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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퓨처랩, AI 영화 창작 지원 나서...참가자 모집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이사장 권혁빈)은 AI 영화 창작 지원 프로그램 '프롬프트 투 필름(Prompt to Film)'의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10일 밝혔다. '프롬프트 투 필름' 은 AI를 창작 파트너로 활용해 자신만의 단편영화를 완성할 청소년·청년 창작자를 지원하는 신규 프로그램이다. 퓨처랩이 지난 2년간 운영해 온 '청소년 AI 영상 창작 워크숍'을 고도화한 프로그램이다. 기존 워크숍이 교육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에는 실질적인 창작 지원과 영화제 상영까지 폭을 넓혔다. 창작자가 창작 생태계를 직접 겪어보게 하겠다는 취지다. 참가자는 약 4개월간 AI를 창작 파트너 삼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한편의 영화로 만든다. 전문가 특강을 통해 스토리텔링 작성 노하우, AI 영화 창작 과정 공유, 제작 마일스톤 관리 노하우를 익힐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자문역을 맡는 멘토로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 수석프로그래머 이상용 평론가, 2025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AI 영화부문 수상자 장권호 영화 감독, 영화 '삼식이 삼촌'의 신영식 영화 감독 등이 있다. 각각 스토리텔링 노하우부터 AI 제작 과정 전반을 세밀하게 지도할 예정이다. 또 참가자끼리 서로의 작품을 살피는 피어러닝, 영화 분석과 인사이트 공유 등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활동도 병행한다. 영화 창작과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있는 만 16세부터 24세까지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지원서는 내달 12일까지 퓨처랩 홈페이지에서 받는다. 완성작은 내년 2월 내부 시사회에서 처음 공개한다. 우수작으로 뽑힌 작품은 내년 BIKY 스크린에 오른다. 오숙현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재단 실장은 "단순히 AI 기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과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내는 경험을 하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스크린 앞에 서기를 고대하는 창작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2026.09.10 09:38이도원 기자

[이창근의 헤디트] AI영화보다 '영화의 AI화'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 오래된 시간의 결이 담긴 헤리티지에 있습니다.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더할 때 문화자원은 공연과 전시, 도시와 공간, 콘텐츠와 산업의 언어로 확장됩니다. 정책과 현장,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다움이 오늘의 콘텐츠와 경험으로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이창근 칼럼니스트와 함께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영화는 언제부터 영화가 되는가. 카메라로 촬영하고 배우가 직접 연기해야 영화일까. 아니면 이미지가 움직이고 이야기가 흐르며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순간 영화가 되는 것일까.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영화 제작방식을 바꾸면서 이 질문이 다시 돌아왔다. 이제 몇 줄의 문장만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과 사라진 도시, 실제 촬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까지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AI영화는 영화제와 극장으로 들어왔고 제작사와 VFX 기업들도 제작공정에 AI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중요한 질문은 'AI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다. 'AI'라는 이름을 떼어내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인가. 기존 영화와 다른 자기만의 영상문법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AI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과 AI로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제작은 쉬워졌지만 영화까지 쉬워진 것은 아니다 AI가 가져온 가장 분명한 변화는 비용과 시간의 장벽을 낮춘 것이다. 과거라면 많은 인력과 자본이 필요했던 장면을 작은 제작팀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되면 이미지의 희소성은 낮아진다. 만드는 능력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판단하는 힘이 중요해진다.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AI영화를 제작해온 박진호 카이스트(KAIST) 김재철AI대학원 초빙교수의 작업은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박 교수는 올해 1월 서울 강남에서 열린 K헤리티지산업포럼 신년 세미나에서 자신의 작업영역을 '헤리티지 AI영화'로 제시하고 '걸리버 율도국 여행기' 등 역사와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소개했다. AI는 정답을 내놓기보다 수많은 가능성을 빠르게 제시한다. 그래서 감독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다. 무엇을 만들고 버릴지, 어떤 장면과 감정을 남길지 결정해야 한다. 프롬프트를 다루는 능력만으로 감독의 역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창작에는 선택과 편집, 리듬 그리고 작품 전체를 책임지는 판단이 있다. 지난해 국립공주박물관이 제작한 단편영화 '한성 475'를 보며 이 문제를 다른 방향에서 생각했다. 475년 한성 함락을 다뤘지만 전쟁의 규모보다 인간의 마음을 따라갔다. 배우의 눈빛과 호흡, 침묵이 스펙터클보다 오래 남았다. 그때 주목한 것은 실사 자체가 아니었다. 기술을 얼마나 사용했느냐보다 서사가 사람에게 어떻게 도달했느냐였다. 나는 콘트라스트와 미장센을 감독의 시선과 철학이 화면에 남는 방식이라고 본다. 무엇을 밝히고 무엇을 어둠에 남길지, 인물과 공간을 어떻게 관계 맺게 할지. 그 선택이 장면의 감정과 의미를 만든다. AI영화도 다르지 않다. 화려한 이미지를 많이 생성했다고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는 생성할 수 있지만 장면의 의미는 연출해야 한다. AI는 제작비를 낮출 수 있지만 취향과 안목, 서사와 세계관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비용의 민주화'가 '완성도의 민주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국 상업성 역시 기술이 아니라 관객이 증명한다. AI영화보다 먼저 오는 영화의 AI화 실제 상업영화 제작현장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100% AI영화'보다 기존 영화 제작공정의 AI화다. 실사 배우와 촬영을 유지하면서 프리비주얼과 VFX, 배경 확장, 합성, 특수효과와 후반작업에 AI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방향은 더 빠르게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좋은 CG를 보면서 관객이 CG를 계속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AI도 결국 굳이 AI라고 설명할 필요가 없는 제작기술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AI영화의 미래'만큼 '영화의 AI화'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먼저 AI영화를 만들었느냐보다 누가 AI를 이용해 더 좋은 영화를 만들었느냐로 옮겨갈 것이다. 그렇다고 AI영화의 장르 가능성을 닫을 필요는 없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만으로 예술사조나 장르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반복되는 작품과 고유한 미학, 이를 공유하는 창작자와 관객의 감각이 축적될 때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기술은 출발점을 만들 수 있지만 하나의 사조와 장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작품의 축적과 시대의 선택이다. 그런 점에서 AI영화는 아직 새로운 영상문법을 시험하는 과정에 가깝다. 생성형 AI 특유의 이미지 변형과 공간의 유동성,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표현이 고유한 미학과 서사로 축적된다면 새로운 영상예술의 흐름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AI만이 만들 수 있는 영상문법은 무엇인가.' 이 가운데 '헤리티지 AI영화(Heritage AI Cinema)'의 다른 가능성도 엿봤다. 단순히 문화유산을 소재로 AI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록과 고증을 바탕으로 사라진 시간과 공간을 다시 시각화하고, 이를 오늘의 관객이 경험하고 기억할 수 있는 서사로 전환하는 영역이다. 특히 역사와 문화유산은 AI가 표현의 한계를 넓힐 수 있는 분야다. 박진호 교수도 당시 발표에서 고려 개성 만월대에 도착한 마르코 폴로처럼 실제 촬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역사적 상황을 AI로 연출한 사례를 소개했다. AI의 의미는 기록으로 남은 시간과 장소를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성 475'와 헤리티지 AI영화는 서로 반대편에 있지 않다. 하나는 배우의 실연과 고증으로 인간의 감정을 되살리고, 다른 하나는 사라진 공간과 사건을 새롭게 시각화한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종류가 아니라 역사의 기록을 오늘의 경험과 기억으로 어떻게 전환하느냐다. 다만 헤리티지를 다룰수록 기준은 더 엄격해야 한다. 복원과 추정, 예술적 상상은 구분돼야 한다. 무엇이 기록에 근거했고 어디까지가 학술적 추정이며 어디서부터 창작자의 상상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생성형 AI가 아무리 사실적인 장면을 만들어도 그것만으로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AI는 사라진 과거를 상상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상을 역사적 사실로 만들어주는 기술은 아니다. 결국 영화가 남기는 것은 감정과 기억이다 지난해 '한성 475'를 보며 나는 역사문화 콘텐츠의 미래를 '감정의 복원'에서 찾았다. 그 생각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AI가 영화를 만드는 지금 더 중요해졌다. 관객은 픽셀의 정확성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한 인물의 눈빛과 선택, 한 장면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작품이 끝난 뒤 남은 감정을 기억한다. AI는 영화의 목적이 아니라 창작수단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질문은 더 중요해진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왜 AI를 사용하는가. 그리고 작품이 끝난 뒤 무엇을 남길 것인가. 'AI로 만들 수 있다'는 것과 'AI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영화라면 이야기가 살아 있고 관객의 감정을 붙잡아야 한다. 동시에 AI만이 만들 수 있는 영상문법과 미학도 찾아야 한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AI로 만들었다'고 설명해야 하는 영화가 아니라 AI를 잘 사용하는 좋은 영화일 것이다. 기술은 가능성을 만든다. 서사는 그 가능성에 이유를 만들고 미장센은 이야기를 장면으로 조직한다. 콘트라스트는 감정의 깊이를 만들고 그 감정은 기억으로 남는다. 결국 영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AI라는 이름이 아니다. 사람에게 남는 이야기다. * 헤디트(HEDIT) : Heritage(문화자원) + Digital(첨단기술) + Art(예술창작)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콘텐츠 디렉터이자 예술-기술 칼럼니스트다.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서 문화자원과 오래된 장소의 가치를 오늘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이를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 공간과 도시 경험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부터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ZDNET Korea)의 오피니언 필진으로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현재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 '명경(名景)'을 운영하고 있다.

2026.08.21 08:48이창근 컬럼니스트

박진호 K헤리티지산업포럼 부의장 "AI 영화, 도자기 빚듯 엄선…문화 산업화 동력 기대"

박진호 K헤리티지산업포럼 부의장(고려대학교 연구교수)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문화유산의 산업화'를 AI 영화라는 실질적인 결과물로 소개했다. 박진호 부의장은 15일 K헤리티지산업포럼 발족식 및 세미나에서 '헤리티지 AI 영화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부의장은 KAIST와 서울대 융합기술원을 거치며 황룡사, 석굴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등 전 세계 80여개 문화유산 복원 프로젝트를 수행한 디지털 복원 전문가다. 이날 박 부의장은 최근 제작한 AI 영화 4편을 통해 기술과 문화유산 결합이 가져올 미래를 제시했다.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고 복원하는 아카이빙 차원을 넘어, AI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전통문화 대중화와 산업 확장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다. 박 부의장은 "학생에게 AI 영화는 단순히 '딸깍'하고 한 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며 "100개의 도자기를 구워 그중 95개를 깨고 남은 최상품을 왕에게 진상하던 장인의 마음으로, 수만 번 프롬프트 실험 속에서 살아남은 결과물을 엄선해 영화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박 부의장의 대표작인 '걸리버 율도국 여행기'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와 허균의 '홍길동전' 속 공간인 율도국을 결합한 작품으로, 지난해 경상북도 국제 AI 메타버스 영상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영화 속에서 엔지니어로 등장하는 걸리버가 80대 노인이 된 홍길동과 힘을 합쳐 왜구를 물리치는 서사는 우리 문화 유산 콘텐츠의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동방견문록'을 철저히 고증한 다큐멘터리 AI 영화 '마르코폴로'는 역사 속 인물의 여정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박 의장은 '마르코폴로가 왜 고려에는 오지 않았을까'라는 학술적 의문에서 출발해, 그가 고려 수도 개성 만월대에 당도하는 상상력을 더해 풍부한 시각적 재미를 선사했다. 인도를 통일한 아쇼카왕 전설이 신라 황룡사 장육존상에 깃든 이야기를 다룬 '아쇼카 로드'는 창원국제민주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실크로드 부다'는 8세기 신라 승려 혜초의 실크로드 여정을 담았다. 실크로드의 긴 여정 끝에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지역에 당도한 혜초가 당시 '바미안 대불'을 목도하는 순간을 AI 기술로 복원해냈다. 박진호 부의장은 향후 포럼 지향점에 발맞춰 동양과 서양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을 영화적 언어로 풀어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박 부의장은 "K헤리티지산업포럼 취지에 맞게 '한국 속의 세계'와 '세계 속의 한국'이 만나는 지점을 AI 영화에 담아내고 있다"며 "AI 영화가 글로벌 시장의 주요 문화유산 거점에서 열리는 상영회나 영화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K헤리티지의 산업적 확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이날 발족한 K헤리티지산업포럼은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을 출발점으로 콘텐츠부터 관광, 푸드, 패션 등 연관 산업으로 확장해 정책과 기업, 지역이 함께 참여하는 실행형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민간 싱크탱크형 포럼이다.

2026.01.15 17:41정진성 기자

[이창근의 헤디트] AI 스펙터클 시대, 감정으로 복원한 서사

세계가 한류(K-Culture)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가 담긴 헤리티지에 있습니다.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리고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더해 지역은 매력적인 도시로, 문화는 산업으로 확장됩니다. 국가유산의 보존과 활용은 문화기술과 융합해 디지털 헤리티지와 관광산업으로 구체화하며, K-콘텐츠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세계와 만나는 무대에서, 문화는 곧 경제이자 미래 경쟁력임을 보여줍니다. 정책과 현장, 산업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다움이 어떻게 K-컬처로 발현되는지를 이창근 칼럼니스트와 함께 탐색합니다. [편집자주] 기록은 사실을 남기지만, 감동은 기억을 남긴다. 국립공주박물관이 공개한 단편영화 〈한성 475〉는 그 단순한 명제를 다시 입증한다. AI가 전투신을 만들고, 합성 기술이 리얼한 캐릭터를 생성하는 시대에 이 작품은 오히려 인간의 감정으로 돌아갔다. 475년 백제 개로왕과 고구려 장수왕의 전쟁을 다루지만, 영화의 중심은 전쟁이 아니라 결단이고, 기술이 아니라 서사다. 〈한성 475〉는 국립박물관이 제작한 사극 단편영화이자, 감정으로 복원된 역사다. AI의 정밀함이 고도화되는 이 시점에 인간의 감정이 왜 여전히 중요하고, 왜 그것이 곧 콘텐츠의 미래인지를 보여준다. 기록에서 경험으로, 전시의 언어가 영화로 바뀌다 국립공주박물관은 지난 10월 11일, 특별전 〈한성 475 - 두 왕의 승부수〉와 연계한 단편영화 〈한성 475〉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전시는 유물로 시대를 복원하고, 영화는 감정으로 역사를 되살린다. 이 두 축의 결합이 곧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한성 475〉는 475년 한성 함락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다룬다. 고구려 장수왕이 3만 대군을 이끌고 백제 수도 한성을 포위하고, 개로왕이 끝내 포로가 되어 생을 마감하는 장면이다. 교과서에서는 “백제가 한성을 잃고 웅진(공주)으로 천도했다”는 한 줄로만 남아 있는 사건을, 박물관은 30분짜리 감정 서사로 재해석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성취는 '고증 기반의 서사 복원'이다. 김명훈 학예연구사가 기획하고 〈화력조선〉 제작진이 연출했다. 전쟁고고학·성곽고고학·복식사 전문가 자문을 거쳐 세밀한 시각 고증이 완성됐다. 고구려의 찰갑, 백제의 환목궁, '백잔(百濟)'과 '박적(高句麗)' 같은 고대 어휘를 되살렸으며, 전투의 무대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의 실제 발굴 구조를 반영했다. 전쟁의 기록이 시각의 언어로, 시각이 감정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완성형 구조다. 화면의 톤은 황혼빛 흙색으로 눌려 있다. 불길, 먼지, 매연, 철의 질감이 중심을 이루며, 빛보다 그림자가 많다. 이 어두움은 패배의 상징이 아니라 기억의 무게를 드러낸다. 화려한 전투 장면 대신 인물의 호흡과 시선을 따라가는 연출은, 공공기관이 만든 영상에서도 영화적 감정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국립공주박물관이 교육용 영상의 틀을 벗어나 완결된 콘텐츠 IP로 진화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제 박물관은 단순한 유물 전시기관이 아니라, 역사문화 IP를 직접 기획·연출·유통하는 '콘텐츠 스튜디오'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이는 보존의 공간에서 창작의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뮤지엄 혁신의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왕의 전쟁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내러티브 〈한성 475〉는 제목처럼 '두 왕의 대결'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실제 중심에는 다른 인물들이 있다. 바로 백제 출신으로 고구려군의 선봉에 선 재증걸루(김태훈)와 고이만년(김해준)이다. 그들은 조국을 떠나 적이 되었고, 적의 편에서 다시 조국을 향한다. 이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내적 서사가 영화의 감정선을 지배한다. “내 몸엔 백제의 피가 흐른다. 백제장수 재증걸루는 죽었다.” 이 대사는 단순한 배신의 독백이 아니라, 정체성과 양심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절규다. 이 영화는 전쟁의 원인보다 '전쟁을 견딘 사람들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결국 백제의 몰락은 왕의 패배가 아니라 인간의 고뇌로 그려진다. 재증걸루는 싸움 속에서도 흔들린다. 왕의 명령보다 인간의 양심이 먼저인 순간, 그는 이미 전쟁의 결과를 알고 있었다. 그런 내면의 흔들림을 배우 김태훈은 거의 대사 없이 눈빛으로 표현한다. AI 합성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미세한 근육의 떨림, 시선의 망설임, 호흡의 끊김이 감정의 리얼리티를 완성한다. 장수왕(서명찬)은 냉철함으로, 개로왕(박경주)은 품격으로 맞선다. “왕이 무릎을 꿇는다면 나라가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닌가.” 개로왕의 대사는 몰락한 왕의 존엄을 지켜낸다. 마지막 대면 장면에서 두 왕은 권력으로 싸우지 않는다. 침묵으로 싸운다. 이 절제된 연출은 사극의 클리셰를 벗어나, '침묵이 가장 강한 언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결국 〈한성 475〉는 왕의 전쟁이 아니라 인간의 서사다. 역사를 영웅담으로 소비하지 않고, 개인의 감정과 결단으로 환원한 작품이다. 이건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국립박물관이 만든 역사 영화의 새로운 문법이다. AI 합성의 시대에 던지는 역설 오늘날 유튜브와 SNS에는 수많은 'AI 역사 영화'가 올라온다. 생성형 알고리즘이 만든 장군의 얼굴, 복제된 병사, 자동 생성된 전투신. 속도는 빠르고 화질은 균일하지만, 감정은 없다. 정확한 픽셀은 있지만, '진짜 인간'은 없다. 〈한성 475〉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 기술의 정밀함보다 감정의 진실을, 속도의 효율보다 이야기의 온도를 선택했다. 이 영화의 콘트라스트와 미장센은 '합성이 아닌 실연의 미학'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피가 튀는 전장을 멀리서 담지 않는다. 방패 뒤에 숨은 병사의 시점에서 전쟁의 숨결을 포착한다. 광각보다 근접, 서사보다 감정, 대규모 합성 대신 배우의 숨결이 있는 실사. AI는 감정을 묘사할 수는 있지만, 감정을 창조하지는 못한다. 〈한성 475〉는 이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기술 발전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비(非) 기술의 가치를 일깨운다. 역사문화 콘텐츠의 역할은 감정의 기억을 보존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AI 시대에 콘텐츠 업계가 가져야 할 방향이다. 기술의 경연장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 서사를 주도하는 무대. 그곳에서 '디지털 헤리티지'는 단순한 가상 복원이 아니라, 기억의 재현이 된다. 수사에서 서사로, 감정의 진정성이 곧 유산의 미래 〈한성 475〉는 단순한 박물관 영상이 아니라, 신기술융합콘텐츠의 혁신적 모델이다. 국립공주박물관이 유물의 전시를 넘어 '감정의 서사'를 담아낸 작품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박물관 서비스가 보존과 전시의 차원을 넘어, 디지털 헤리티지 시대의 콘텐츠 제작소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가 영상을 생성하고, 플랫폼이 서사를 소비하는 시대에 〈한성 475〉는 인간의 감정으로 역사를 재현했다. 국립박물관이 감정의 설득력을 갖춘 영화를 직접 기획하고 서비스했다는 점에서 뮤지엄 콘텐츠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한편, 전국의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사업은 유적지의 밤을 화려한 빛과 3D 영상으로 수놓고 있다. 유산의 외형은 눈부시게 연출되었지만, 그 안의 이야기가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재현되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지 본질적으로 돌아볼 시점이다. 기술은 완벽하지만 감정은 흐릿하고, 장비는 정밀하지만 이야기는 비어 있다. 그 반대편에서 〈한성 475〉는 감정의 설득력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현란한 기술보다 유산의 본질,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심금을 울린다. 문화유산을 기억하게 하는 힘은 이야기다. 기술은 그 감동을 전달하는 파트너일 뿐이다. 〈한성 475〉가 보여준 한 줄기 빛은 바로 그 서사의 복원이다. 디지털 헤리티지 시대, 우리는 이제 현란함의 시대에서 '이야기의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기술로 기억을 남기지 말고, 감정으로 유산을 잇는 것. 그것이 곧 K-헤리티지가 K-콘텐츠로, K-컬처로 확장되는 진짜 길이다. * 헤디트(HEDIT) : Heritage(문화자원) + Digital(첨단기술) + Art(예술창작)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예술-기술 칼럼니스트이자 Media-Art Director로 활동하며, 융합예술과 디지털콘텐츠를 설계·제작하는 스튜디오 헤리티지랩(Heritage LAB)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고유의 스토리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도시의 매력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테마형 관광콘텐츠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지역문화재단과 지역콘텐츠거점기관, 문화체육관광부 디지털 공공기관에서 임원을 지냈다. 2021년 5월부터 ZDNET Korea 오피니언 고정 필진으로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하고 있다

2025.10.27 15:09이창근 컬럼니스트

CGV, 'AI로 만든 영화 공모전' 진행

CGV가 극장사 최초로 'AI영화 공모전'을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상상 또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히어로'와 '빌런' 이야기 혹은 '자유 주제'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10~20분 미만의 분량의 영화 영상물로 응모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발표하거나 입상한 적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면 응모 가능하며, 장르나 제작연도에는 제한이 없다. 국내 영화제작자, 여러 분야의 창작자, 영화를 사랑하고 AI 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 등 누구나 응모 가능하다. 출품 접수는 4월 25일까지 CGV 모바일 앱 및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다. 'CGV AI영화 공모전'은 스토리텔링 40%, 창의성 30%, 기술력 30%를 심사 기준으로 한다. 1차 예선 심사를 통해 15편의 작품을 선정하고, 2차 본선 심사를 진행한다. 공식 심사위원 평가 및 온라인 투표를 통한 관객심사를 거쳐 5편의 최종 수상작이 선정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영화 보고 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의 김중혁 작가, CJ ENM AI 프로덕션 정창익 감독 등 총 4명이 각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해 공식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관객이 원하고,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작품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공모전의 총 상금은 약 5천만원 규모이며, 대상 수상작은 CGV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더불어, ENM 특별상을 마련해 콘텐츠 창작 활동을 지원하며 창작자 양성 지원도 이어갈 예정이다. 최종 수상작은 5월 23일 발표할 예정이다. 'CGV AI영화 공모전'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CGV 모바일 앱 및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CGV 김재인 콘텐츠·마케팅담당은 “최근 생성형 AI 기술에 대해 높아진 대중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극장사 최초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AI영화 공모전'을 진행하게 되었다”며 “이번 공모전을 통해 영화를 사랑하는 창작자들의 다채로운 AI영화가 관객과 만나고, 극장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03.18 08:49안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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