외부 서비스나 AI 에이전트가 라이너의 검색·정보 활용 기술을 호출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술 공급자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는 라이너가 오픈AI나 구글이 제공하는 범용 AI 챗봇 서비스와 모든 영역에서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 회사 강점인 검색과 정보 탐색 영역으로 빅테크 AI 기능을 일부 보완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챗GPT나 클로드와 경쟁한다기보다 이들 기업이 비교적 집중하지 않는 것을 해주는 형태"라며 "API나 MCP를 통해서 우리 검색 기술을 다른 에이전트들이 쓸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라이너가 기업 시장에서 강조하는 기술적 강점은 검색 정확도다. 라이너 서비스는 질의를 여러 단계로 분해하고 적합한 출처를 선택한 뒤 답변을 생성한다. 생성 과정에서 환각 여부와 출처 간 충돌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추가 검색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김 대표는 "라이너 스콜라와 라이너 라이트에 이어 '라이너 파이낸스'까지 내놓은 만큼 당분간은 기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하반기에는 B2B 분야 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너의 중장기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좋은 정보를 찾고 이해하고 활용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되겠다"며 "AI 시대에 사람뿐만 아니라 에이전트들이 우리 서비스를 찾아오게 만들고 싶다"고 부연했다.

2026.09.14 12:34이나연 기자

[AI 리더스] 김동환 포티투마루 "중소기업 AX, 거창한 AI보다 '작은 성공'이 먼저"

"인공지능(AI)이 정말 필요한 곳이 가장 뒤처져 있습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1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국내 기업 AI 전환(AX) 현주소를 이같이 진단했다. 대기업과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AI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인력과 자금이 부족해 생산성 향상이 절실한 중소·중견기업은 상대적으로 전환이 더디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매긴 국내 AX 성적표에서도 격차는 뚜렷했다. 글로벌 수준과 비교해 대기업은 100점 만점에 70~80점, 공공은 51점 정도로 평가했다.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20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중소·중견기업의 더딘 AX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중견 협력사가 맞물려 있는 산업 구조에서 이들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전체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해법으로 처음부터 대규모 AI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업무부터 AI를 적용해 성과를 만드는 '작은 성공(Small Success)' 전략을 제시했다. 정부 지원도 기업별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기업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확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검색 기술을 20년 넘게 다뤄온 개발자 출신이다. 포털 엠파스에서 검색엔진 개발과 기획을 담당한 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검색사업본부장을 지냈다. 2015년 검색·AI 분야 개발자들과 포티투마루를 창업했다. 포티투마루는 기업용 생성형 AI와 AX를 주력으로 하는 AI 기업이다. 검색증강생성(RAG)과 기계독해(MRC) 기술 등을 기반으로 기업과 공공기관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중소기업 AX 아직 시작 단계…해법은 '작은 성공' 김 대표는 국내 AX에서 가장 우려되는 분야로 중소·중견기업을 꼽았다. 대기업은 자체 AI 인력과 투자 여력을 바탕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공공도 지난해부터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사업을 기획해 올해부터 실제 도입에 나섰다. 김 대표가 공공에 50점이 아닌 51점을 준 것도 이제 막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중소·중견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AI를 어디에 적용할지 기획할 인력이 부족하고 관련 예산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고도화할 인력까지 필요하다. AI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한 차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으로 효과를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중소·중견기업일수록 AI 도입의 시작점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AI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것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중견기업은 기획할 사람도, 예산도, 운영할 인력도 부족한 만큼 작은 것부터 시작해 성공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 전체를 한 번에 바꾸려 하기보다 당장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업무부터 AI를 적용하자는 의미다. 작은 성공이 반복되면 구성원에게 AI 활용 경험과 역량이 쌓이고 이를 바탕으로 적용 범위도 넓힐 수 있다. 김 대표는 제조 현장에서 시작할 수 있는 사례로 '매뉴얼 AI'를 들었다. 중소·중견 제조기업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 매뉴얼은 대부분 한국어나 영어로 돼 있어 언어가 장벽이 될 수 있다. 매뉴얼 AI는 외국인 근로자가 자신의 언어로 장비 사용법이나 고장 대처 방법을 질문하면 AI가 매뉴얼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아 답해주는 방식이다. 이런 서비스는 기업마다 별도로 개발할 필요 없이 비슷한 문제를 겪는 여러 제조기업이 함께 활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공통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 여러 기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면 중소·중견기업도 AI 활용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별 AI 구축보다 공통 서비스 활용해야" 중소·중견기업이 보다 쉽게 AI를 도입하려면 정부 지원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동안 AI 지원 사업은 개별 기업에 예산을 지원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 많았다. 문제는 지원이 끝난 뒤다. AI는 기술 변화에 맞춰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이 추가 비용과 전문 인력을 계속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김 대표는 이 때문에 한 번 구축하고 끝나는 방식보다 필요한 AI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안으로 중소기업이 필요한 AI 서비스를 골라 쓸 수 있는 'AI 마켓플레이스'를 제시했다. 기업마다 별도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이미 만들어진 AI 서비스를 필요에 따라 이용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공통 플랫폼을 마련하고 민간 AI 기업은 통·번역, 매뉴얼 검색, 문서 업무 등 현장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한다. 중소기업은 이 가운데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해 사용하면 된다. 정부 지원 방식도 구축비 지원에서 서비스 이용을 돕는 방향으로 넓힐 수 있다. 초기에는 이용료나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고, AI 활용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업이 비용을 부담해 계속 사용하는 구조다. 김 대표는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켓플레이스 형태로 제공하면 된다"며 "기업들이 하나씩 AI를 사용하며 경험을 쌓다 보면 스스로 필요한 서비스를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은 중소기업의 AI 도입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국내 AI 기업에도 시장을 만들어줄 수 있다. AI 기업은 하나의 서비스를 여러 기업에 공급할 수 있고 서비스 간 경쟁이 활발해지면 품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만 돕는 것이 아니라 AI 기업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결국 국내 AI 생태계를 키우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도입 자체가 성과 아냐"…핵심은 생산성과 품질 AI를 도입했다고 AX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실제 업무시간을 얼마나 줄이고 생산성을 얼마나 높였는지가 AX 성과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포티투마루도 기업 AX 프로젝트에서 AI 도입 자체보다 업무 개선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대표는 AI를 제대로 적용하면 일부 업무에서는 20~30% 수준을 넘어 70~80% 이상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AI를 통해 업무 생산성을 얼마나 높이고 효율화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성과가 확인된 AX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은 내부 AI 활용 사례와 성과를 외부에 공개하는 데 조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공 사례가 시장에 알려져야 다른 기업도 AI 투자 효과를 확인하고 도입에 나설 수 있다. 김 대표는 "좋은 AX 사례가 더 많이 공유돼야 다른 기업도 AI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문화 역시 AX 생태계를 키우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기술 개발 단계부터 사용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사용하기 어렵거나 기존 업무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한다면 현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어서다. 검색 서비스를 오랫동안 개발해온 김 대표는 AI 시장도 결국 품질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검색과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면 쉽게 다른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실제 효용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AI를 사용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면 오히려 또 다른 장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기존 업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며 "서비스 품질뿐 아니라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까지 사용자 관점에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국내 AX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들이 AI 활용 경험을 쌓으면서 향후 2~3년 사이 산업 현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포티투마루는 이에 맞춰 실제 생산성을 높이는 AX 사례를 확대하고 전문 인재 양성에도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성균관대와 부산대 등과 협력해 산업과 AI를 함께 이해하는 AX 전문 인재도 매년 80명 이상 양성하고 있다. 김 대표는 "AX 시장은 아직 시작 단계라고 본다"며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례를 계속 만들고 AX 전문 인재를 키우는 데도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2026.09.02 11:00김동원 기자

[AI 리더스] 권경민 이노그리드 CTO "AI 인프라 경쟁력, GPU보다 운영 기술에 달렸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많이 확보했느냐보다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앞으로 AI 인프라 경쟁력을 결정할 것입니다." 권경민 이노그리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0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AI 인프라 시장 변화와 운영 기술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정부와 기업들은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최신 GPU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고가의 최신 GPU를 확보한 것 자체보다 이 자원을 다양한 워크로드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권 CTO의 진단이다. 이노그리드는 이 변화에 맞춰 GPU 운영 효율화 기술을 개발하는 국책 과제 'GRIM-GPU'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단순한 GPU 공유 기술을 넘어 가상머신(VM)과 컨테이너가 혼재된 환경에서 GPU를 유연하게 분할·재구성하고 성능 간섭을 최소화하는 AI 인프라 운영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GPU 확보 경쟁 다음 단계는 '운영 효율화' 권 CTO는 최근 2~3년 동안 AI 인프라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했다고 짚었다. 그는 "초기 AI 시장에선 GPU를 빨리 수급하는 것이 경쟁력이었지만 최근에는 공급 부족 현상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며 "이제는 GPU를 어떤 서비스와 워크로드에 배치하고 기존 장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빅테크와 같은 방식의 AI 인프라 경쟁은 국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이 글로벌 기업처럼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GPU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업과 기관이 이미 보유한 GPU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운영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노그리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추진하는 GRIM-GPU 프로젝트에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GPU 공유와 재구성 기술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VM·컨테이너 혼재 환경 해결하는 'GRIM-GPU' GRIM-GPU는 정부가 추진하는 AI 클라우드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 사업 가운데 하나로, VM과 컨테이너가 혼재된 단일 노드 환경에서 GPU를 유연하게 공유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현재 AI 인프라는 크게 VM 기반 환경과 컨테이너 기반 환경으로 나뉜다. 문제는 두 환경의 GPU 활용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공공·금융 분야는 보안성과 격리 수준이 높은 VM을 선호하는 반면, AI 학습과 추론 환경은 쿠버네티스 기반 컨테이너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권 CTO는 "기존에는 GPU를 활용하기 위한 VM과 컨테이너 환경을 각각 별도로 구성해야 했지만, GRIM-GPU는 워크로드 특성에 따라 단일 환경에서 GPU를 동적으로 할당하는 기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동적 재구성 기술이 이번 과제의 핵심 연구 분야다. 통상 업무를 하는 주간에는 추론 서비스에 GPU를 사용하다가 야간에는 대규모 AI 학습에 활용하는 구조로 자원 활용 방식을 빠르게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이 담겼다. 성능 간섭을 최소화하는 스케줄링 기술도 함께 개발 중이다. GPU 메모리와 SM, L2 캐시 등 다양한 자원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 워크로드 간 충돌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를 완화하는 방식이다. 권 CTO는 "기존의 엔비디아 MIG 기술을 활용하면 자원 격리 수준은 높일 수 있지만, 다양한 서비스 환경에서 GPU를 빠르게 재구성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이번 과제에선 GPU 재구성을 5초 이내에 수행하는 것을 주요 성능 지표(KPI) 가운데 하나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GPU 한 장을 하나의 작업에만 사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워크로드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RIM-GPU는 정부 공개SW 연구개발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제 결과물은 오픈소스로 공개된다. 이노그리드는 프로젝트 컨소시엄 차원의 깃허브 저장소를 운영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는 초기 기술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공개된 기술은 개발자와 연구기관, 기업 등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다. GPUaaS·AI 데이터센터까지…통합 AI 인프라 플랫폼 확장 이노그리드는 이번 연구개발 성과를 단순 국책과제로 끝내지 않고 서비스형 GPU(GPUaaS)와 AI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CMP) 등 자사 솔루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권 CTO는 "GRIM-GPU를 통해 확보한 GPU 공유와 스케줄링, 경량 모니터링 기술을 실제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라며 "궁극적으로는 GPU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GPUaaS의 기술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NHN인재아이엔씨 합병 이후 회사의 AI 인프라 전략도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이노그리드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 역량을, NHN은 대규모 인프라 운영 경험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만큼 양사 강점을 결합해 리전형·모듈형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이노그리드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부터 플랫폼(PaaS), 거대언어모델 운영관리(LLM옵스) 등 AI 인프라를 구성하는 솔루션 라인업을 갖췄다. 향후에는 GPU를 비롯한 신경망처리장치(NPU), 양자처리장치(QPU) 등 다양한 연산자원 운영과 AI 에이전트 관리 역량도 키운다는 목표다. 권 CTO는 "3년 안에 AI 데이터센터의 클라우드 영역부터 AI 가속기, 데이터 관리, 에이전트 운영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특화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GRIM-GPU 국책과제를 통해 얻은 성과를 오픈소스로 공공에 다시 환원할 것"이라며 "국내 AI 개발자와 연구기관이 모두 활용할 수 있는 AI 인프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2026.08.20 10:36한정호 기자

[AI 리더스] 'NIA 수장' 김형철 "AI 정부 하나로 연결…'OO24' 찾아다니는 시대 끝낼 것"

"이제는 국민이 정부24 등 'OO24' 같은 행정 서비스를 각각 찾아다니는 일을 없애고 한 곳에서 업무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 정부 시스템을 서로 연결하고, 국민이 하나의 인공지능(AI)을 통해 필요한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김형철 NIA 원장은 12일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자신이 구상하는 AI 정부의 모습을 이같이 설명했다. 전자정부와 디지털정부를 거치며 현재 상당수 행정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지만, 국민이 여전히 업무마다 담당 기관과 서비스를 직접 찾아야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AI 정부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봐서다. 김 원장이 구상하는 AI 정부의 핵심은 기존 행정 시스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해 국민에게 하나의 서비스처럼 제공하는 것이다. 각 부처와 기관이 보유한 시스템과 데이터는 그대로 활용하되, AI가 국민의 요구를 파악해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찾아주는 방식이다.국민이 가장 먼저 체감할 변화로는 AI 국민비서와 AI 통합민원플랫폼을 꼽았다. AI 국민비서는 국민이 익숙한 민간 앱에서 대화를 통해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고, AI 통합민원플랫폼은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지 않고 한 곳에서 민원을 안내받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김 원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AI 사업을 아우르는 공통 아키텍처가 필요하다고 봤다. 지역과 기관마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달라도 데이터와 시스템이 연결되는 방식까지 제각각이면 같은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향후 서비스 간 연계도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그는 "지방자치는 행정에서는 옳지만, 시스템에서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서비스는 각 지역에 맞게 달라질 수 있지만 시스템이 돌아가는 파이프라인과 레이어에 대해서는 통일된 그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통 아키텍처 넘어 실행까지…NIA, 내부 체계 재정비 NIA는 이 같은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현재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범정부 AI 공통기반을 구축했다. 중앙·지방정부가 행정망 안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AI 플랫폼과 모델, 서비스 개발도구, 학습·검색증강생성(RAG)용 데이터 등을 공동으로 제공하는 환경이다. 범정부 AI 공통기반에는 추론, 멀티모달 및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등 현재 약 30여종의 AI 모델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 중 10종이 실제 서비스되고 있다. 또 이달 기준 약 9만8000명의 공무원이 가입해 행정문서 초안 작성과 법령·행정지식 검색 등에 활용하고 있다. AI 정부의 공통 아키텍처를 그리기 위한 밑작업은 김 원장 취임 후 NIA 내부에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김 원장이 각 부서가 현재 수행하는 사업뿐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일과 해결해야 할 과제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체 그림을 그릴 것을 주문한 것이 주효했다. 그는 "NIA에 와서 업무를 파악해 보니 밖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방대했다"며 "이 때문에 잘못하면 일이 여러 방향으로 갈 수 있어 지도를 잘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하는 일을 지도에 놓아보면 이미 하고 있는 부분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 필요하지만 법·제도나 규제 때문에 하지 못한 부분이 보인다"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려는 방향에서 무엇이 더 필요한지 판단하고, 정부에도 필요한 정책과 사업 방향을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구상은 현재 NIA가 추진 중인 공공 AX 사업에도 반영되고 있다. NIA는 지난 4월 김 원장 취임 직후 공공AI사업지원센터를 출범시키고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수요를 바탕으로 12개 공공 A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세계 최고 AI 민주정부 실현'을 위해 30대 핵심과제 이행관리, 선제적 맞춤서비스 구현 등 세부 국정과제를 추진 중이지만, 일선 기관에서는 AI 사업 기획과 데이터 확보, 기술 검증 등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업지원센터는 이러한 현장 애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김 원장은 "부처의 요구사항에서 무엇을 풀어야 하는지까지 업체에 모두 고민시키는 것은 무리"라며 "어떻게 풀어야 하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는 NIA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자를 선정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제안요청서(RFP)대로 구축됐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 서비스를 필요로 했던 부처와 혜택을 받는 국민이 얼마나 변화를 체감하느냐가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NIA에 따르면 올해 추진 중인 12개 사업은 연말께 1차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다. NIA는 실제 행정 현장에서 업무시간 단축과 오류 감소, 국민 체감도 등 성과가 확인된 사업을 다른 부처와 지방정부로 확산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사업 규모도 대폭 늘린다. NIA는 현재 12개인 공공 AI 서비스 지원사업 규모를 약 2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개념검증(PoC)을 사업 앞단에 도입해 AI 적용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고, 올해 성과가 검증된 사업의 확장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김 원장은 "올해 말이 공공 AI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며 "그때가 되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가 지금보다 훨씬 선명해질 것이고, 이후에는 더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정부 막는 '데이터 장벽'…메타데이터·MCP로 해결 김 원장은 AI 정부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서비스 확대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공공데이터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AI 모델이나 에이전트가 아무리 고도화돼도 필요한 데이터를 제때 찾고 연결하지 못하면 국민이 체감할 서비스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공공데이터는 기관별로 형식과 용어가 다르고 필요한 정보를 불러오는 방식도 제각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탓에 데이터가 공개돼 있더라도 AI가 해당 데이터의 의미를 파악하거나 여러 정보를 자동으로 연결해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는 "사람도 데이터를 찾아 연결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에이전트가 와서 이를 뒤져 필요한 정보를 가져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현재 현실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거리가 너무 먼 것이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원장은 공공데이터의 형식뿐 아니라 메타데이터와 요약정보까지 일정한 기준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가 데이터 전체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먼저 파악한 뒤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모델컨텍스트프로토콜(MCP)을 활용한 데이터 연계 체계도 필요하다고 봤다. 각 기관의 데이터를 AI가 호출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어떤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주는 게이트웨이까지 갖춰야 AI 에이전트가 여러 공공데이터를 넘나들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김 원장은 "메타데이터의 규격이 정해져 있어야 하고 데이터가 무엇을 설명하는지 알려주는 요약도 매우 중요하다"며 "MCP와 이를 관리하는 게이트웨이를 갖춰 에이전트가 필요한 데이터를 스스로 찾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공 행정 데이터가 에이전트 친화적으로 준비돼 있지 않고서는 AI 정부로 갈 수 없다"며 "NIA가 포맷과 메타데이터 규격 등을 제시하면서 이를 개선해 나가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 직접 만드는 NIA…조직문화도 '실전형' 전환 공공데이터와 AI 활용 방식에 대한 변화는 NIA 내부 업무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김 원장이 직원들이 정책과 사업을 문서로만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AI를 써보고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한 몫 했다. 실제 NIA 내부에선 바이브 코딩과 AI 에이전트 개발, 외부 해커톤 참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직원들이 각자 업무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든 뒤 내부에 공유하고, 함께 개발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도 마련했다. NIA에 따르면 현재 해커톤과 에이전트 개발 등에 참여하고 있는 사례는 40여 건에 달한다. 특히 젊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찾고 AI를 활용해 해결책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앞서 재난 데이터 업무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 김 원장이 재난 대응에 필요한 전체 데이터를 살펴볼 것을 주문하자, 담당 직원이 강수량과 배수시설 정보, 대응 지침 등을 연결하는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 AI 에이전트 시제품까지 개발한 것이다. 김 원장은 "거기까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담당자가 한 달가량 직접 에이전트를 만들어버렸다"며 "우리가 어떤 질문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방식이 다른 업무에도 확산되면 AI 정부의 기초 체력도 함께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NIA 내부에선 직원이 외부 공모전이나 해커톤에서 성과를 내면 이를 전 직원이 공유하는 자리에서 소개하고 격려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 그는 직접 기술을 써본 경험이 NIA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봤다. 공공기관과 지방정부의 AI 사업을 지원하려면 내부 구성원부터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스스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NIA가 다루는 분야에서 '뼛속까지 전문가인 집단'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며 "그냥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직접 해보고, 그 경험으로 정책을 그리는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나 정부 부처가 처음에는 막연하게 아이디어를 던지더라도 NIA의 손을 거치면 제대로 국민 피부에 닿는 물건으로 나와야 한다"며 "NIA는 그런 조직이라는 말을 앞으로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6.08.12 12:01장유미 기자

[AI 리더스] 레고라 "한국 변호사 일하는 방식 바꿀 것"

"변호사가 법률 업무를 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 합니다. 한국의 모든 변호사가 레고라를 쓰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헤더 패터슨 레고라 아시아·태평양 및 일본(APJ) 지역 부사장은 최근 지디넷코리아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이나 호주에서 한국 고객을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레고라는 세계 50개 이상 시장에서 1500개 이상 주요 로펌과 기업 법무팀 소속 변호사 1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법률 업무용 에이전틱 운영체제 기업이다. 계약서 검토와 법률 조사, 문서 작성 등을 하나의 업무 환경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민터엘리슨, 앨런스, 해밀턴 로크, HWL 에버스워스, HSF 크레이머, 화이트앤드케이스, K&L 게이츠, 덴튼스, 베이커 맥켄지 등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레고라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시드니 사무소를 개설한 레고라는 올해 초 싱가포르와 도쿄에 이어 지난달 말 서울에 네 번째 거점을 열고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법률 서비스 시장은 연 매출 10조 원(약 69억 달러)을 돌파했으며 약 3만 2000명의 현직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패터슨 부사장은 한국 진출 배경으로 로펌과 기업 법무팀의 AI 도입 수요를 꼽았다. 특히 한국 시장 공략의 출발점은 문서 처리다. 국내 법률 문서 상당수가 HWP 형식으로 작성되는 만큼, 한국어 인터페이스와 HWP 지원을 우선했다. 레고라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작동 여부를 검증하는 단계를 거쳤다. 법률 업무에 필요한 가드레일을 모아둔 자체 프레임워크 '리걸 하네스'도 한국 환경에 맞춰 일부 조정했다. 헤더 패터슨 부사장은 "미국이나 호주에서 한국 고객을 지원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현지화가 필요했다"며 "지역별 요구사항에 맞춰 제품을 조정하고 리걸 엔지니어링 팀을 통한 변화 관리를 병행해야 실제 도입이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어 문서뿐 아니라 한국어 문서로도 다양한 테스트를 거쳤다"며 "영어 제품이 우연히 잘 맞아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언어별로 실질적으로 쓸모 있게 만드는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로펌과의 협업은 파일럿 프로그램 형태로 진행 중이다. 한국인 리걸 엔지니어가 몇 주간 현장에 상주하며 계약서 검토 같은 단순 업무에서 시작해 전체 실사 과정을 에이전트가 처리하는 단계까지 진행하는 방식이다. 패터슨 부사장은 "당장 참여 로펌들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들 모두 AI 활용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리걸테크 시장은 갈수록 경쟁 구도가 다각화되고 있다. 로앤컴퍼니·BHSN 같은 기존 법률 AI 기업은 물론, 오픈AI의 챗GPT 엔터프라이즈가 법무법인 태평양에 전사 도입되는 등 범용 AI 기업의 버티컬 진출도 늘고 있다. 이처럼 다층적인 법률 AI 경쟁 구도에서 패터슨 부사장은 범용 AI와 자사 서비스의 차이를 부각했다. 실제 레고라는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구조를 택했다. 구글 제미나이와 앤트로픽 클로드, 오픈AI GPT 모델에 특정 작업용 소형 모델들을 함께 얹고 에이전틱 운영체제가 상황에 맞는 모델과 기능을 호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결합된 리걸 하네스가 모든 결과물에 인용 출처를 붙여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을 완화해 준다. 레고라 서울 사무소는 초기 10명 규모를 목표로 법률 엔지니어링, 기술 지원, 영업 등 다양한 직무의 인재를 채용 중이다. 아태 전역으로는 연말까지 10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패터슨 부사장은 "범용 AI 도구는 사용자를 만족시키도록 훈련돼 있지만 레고라는 답을 모를 때는 모른다고 말한다"며 "변호사들에게는 한 번이라도 제품이 틀리면 신뢰를 잃는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과 목표에 대해서는 "한국의 모든 변호사가 레고라를 쓰게 하겠다는 건 너무 큰 목표일 수 있다"면서도 "이를 뒷받침해 줄 파트너들을 조만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6.08.11 10:17이나연 기자

[AI 리더스] 뉴타입 "방산 AI, 기술보다 제품력이 경쟁력"

"핀란드와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방산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유치를 위해 현지 법인 설립 지원 등 지원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는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 포병 컨퍼런스 '퓨처 아틸러리(Future Artillery) 2026' 참석 후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퓨처 아틸러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군 관계자와 방산기업이 모여 AI 기반 표적획득, 디지털 화력체계 등을 논의하는 국제 행사다. 조 대표는 "이번 출장에서 우리도 핀란드 헬싱키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국가들은 기술보다 먼저 창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투자 유치가 아니라 NATO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헬싱키나 에스토니아 탈린 등은 대표 국적이나 지분 요건 없이 법인세만 현지에 내면 자국 국방부와 NATO 혁신 프로그램에 곧바로 진입할 수 있다. 회원국에 세운 법인으로 한 번 납품하면 그 자체가 NATO 납품 이력이 돼 이후 동맹 시장에서 우대받는 구조다. 실제 조 대표는 해외 진출을 수출보다 레퍼런스 확보 목적으로 삼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첫 고객을 확보하는 데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국내 대신 NATO 공급망 안에서 실제 운용 이력을 쌓는 편이 이후 시장 확대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뉴타입은 작년 6월 설립 이래 우크라이나 92여단, 한국 육군포병학교와 전투 실험에 나섰다. 연내 국군과도 실증 시험을 앞두고 있다. 조 대표는 "유럽에서는 어디에서 실제 사용됐느냐가 가장 중요한 신뢰가 된다"며 "한 국가에서 검증받은 이력이 다음 고객을 만나는 가장 강력한 레퍼런스"라고 설명했다. 올해 퓨처 아틸러리 현장에서 받은 호평도 기술력 자체보다 즉시 써볼 수 있는 제품을 가져간 영향이 컸다는 게 그의 평가다. 다른 기업들이 개념이나 연구개발(R&D) 성과 소개에 그칠 때 뉴타입은 상용 스마트폰에 솔루션을 설치해 현장에서 시연했다. 각국 군 관계자가 특정 기능을 요청하면 개발진이 그 자리에서 반영해 보여주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대부분 '제안요청서(RFP)가 나오면 개발하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솔루션화를 끝낸 상태로 갔다"며 "고객이 당장 써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가 해외에서는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뉴타입의 대표적인 솔루션은 음성 기반 AI 표적처리 '바바라(Barbara)'다. 기존 포병 작전은 전방 관측병이 무전으로 표적을 보고하면 지휘소가 수기로 처리해 시간이 지연됐다. 바바라는 이 음성 보고를 AI가 실시간으로 디지털화해 지휘관의 결심 시간을 줄이며 미군 등이 쓰는 안드로이드 전술 공격 키트(ATAK)와도 연동된다. 다만 그는 자사 핵심 제품군이 해외에서 반응을 얻는 것과 별개로 한국은 방산 AI 소프트웨어가 크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짚었다. 수시로 기능을 고치고 새 버전을 내는 소프트웨어가 전차·미사일 같은 하드웨어 무기체계와 동일한 장주기 획득 체계에서 관리되는 탓이다. 스타트업이 군과 직접 거래하기보다 체계 기업의 협력사로 편입되는 관행도 독자 레퍼런스 확보를 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방산기업이나 전략물자로 지정되면 상시 감시와 수출·마케팅 제약이 더해진다고 부연했다. 조 대표는 "기술 보호는 중요하지만 초기 방산 AI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개척까지 위축시키지 않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런 시장 구조의 한계를 정부에만 돌려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해외 기업들은 규제 완화만 기다리기보다 고객이 풀어야 할 문제를 먼저 정의하고 제품으로 증명하는 데 집중한다는 이유에서다. 조 대표는 "정부 책임이 절반이라면 스타트업 책임도 절반"이라며 "정부 지원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증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6.07.20 12:13이나연 기자

[AI 리더스] 셀렉트스타는 어떻게 은행 '신뢰성 검증' 도맡았나

"사람이 100% 수작업으로 했다면 60일이 걸렸을 평가를 50분 만에 끝냈습니다." 김세엽 셀렉트스타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NH농협은행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검증 사례를 이같이 소개했다. NH농협은행은 사내 업무·금융 지식 질의응답 AI를 개발하면서 셀렉트스타의 신뢰성 검증 자동화 솔루션 '다투모 이밸(DATUMO eval)'을 도입했다. 평가 기간이 두 달에서 한 시간 이내로 줄면서 AI를 수정할 때마다 검증을 다시 돌려 목표 성능에 도달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다투모 이밸을 정식 도입한 은행은 NH농협은행만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국내 최초 AI 청약 상담 서비스를 개발하며 금융보안원 보안성 검증을 이 솔루션으로 진행했고, 신한은행은 현업 부서가 직접 AI 서비스를 만드는 전사 생성형 AI 플랫폼에 평가 모듈로 탑재했다. 세 은행 모두 별도 기술검증(PoC) 기간 없이 곧바로 정식 도입을 택했다. 김 대표는 "세 은행 모두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과정에 평가가 필수라는 인식이 명확했다"며 "다투모 이밸이 정확하고 일관되게 목표 수준 도달 여부를 확인해 준다는 점이 바로 도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AI 서비스 평가를 속속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바로 규제 완화가 있다. 금융당국이 망분리 규제를 풀고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로 외부 AI 활용 길을 열자 은행의 AI 도입은 그룹 차원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서비스 신뢰도를 확인하는 검증 절차는 사람이 일일이 평가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검수하는 수작업에 머물러 있었다. 김 대표는 "사람이 직접 평가하던 방식으로는 충분한 AI 검증이 이뤄질 수 없었다"며 "고객 신뢰와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금융에서 안전성 판단이 서지 않으면 어떤 액션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이 AI 서비스 도입에 있어 가장 경계하는 위험은 환각(할루시네이션)이다. 상품 설명서와 약관 등 정해진 문서를 근거로 답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AI가 없는 내용을 지어내면 곧바로 금융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민감 정보 유출을 막는 보안 평가, 편향·부적절 발언을 거르는 안전성 평가도 주요 검증 항목으로 꼽힌다. 여기에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면서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업무까지 원칙 기준으로 채점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셀렉트스타는 라우터·플래너·툴콜링 등 에이전트 핵심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평가하도록 솔루션을 확장했다. 문제는 평가를 반복할수록 커지는 비용 부담이다. AI 답변을 채점할 때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가져와 쓰면 그만큼 컴퓨팅 비용이 불어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평가 특화 모델들은 언어나 도메인이 바뀌면 채점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셀렉트스타가 채점 성능은 유지하면서 크기를 줄인 평가 특화 소형 모델 '이스타(E-Star) 12B'를 직접 개발한 이유다. 이 모델은 언어가 영어에서 한국어로, 분야가 일반에서 금융·법률로 바뀌어도 일관된 평가 성능을 낸다. 관련 논문은 최근 자연어처리 분야 국제 학회 ACL 2026 워크숍에 채택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E-Star 12B는 오픈AI 'GPT-5.5' 96%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크기가 작아 반복 평가에 드는 컴퓨팅 부담을 줄였다"며 "보안 규정상 외부 AI로 데이터를 보낼 수 없는 금융사 내부망에서 구동되는 점도 강점"이라고 부연했다. 기술 못지않은 차별점은 운영 방식에 있다. 셀렉트스타는 평가 지표 131종을 기본 제공하면서 사내 신뢰성 평가 전문가가 고객 도메인 전문가와 함께 지표를 새로 설계하는 컨설팅을 병행한다. 이 전담 인력만 전체 임직원 170명(5월 말 기준) 가운데 18명이다. 팔란티어의 전방 배치 엔지니어(FDE)처럼 고객 문제를 직접 풀며 얻은 경험을 제품에 쌓아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이 사이클을 얼마나 돌렸느냐가 결국 진입장벽"이라며 "해외에도 평가 플랫폼은 있지만 컨설팅까지 함께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융에서 쌓은 경험은 다른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공공·국방 분야에서는 일부 사업 수주가 확정돼 계약 절차를 밟는 중이다. 제조 분야에서는 AI 판단 오류가 물리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피지컬 AI를 겨냥해 사내 연구소가 평가 기술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해외 시장은 미국과 일본, 중동 세 축으로 공략한다. 이미 지사를 둔 미국에서는 전략적 투자자인 세일즈포스와 협업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일본의 경우 K-스타트업센터(KSC) 도쿄 입주 프로그램에 선정돼 지사 설립을 위한 거점부터 확보했다. 중동은 데이터센터부터 모델까지 국가 차원의 소버린(주권) AI를 추진하는 만큼 관련한 초기 협력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신뢰성 평가는 한 번 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AI를 운영하는 내내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구조"라며 "고객이 AI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도록 돕는 엔드투엔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2026.07.19 08:06이나연 기자

AI는 리더의 '경험 권력'을 어떻게 무너뜨렸는가

주니어가 가져온 기획서의 빈약한 논리를 채워주고, 어색한 장표 구조를 잡아주며, 놓치기 쉬운 데이터 오류들을 매의 눈으로 찾아내는 과정. 그것은 리더가 스스로의 가치를 조직에 증명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었다. 수년간 수많은 야근과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실무적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 그것은 리더십의 가장 직관적인 형태이자 조직과 팀원들의 인정, 존경을 이끌어내는 든든한 '경험 권력'이었다. 그러나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와 같은 생성형 AI가 업무 현장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I가 주니어의 1차적인 실무 빈틈을 완벽에 가깝게 메워버리게 된 것이다. 리더들은 한 편으로는 뿌듯하면서도, 은연 중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다. '어라, 디테일하게 잡아줄 것이 별로 없네. 이제 나는 무슨 피드백을 줘야 하지?' 이 서늘하고 낯선 감각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이것은 AI가 기업의 사무실에 불러온 가장 파괴적이면서도 조용한 변화, 즉 리더의 실무 경험과 지식이 빛을 발하던 익숙한 무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이다. 생산성 역전이 아닌 '실무 실행력의 상향 평준화' 현장의 이러한 체감은 이미 글로벌 경영 학계의 정교한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전 세계 758명의 최상위권 컨설턴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동 연구 '들쭉날쭉한 기술의 개척지 탐색(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은 AI가 조직 내 역량 구조를 어떻게 뒤집어 놓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생성형 AI를 실무에 도입해 복잡한 비즈니스 문제 해결, 기획서 작성, 시장 분석 등을 수행하게 한 결과, 전체적인 업무 수행 속도는 25%, 산출물 품질은 40% 향상됐다. 하지만 이 기념비적인 연구에서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핵심은 전체 평균이 아닌 '집단 간 생산성 향상의 격차'에 있다. 하위 성과자(Bottom-half) 집단: 업무 성과 43% 향상 상위 성과자(Top-half) 집단: 업무 성과 17% 향상 일각에서는 이 통계를 표면적으로만 해석해 'AI가 주니어의 생산성을 극대화해 시니어 리더를 역전하는 하극상을 촉발한다'는 식의 자극적이고 위협적인 경고를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실무 실행자와 조직 관리자의 근본적인 역할 차이를 간과한 단편적이고 거친 시각이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본질은 '누가 누구를 추월했다'와 같은 대결 구도가 아니다. 문서 작성, 데이터 기초 취합, 정형화된 리서치, 외국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등 이른바 하드스킬의 영역에서, 제로 베이스의 주니어가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에 도달하는 시간과 비용이 비약적으로 단축된 '실무 실행력의 상향 평준화'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과거 "어떤 부서의 데이터를 어떻게 취합해야 하는지", "경영진이 선호하는 보고서 양식은 무엇인지", “시장 조사 자료에서 노이즈를 걸러내고 핵심 수치만 뽑아내는 정형화된 가이드라인은 무엇인지” 등은 오직 수많은 시행착오와 물리적인 연차가 쌓여야만 체득할 수 있는 희소한 자산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이 지식의 비대칭성을 순식간에 해소하는 강력한 평등화 도구로 작용한다. 이제 1년 차 주니어 팀원은 막히는 비즈니스 프레임워크나 복잡한 엑셀 수식, 시장 분석 보고서의 초안이 필요할 때 더 이상 바쁜 팀장의 눈치를 보며 질문하지 않는다. 대신 모니터 앞의 AI 어시스턴트에게 정교한 질문을 던진다. 기계는 피곤해하지도 않고, 눈치를 주지도 않으며, 과거 팀장이 수일 밤을 새워 정제해 내놓았던 수준의 구조화된 정답초안을 단 몇 초 만에 수십 가지 버전으로 제시한다. 이는 '실무적 디테일의 교정과 티칭'이라는 기존의 인터페이스가 급격히 효용을 다해가고 있음을 뜻한다. 리더의 권위가 붕괴했다기보다는, 리더의 경험이 발휘되던 주무대의 성격이 통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낯선 딜레마와 '할루시네이션 헌터'라는 덫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경험 권력이 무너진 상황은 중간관리자들에게 깊은 실존적 위기를 촉발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 3만여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업무 동향 지표(Work Trend Index)'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중간관리자의 무려 74%가 "자신에게 팀의 변화를 이끌 권한이나 자원이 없다"며 극심한 무력감을 호소했다. 이는 단순한 업무 과중에서 오는 피로가 아니다. 과거처럼 가시적인 실무 산출물의 디테일을 통제하며 조직을 이끌던 방식을 잃어버린 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가이드마저 부재한 상황에서 오는 구조적 번아웃이자 인지적 부조화다. AI 시대에 퇴행하는 리더들의 마이크로매니징은 주로 '할루시네이션 헌터(Hallucination Hunter)'로 전락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주니어가 AI를 활용해 도출한 압도적인 속도 분량의 산출물 앞에서, 리더는 비즈니스의 큰 그림이나 전략적 방향성을 검토하는 대신 기계가 만든 미세한 오류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데 혈안이 된다. AI가 간혹 생성해 내는 그럴듯한 거짓말(할루시네이션)이나 지엽적인 오탈자, 혹은 인간의 감성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문서 포맷의 어색함을 집요하게 찾아낸다. AI의 한계를 지적하고 교정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인간인 자신의 '경험적 우위'와 필요성을 조직 내에 억지로 증명하려 애쓰는 것이다. 시속 200km 질주 막아선 아날로그 톨게이트 물론 AI의 오류를 철저히 검증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리더의 시선이 비즈니스의 '맥락'이 아닌 기계의 '오류 찾기'에만 매몰될 때 조직에는 치명적인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주니어들은 생성형 AI라는 스포츠카를 타고 시속 200km로 질주하며 산출물을 쏟아내고 있는데, 정작 중간관리자가 아날로그 시절의 결재 잣대와 붉은 펜을 들이밀며 시속 10km의 속도로 지엽적인 검토를 진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적으로 AI가 가져다준 실무진의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은 리더라는 병목 구간에 갇혀 조직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증발해 버린다. 지식과 경험의 가치를 증명할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한 리더 스스로가 조직혁신의 거대한 아날로그 톨게이트로 전락해 버리는 뼈아픈 역설이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리더들이 수년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축적해 온 경험은 이대로 모두 폐기처분 돼야 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실무적 '정답 티칭'의 시대가 저물었다면, 리더는 이제 흩어진 정보들을 하나로 꿰어내는 완전히 새로운 리더십의 페르소나를 입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정답 자판기에서 물러난 리더가 어떻게 조직을 구원하는 '맥락 디자이너'로 진화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생존법을 파헤쳐보겠다.

2026.07.11 08:30김필재 컬럼니스트

[AI 리더스] 스카이인텔리전스 "로봇 합성데이터, 올해가 매출 원년"

"산업용 로봇을 위한 합성데이터 사업은 올해부터 매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폐쇄 루프 기반 자동화가 고도화되며 데이터 공급이 프로젝트 단위에서 대량 생산 단계로 전환되고 있고, 이 흐름이 본격화하면 생산성과 매출 모두 가파르게 성장할 겁니다." 이재철 스카이(SKAI)인텔리전스 대표는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스카이인텔리전스는 현실의 물리 정보를 담은 합성데이터를 생성하는 디지털 트윈·합성데이터 인프라 기업이다. 엔비디아 공식 리테일 파트너로 등재된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광고 영역에서는 3차원(3D) 콘텐츠 자동화 플랫폼 '비쓰리(B.THREE)'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 브랜드들과 인공지능(AI) 콘텐츠 제작 매출을 확보해 왔다. 스카이인텔리전스가 만드는 합성데이터는 로봇이 실제 현장에 투입되기 전 미리 학습할 교재이자 어떤 상황에서 오작동하거나 판단을 잘못하는지까지 담은 오답노트 역할을 한다. 물체의 위치·자세·라벨과 카메라·조명 조건, 재질 정보까지 함께 포함돼 AI 학습에 바로 활용할 수 있으며 모델이 어떤 조건에서 오류를 냈는지도 추적할 수 있다. 핵심 경쟁력은 '리얼 투 심 투 리얼(Real2Sim2Real)' 폐쇄 루프 구조다. 실제 제품의 컴퓨터 지원 설계(CAD)·재질·공차 정보로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그 안에서 합성데이터를 생성하고 현장에서 나온 오류와 실패 사례를 다시 반영해 보정한다. 한 번 만들고 끝나는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피드백으로 계속 개선되는 데이터 인프라라는 의미다. 고객사는 생산 라인이 완전히 준비되기 전에 비전 리스크를 조기에 식별해 현장 디버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회사는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달 세계 4대 산업용 로봇 기업 ABB로보틱스와 전략적 협력 프레임워크 협약(CFA)을 체결했다. 글로벌 합성데이터 기업들도 해당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지만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기술은 따라 할 수 있어도 산업 현장 이해와 고정밀 디지털 트윈, 자동 라벨링, 로봇 기업과의 검증 경험을 하나로 묶는 산업 데이터 파이프라인 전체가 진입 장벽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산업 현장과 시뮬레이션 환경을 함께 이해해야 비로소 전체 메커니즘을 구현할 수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며 "ABB로보틱스가 우리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매달 단건 실험 방식의 개념검증(PoC)을 진행하며 정량 지표를 담은 성과를 쌓고 있다. 폐쇄 루프를 양산 공정까지 적용해 공장이 원가를 얼마나 절감했는지 데이터로 증명하는 게 첫 우선순위다. 이 대표는 "결과물들이 하반기에 잇따라 공개될 것"이라며 "ABB로보틱스가 이미 갖춘 디지털 트윈 인프라 위에서 검증을 마치면 의료 로봇처럼 렌즈로 객체를 인식해 정밀 작업하는 다른 분야로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BB로보틱스 등 해외 주요 기업들과의 검증을 마친 뒤에는 국내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초소형화하는 휴대폰 부품처럼 0.5~3mm 수준의 결합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정밀 제조가 몰려 있는 큰 시장이어서다. 이 대표는 "빠르면 올 하반기, 늦으면 내년에 한국 정밀 제조 시장으로 역으로 들어가 수익화할 예정"이라며 "자동차 부품 조립부터 데이터센터 배선 자동화까지 정밀 결합이 필요한 영역 전반이 대상이 된다"고 내다봤다. 해외 시장 공략 역시 속도를 낸다. 스카이인텔리전스는 싱가포르·상하이·파리에 100% 자회사 세 곳을 실거점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제조업이 강한 미국에서도 이르면 내년 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해외 사업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기업 성장의 다음 단계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올해부터 상장 요건 충족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이 대표가 그리는 최종 그림은 제조 자동화 영역의 데이터 표준이다. 아직 표준조차 없는 제조 데이터 시장에서 표준을 쥐면 시장 이니셔티브를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산업용 제조 자동화 분야에서 합성데이터 인프라 기업으로 글로벌 1위가 되는 것이 단기 목표"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해 데이터 표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2026.07.06 10:44이나연 기자

[AI 리더스] 김득화 펀진 대표 "국방 무기 경쟁력, 획득 속도가 관건"

"무기를 사들이는 군인이 '내가 이걸 해봐도 된다'는 도전 의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김득화 펀진 대표는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펀진 본사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소프트웨어 기반 무기 시대에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도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무기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소프트웨어 정의 무기체계(SDW)' 시대에는 기술만큼이나 이를 받아들일 획득 제도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펀진은 수주 이후 개발에 착수하는 통상 방식과 달리 국방 인공지능(AI)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왔다. 2022년 12월 국방사업에 진출한 뒤 현재까지 확보한 기술·제품만 13개에 이른다. 그사이 합동화력훈련과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전투실험 등 야전 검증을 거치며 군과의 신뢰를 쌓았다. 현장에서 군의 고민을 가까이 본 경험은 김 대표가 기술보다 제도의 한계를 먼저 이야기하는 배경이 됐다. 소프트웨어 무기는 탱크와 달라…속도가 핵심 김 대표가 말하는 미래 무기는 같은 플랫폼에 소프트웨어만 바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무기다. 같은 드론이라도 정찰·전파탐지·표적식별 기능을 필요에 따라 바꾸는 식이다. 스마트폰에 여러 앱을 설치하듯 기능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것이 SDW의 핵심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방 AI 시장은 향후 연평균 30%를 넘는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안보 위협 증가와 무인화 가속, 주요국의 군비 경쟁이 맞물리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무기를 사들이는 제도가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이라는 점이다. 현행 획득 체계는 탱크·함정·전투기처럼 한 번 전력화하면 수십 년 쓰는 무기를 전제로 짜여 있어 무기 하나를 도입하는 데 통상 15년 안팎이 걸린다. 김 대표는 "당장 AI 무기를 도입하기로 해도 야전 군인이 손에 쥐는 건 한참 뒤"라며 "능력이 1년 만에 바뀌는 소프트웨어 무기에는 이 속도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군이 선뜻 새로운 기술 도입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감사 부담도 있다. 오늘 가장 좋은 AI를 들여와도 석 달 뒤 더 나은 모델이 나오는 만큼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 자체를 위험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업의 실패를 용인해 달라는 게 아니라 무기를 사는 군이 마음껏 시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국방AI법으로 길 열고 거점으로 AI 인재 키워야 김 대표는 이같은 구매자 보호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장치로 지난 2월 발의된 '국방AI법'을 꼽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대표발의한 이 법은 국방 AI를 포괄적으로 규율한다. AI를 규제 대상이 아니라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루자는 취지로 연구개발(R&D)부터 도입과 실전 운용, 사후 관리까지 전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대표는 "기존 틀을 고수하는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도 무기를 획득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게 법안의 골자"라며 "완제품을 기다렸다가 사는 대신 반제품을 먼저 들여와 계속 고도화하는 애자일 방식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제도와 함께 그가 강조하는 건 기술 자립이다. 김 대표는 국방부가 외산 플랫폼 대신 '국방 AI 공통 기반'을 독자 기술로 구축하기로 한 결정을 소버린(주권) AI 확보의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전시에는 지휘결심부터 표적식별, 군수지원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AI가 쓰이는 만큼 핵심 기술을 외산에 의존하면 안보 위험으로 돌아온다는 판단이다. 기술 자립의 다음 조건은 사람이다. 김 대표는 국방부가 연내 구축하는 전국 5대 권역 '국방AX(AI 전환) 거점'을 현장형 인재 양성의 축으로 꼽았다. 인구 감소로 병력 확보가 어려워질수록 미래 국방력은 병력 규모가 아니라 AI 인재 확보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다만 교육기관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작전 환경을 이해해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이론을, 군이 실제 문제와 데이터를, 기업이 현장 기술을 맡는 삼각 협력 구조가 필수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AI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군의 문제를 AI로 풀 수 있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며 "이런 협력이 자리 잡아야 지역에서 인재가 지속적으로 배출된다"고 제언했다. 이글아이에서 월드모델까지…펀진의 다음 수는 펀진의 AI 합성데이터 생성·품질관리 플랫폼 '이글아이(EagleEye)'는 지난해 소프트웨어 분야 최초로 방위산업품질(DQ)마크 인증을 받았다. 이는 소량의 현장 데이터로 AI 학습용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기술로, 모델보다 데이터 품질을 앞세우는 데이터 중심 AI로의 전환을 겨냥한다. 지휘결심 영역에서는 킬웹매칭(KWM)을 야전에서 검증했다. KWM은 다수의 표적과 화력 자산이 뒤섞인 상황에서 최적의 타격 수단을 추천해 지휘관의 판단을 돕는 체계다. 김 대표는 "대대급 실증에서 지휘관들이 AI를 결심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더 빠르게 판단하도록 돕는 참모로 받아들였다"며 "이것이 정량 결과보다 더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주요 제품 도입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방산혁신기업 100 과제로 개발한 'KWM 온프레미스(On-Premise)'는 전술 현장에 설치 가능한 소형화 모델로, 오는 11월까지 군 실증에 나서는 등 KWM 세부 제품군도 넓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과거와 달리 클라우드·온프레미스·무인 군집 체계 등 다양한 체급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며 "군의 AI 도입 의지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다음 승부처로 꼽는 건 국방용 월드모델이다. 이글아이가 AI를 위한 가상 연습장을 만드는 기술이라면 월드 파운데이션모델(WFM) 기술 'FAIP-MIN&D'는 물리 법칙과 인과를 이해해 처음 겪는 상황도 추론하는 기술이다. 그는 언어를 이해하는 AI보다 물리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AI가 미래 전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이 끊기고 적이 예상 밖 전술을 쓰는 전장일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펀진이 국방에서 검증한 기술은 결국 사람을 지키는 쪽으로 확장된다는 게 김 대표의 청사진이다. 그는 향후 5년 로드맵을 AI가 판단을 돕는 'AI 참모', 드론·로봇과 연계해 임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인간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보호하는 'AI 컴패니언'의 3단계로 그렸다. 재난 대응과 산업 안전, 돌봄까지 같은 기술적 뿌리에서 뻗어갈 것이라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전투를 위한 AI가 아니라 사람을 지키기 위한 AI를 만드는 게 우리 목표"라며 "국방은 그 기술이 가장 먼저 극한의 환경에서 검증되는 분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2026.06.30 09:04이나연 기자

[AI 리더스] 오혜연 "글로벌 AI 협력, 한국이 의제 주도권 잡을 때"

"올해 상반기가 인공지능(AI) 기본법 정비와 국제 표준화로 제도적 기반을 다졌다면, 하반기는 글로벌 AI 특화지구 조성을 본격화하고 다자 협력 무대에서 한국이 주도할 의제를 구체화할 것입니다." 오혜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글로벌협력분과장(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은 지난달 서울 서초구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협력분과는 지난해 9월 출범한 인공지능전략위가 운영해 온 분과다. 해외 기관·기업·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 AI 기술의 글로벌 확산과 규제 정합성 확보를 담당한다. 이 역할 아래 올 1분기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AI기본법의 하위 법령을 손질하는 전담팀을 구성하고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과기정통부와 국제 표준화 로드맵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 오 분과장이 2분기부터 핵심 과제로 꼽은 것은 광주와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중심의 AI 특화지구 조성이다. 광주는 모빌리티, 부울경은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거점화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국내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深圳)이 첨단 제조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듯 국내 주요 지역도 AI 산업을 대표하는 도시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오 분과장은 "기존 특화지구를 분산하지 않고 지역별 강점에 집중해 그 안에서 글로벌 협력과 수출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표준화에서는 피지컬 AI를 우선순위로 뒀다. 로봇·기기가 가정과 산업 현장에 본격 진입하는 단계지만 관련 기준은 국제적으로 정립되지 않아 한국이 선점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 분과장은 "사전 연구개발을 충분히 진행해 가장 좋은 표준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기술표준원과 과기정통부 연구개발 과제 방향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인공지능전략위가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자 협력 거점도 하반기 과제다. 글로벌협력분과는 유엔(UN) 산하 기구와 연계한 글로벌 AI 허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I 센터에 한국이 어떤 의제를 채울지를 살펴보고 있다. 오 분과장은 "거점을 유치했다는 사실보다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가 중요하다"며 "동시다발로 생기는 국제 협력을 전체적으로 보며 시너지를 조율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오 분과장은 글로벌협력분과의 주요 논의를 관통하는 원칙으로 '포용적 풀스택'을 제시했다. AI 가치사슬 전반을 갖춘 우리나라 강점을 다른 나라와 연결해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국제 협력 의제에 담겠다는 취지다. 오 분과장은 "모든 것을 우리 기술로만 채우기보다 싱가포르·일본 등 미들파워(중견국)들이 함께할 수 있는 포용적 풀스택을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26.06.25 11:44이나연 기자

[AI 리더스] 호웅기 영림원소프트랩 전무 "AI는 ERP를 더 중요하게 만든다"

"인공지능(AI)이 클릭 몇 번을 대신하고 단순 소프트웨어(SW)를 대체할 수는 있어도 기업의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와 이를 뒷받침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까지 없애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ERP의 가치가 더 커질 것입니다." 호웅기 영림원소프트랩 미래가치실현본부 전무는 지난 18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솔루션 컨퍼런스(EBSC) 2026'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최근 기업용 SW 시장에선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이른바 '사스포칼립스'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AI가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대체하면서 ERP를 비롯한 기업용 SW 산업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호 전무는 이러한 전망에 선을 그었다. AI가 바꾸는 것은 SW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인간이 직접 클릭하고 입력하던 기능은 에이전트가 대신하게 되겠지만 그 뒤에서 운영되는 프로세스는 그대로 남는다"며 "AI 시대에도 기업 업무의 본질은 기능이 아니라 프로세스"라고 말했다. "AI 성패는 데이터보다 프로세스 이해" 호 전무는 많은 기업이 AI 도입 과정에서 데이터 품질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맥락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좋은 품질의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AI는 데이터만 학습한다고 해서 기업의 모든 맥락을 이해하진 못한다"며 "이 데이터가 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설명해주는 온톨로지와 메타 구조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제 영림원소프트랩도 자사 ERP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단순 수치 정보만 입력했을 때보다 업무 프로세스와 인과관계를 함께 제공했을 때 정확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ERP가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기업 프로세스 자체를 데이터베이스(DB)에 담고 있다는 점을 AI 시대 핵심 강점으로 꼽았다. 최근 업계가 주목하는 팔란티어의 포워드 디플로이드 엔지니어(FDE) 모델 필요성도 언급했다. 호 전무는 "AI도 전통적인 SW와 마찬가지로 현장에 들어가 업무를 이해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기업마다 업무 프로세스가 달라 당분간은 AI 시스템통합(SI)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가 선택하는 시대…ERP도 헤드리스 SaaS로" 앞으로 기업용 SW 산업의 가장 큰 변화로는 'AI가 사용하는 SW'의 등장을 지목했다. 사람은 유저 인터페이스(UI)를 통해 SW를 사용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에 SW 기업들도 사용자 중심 구조에서 AI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호 전무의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는 UI와 백엔드를 분리한 '헤드리스 SaaS'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ERP 업체들도 에이전트가 활용하기 좋은 구조로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스포칼립스 타격을 입은 SAP와 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호 전무는 "해외 기업들은 API를 컴포넌트 단위로 분리해 에이전트가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대응이 늦어지면 AI 생태계 주도권을 해외 기업에 넘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ERP 라이선스 체계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ERP는 사용자 수 기준 과금 모델이 일반적이지만 앞으로는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거래 건수나 사용량, 트랜잭션 기반 과금 체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끝으로 호 전무는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기업 핵심 프로세스와 인과관계를 담은 데이터, 이를 연결하는 ERP와 솔루션 생태계는 계속 남을 것"이라며 "우리는 ERP를 중심으로 고객관계관리(CRM), 그룹웨어 등 다양한 솔루션과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허브 플랫폼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06.19 08:40한정호 기자

AI 법정단체 출범한 KOSA, AI·산업 융합 협력 생태계 구축 나서

인공지능(AI) 기술을 보유한 공급기업과 제조·금융 등 산업 현장의 수요기업이 협력해 AI 전환(AX) 시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18일 강원 춘천 엘리시안 강촌에서 '제3회 KOSA 리더스 포럼'을 개최했다. KOSA가 지난 2월 인공지능(AI) 기본법에 따라 AI 법정단체로 지정된 이후 처음 마련한 회원사 대상 공식 행사다. 이번 포럼에는 1만5000여 개 회원사를 대표하는 AI·SW 기업 관계자와 유관기관 인사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는 19일까지 이틀간 AI 산업 트렌드를 공유하고 공급기업과 수요기업 간 협력 모델 및 AX 확산 방안을 논의한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AI와 산업을 잇다, 새로운 협력의 시작"이다.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AI 기술 기업과 제조·금융 등 전통 산업군이 만나 실제 사업 적용과 산업 혁신으로 이어지는 협력 구조를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KOSA는 지난 2월 AI 기본법에 따라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AI 법정단체로 지정됐다. 협회는 AI·SW 산업계를 대표해 정책 제안과 산업 지원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정부의 AI·AX 활성화 정책과 기업 현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조준희 KOSA 회장은 AI 법정단체 지정 이후 KOSA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AI 산업이 본격적인 제도권 단계로 진입한 만큼 협회가 산업계와 정부 정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기업들이 변화하는 제도 환경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AI 서비스와 제품이 산업 현장에 확산되는 과정에서 법정단체로서 KOSA의 책임과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정책 지원과 현장 대응 체계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AI 전환 흐름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첫날 행사는 임우형 LG AI연구원장의 기조강연 "AI로 진화하는 산업 생태계"로 막을 올렸다. 임 원장은 AI 기술 발전이 산업 구조와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산업 전반의 AI 전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AI와 산업 융합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는 로봇과 AI가 결합하는 "피지컬 AI" 시대의 변화와 실제 산업 적용 경험을 공유하며 SW 기업이 주목해야 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시했다. 조남훈 케이그라운드벤처스 대표이사(AI+X 투자사협의회 공동회장)는 AX 투자 동향과 국내 AI 생태계 조성 전략을 발표했다. AI 기술 확보를 넘어 산업별 적용 역량과 기업 간 협력이 중요해지는 시장 흐름을 짚었다. 스타트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스타트업 토크콘서트'도 진행됐다. 퓨리오사AI, 라이너, SDT,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패널로 참여해 기업 성장 과정과 기술 상용화 경험, AX 전환 과정에서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 등을 공유했다. AI 시대 리더십을 조명하는 인문학 특강도 마련됐다. 설민석 역사강사는 "폭풍 속에서 키를 잡다! 리더의 조건"을 주제로 급변하는 환경 속 기업 리더가 갖춰야 할 판단력과 변화 대응 역량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올해 본격 시행된 AI 기본법의 산업 현장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 중인 'AI기본법 지원데스크' 활용 방안도 소개했다. 기업이 AI 관련 제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와 AX 우수사례를 공유했다. 행사 이튿날인 19일에는 친선체육대회와 월드컵 경기 공동 응원 프로그램 등 네트워킹 행사가 이어진다. 참가 기업들은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사 간 협력 기회를 확대하고 AI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연대를 다질 예정이다. 조준희 KOSA 회장은 "지금 시장은 기업 경쟁력이 좌우되는 AX 전환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AI·SW 공급기업과 혁신이 필요한 제조·금융 수요기업이 손잡을 때 비로소 기술이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KOSA는 정부의 AX 활성화 정책과 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가교이자 회원사 성장의 실질적인 동력이 되겠다"며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선도적 경제단체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06.18 15:02남혁우 기자

[AI 리더스] HPE "데이터 주권은 국가 경쟁력…한국형 소버린 AI 시작됐다"

"소버린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규제 준수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데이터와 AI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은 이제 국가 경쟁력과 기업의 전략적 자율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김태룡 한국HPE HPC·AI 사업부문 이사는 16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AI 시대 디지털 주권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생성형 AI 확산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데이터와 AI 인프라를 직접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공·금융·국방 등 민감 데이터를 다루는 분야를 중심으로 AI 모델을 넘어 데이터와 인프라, 운영 환경 전반에 대한 주권 확보 요구도 커지는 추세다. 김 이사는 과거 디지털 주권이 데이터 저장 위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데이터 처리와 거버넌스, 운영 전반에 대한 통제권 확보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데이터를 국내에 보관하는 수준을 넘어 AI 학습과 추론, 운영 과정 전체를 통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소버린 AI가 구현된다는 분석이다. "데이터 통제권이 곧 AI 경쟁력" 그는 소버린 AI를 둘러싼 글로벌 흐름으로 단절형 인프라 수요 확대와 '소버린 바이 디자인' 확산을 꼽았다. 기존에는 클라우드 환경 위에 보안 정책을 덧씌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설계 단계부터 데이터 주권과 통제 기능을 내재화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이 IT 인프라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데이터센터와 통신망, 클라우드 리전까지 국가 안보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특정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고 서비스 연속성과 기술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HPE는 소버린 바이 디자인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데이터와 거버넌스, 운영 통제권을 인프라 설계 단계부터 내재화해 고객이 AI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하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다. 김 이사는 "소버린은 특정 영역에 국한된 규제 이슈가 아니라 경제적 회복력과 국가 안보, 경쟁 우위와 직결되는 전략적 우선순위가 되고 있다"며 "소버린 바이 디자인 인프라는 시장이 요구하는 보안, 데이터 레지던시, 에어갭 운영 역량을 설계 단계부터 내재화한 것으로 공공·국방 등 민감 워크로드를 다루는 분야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금융서 국가 슈퍼컴까지…한국형 소버린 AI 등장 한국 시장에서도 이미 소버린 AI 구축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HPE와 협력한 DB생명이 주목받고 있다. DB생명은 생성형 AI 기반 챗봇과 거대언어모델 운영관리(LLMOps) 플랫폼 구축 과정에서 HPE가 지원하는 에어갭 환경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 주권과 금융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AI 서비스 혁신을 추진 중이다. 김 이사는 이같은 사례가 개별 프로젝트를 넘어 국내 기업들이 통제 가능한 고성능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자체 AI 역량을 구축하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권뿐 아니라 제조와 연구 분야에서도 유사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현장에서 소버린 AI 도입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고성능 컴퓨팅(HPC) 경쟁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올해 구축이 완료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 프로젝트를 한국 과학기술과 AI 연구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전환점으로 꼽았다. 그는 해당 슈퍼컴 6호기가 재료과학과 기후 예측, 생명과학뿐 아니라 대규모 AI 워크로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국가 핵심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HPE와 KISTI가 추진 중인 대규모 과학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 환경 구축과 양자·HPC 융합 연구 역시 향후 국가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이사는 "이번 슈퍼컴 6호기 구축으로 한국은 첨단 시뮬레이션과 AI 기반 연구를 융합해 글로벌 수준의 과학 연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GPU만으론 부족…AI 팩토리 시대 온다" AI 인프라 경쟁 구도에 대해선 통합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김 이사는 AI 성능이 단순히 그래픽처리장치(GPU) 보유량으로 결정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데이터 파이프라인, 운영 플랫폼을 포함한 전체 AI 인프라 스택의 균형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틱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HPC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복잡한 업무를 스스로 분해하고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는 더 큰 연산 자원과 메모리 대역폭, 빠른 상호연결, 실시간 오케스트레이션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에 HPE는 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데이터 파이프라인, 운영 체계를 통합한 'AI 팩토리' 전략을 추진 중이다. 기업·기관이 AI 실험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운영 환경까지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동시에 온프레미스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하이브리드, 소버린 환경을 아우르는 다양한 AI 배포 모델을 제공해 고객이 통제 수준과 비용, 성능에 맞춰 워크로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김 이사는 공공부문 소버린 AI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IT서비스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단순 인프라 공급을 넘어 소버린 AI 구축과 운영 역량을 갖춘 파트너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한국은 AI와 첨단 연구, 디지털 주권에 대한 명확한 국가 전략을 지닌 중요한 시장"이라며 "우리는 국가 규모 슈퍼컴퓨팅부터 프라이빗 AI, 규제 산업의 AI 전환까지 한국 기업과 기관들이 더 빠른 속도와 통제력, 자신감을 갖고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2026.06.16 10:26한정호 기자

[AI 리더스] 조재우 칵테일아이오 대표 "AI 시대 핵심은 플랫폼…기업 운영 기반 되겠다"

"앞으로 인공지능(AI) 서비스는 평준화되겠지만 이를 기업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비용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칵테일아이오는 AI 네이티브 시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조재우 칵테일아이오 대표는 15일 서울 강서구 나무기술 본사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AI 시대 클라우드 네이티브 플랫폼 사업 비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나무기술 부사장으로 재직해온 조 대표는 지난 4월 칵테일아이오 새 대표로 취임했다. 15년 이상 나무기술에서 클라우드 사업과 영업 조직을 이끌어온 인물로, 대형 프로젝트 수주와 사업 확장을 주도하며 클라우드 네이티브와 플랫폼 서비스(PaaS) 시장 성장을 주도해왔다. 그는 개발 중심 조직이었던 칵테일아이오에 고객·시장 중심 경영을 접목하고 모회사 나무기술과의 시너지를 확대해 공공을 넘어 민간·금융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AI 시대에도 결국 필요한 것은 플랫폼" 조 대표는 최근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이 지나치게 모델 경쟁에 집중돼 있다고 진단했다. 또 기업들이 생성형 AI 도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비용과 운영 효율성을 꼽았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프라 비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실제 활용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이전틱·피지컬·소버린 AI 등 수많은 키워드가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운영하고 활용할 것인가"라며 "기업 내부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하고 GPU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비용까지 관리하는 플랫폼 경쟁력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과거 서버 가상화가 데이터센터 운영 방식을 바꿨듯이 향후 GPU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AI 시대의 VM웨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음 승부수는 GPU 운영 최적화" 이런 흐름에 맞춰 칵테일아이오는 쿠버네티스 기반 PaaS 플랫폼 '칵테일클라우드'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운영과 GPU 자원 최적화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칵테일아이오는 국내 클라우드 네이티브 시장 초창기인 2017년부터 이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나무기술과 함께 공공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구축 경험을 쌓아왔으며 최근에는 AI 인프라 운영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조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고객들에게 컨테이너와 쿠버네티스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며 "지금은 AI 확산에 따라 클라우드 네이티브를 필수 인프라로 인식하기에 사업 기회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선보인 GPU 자원 최적화 솔루션 '칵테일 옵티마이저'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간다는 목표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속에서 효율적인 GPU 운영을 지원하는 시장 기회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국내 AI 중심 스타트업들이 플랫폼 서비스를 데이터와 모델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과 달리 칵테일아이오는 인프라와 쿠버네티스 관점에서 GPU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조 대표는 "기존 칵테일클라우드를 더욱 경량화하고 AI 운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거대언어모델 운영 관리(LLMOps)와 AI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AI 네이티브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체 인력 중 절반이 연구개발(R&D) 전문인력"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주목받는 경쟁사들이 많지만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력과 R&D 역량 측면에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공공 넘어 민간으로…나무기술과 풀스택 시너지 창출" 조 대표는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한 올해 경영 과제로 민간 사업 확장과 모회사 나무기술과의 시너지 확대를 꼽았다. 나무기술이 보유한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CMP)과 칵테일아이오의 PaaS, GPU 운영 기술을 결합해 AI 클라우드 풀스택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나무기술이 보유한 AI 역량과 우리 플랫폼을 연결하면 고객에게 보다 완성도 높은 AI 인프라 체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 솔루션 공급을 넘어 AI 인프라 운영 전반을 지원하는 풀스택 형태로 시너지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간 영업을 총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칵테일아이오의 시장 전략도 변화시킨다. 기존 공공 중심 사업 구조를 유지하면서 민간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조 대표는 "AI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공공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며 "현재는 공공 비중이 높지만 향후에는 공공과 엔터프라이즈 매출 비중을 균형 있게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융권을 핵심 성장 시장으로 지목했다. 금융권이 AI 활용 확대와 함께 프라이빗 클라우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끝으로 조 대표는 향후 3년간 AI 네이티브 플랫폼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칵테일아이오가 AI 네이티브 플랫폼 분야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 그리고 고객들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며 "AI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력과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06.15 12:10한정호 기자

[AI 리더스] 웨카 "데이터가 승부처…한국 추론 시장 비용 절감 주도"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인공지능(AI) 성능을 극대화하고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려면 데이터가 병목 현상 없이 GPU에 도달하게 하는 고성능 데이터 계층, 즉 '스토리지'라는 세 번째 축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합니다." 브라이언 프로엘링 웨카(WEKA) 최고매출책임자(CRO)는 11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파르나스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프로엘링 CRO는 지난 25년간 CA테크놀로지스, 피보탈 등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영업 및 수익화 전략을 이끌어 온 전문가다. 그는 작년 4월 웨카에 합류한 뒤 글로벌 영업 조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웨카는 2013년 미국에서 설립된 AI 데이터 인프라 전문 기업으로,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워크로드를 위한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한다. 170개 이상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포춘 50대 기업 중 11곳을 포함해 전 세계 250개 이상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했다. 프로엘링 CRO는 "지난 4~5개월 사이 시장은 추론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됐다"며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단계를 넘어 어떻게 하면 토큰당 처리 비용을 낮춰 경제적인 에이전틱 솔루션을 공급할 것인지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웨카는 이와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뉴럴메시'와 추론 비용을 크게 낮추는 '증강 메모리 그리드(AMG)'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뉴럴메시는 데이터 병목 현상을 제거해 고가의 자원인 GPU 활용률을 90% 이상으로 유지함으로써 고객의 투자수익률(ROI)을 극대화한다. AMG는 기존 D램 단독 아키텍처의 한계를 넘어 1000배 더 많은 메모리 용량을 제공하며 추론 속도를 최대 10배까지 끌어올렸다. 프로엘링 CRO는 "AMG 솔루션은 NVMe 스토리지 성능을 활용해 D램 수준의 속도를 구현하며 첫 토큰 생성 시간(TTFT)을 극적으로 개선한다"며 "대규모 추론 환경에서 기존보다 6~10배 높은 토큰 처리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카는 한국을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APAC) 지역 주요 거점으로 꼽을 만큼 국내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프로엘링 CRO는 한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 올해에만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한에선 S전자, C사, U사 등 반도체와 유통, AI 분야 주요 고객사들과 만나 인프라 고도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웨카는 국내 제조 및 정보기술(IT) 분야를 넘어 최근 주요 은행을 포함한 다수의 금융권 고객을 확보했다. 전 세계적인 '소버린(주권) AI' 흐름에 발맞춰 한국의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고 고성능 데이터 처리를 지원하는 핵심 플랫폼으로서도 입지를 다질 방침이다. 아시아 지역 최초로 한국 지사를 설립한 지 올해로 5년 차를 맞이한 웨카는 향후 현지 기술 리소스와 지원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델·HPE 같은 하드웨어 파트너를 통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과 아마존웹서비스(AWS)·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 등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유연한 공급 모델도 확대한다. 프로엘링 CRO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역량과 최첨단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포진해 있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제조와 디자인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보편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적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한 기술 공급을 넘어 한국 파트너들의 성공을 돕고 함께 성장하는 핵심 조력자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2026.06.11 16:20이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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