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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더 잘해줘"만 반복하는 아이들…AI 시대 필요한 건 '사고 근육'

아이들의 사고력이 충분히 자라기 전부터 인공지능(AI)이 답을 대신해도 되는지를 두고 학교와 학부모가 새로운 선택지 앞에 섰다. 미국 뉴욕시는 2026~2027학년도부터 유아 과정인 2-K부터 8학년까지 학생이 직접 사용하는 생성형 AI를 1년간 중단했다. 고등학생은 학교가 검증한 AI 프로그램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어린 학생에게는 직접 읽고 쓰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는 시간을 보장하고, 고등학생부터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취지다. 국내 교육 현장에서도 생성형 AI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김봉제 서울교대 AI가치판단디자인센터장(윤리교육과 교수)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AI 활용을 허용할지 금지할지 두 가지로만 나눠 볼 문제는 아니다"라며 "사고하는 힘을 길러야 할 시기에는 AI와 거리를 두고 발달 단계에 맞춰 활용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답은 빨라졌지만 판단은 별개…'지식 없는 감독자' 생성형 AI가 들어오면서 학생이 지식을 다루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배운 내용을 기억하고 이를 토대로 답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AI가 내놓은 결과를 고르고 수정하고 사실인지 확인하는 일이 늘었다. 학생의 역할도 직접 답을 찾는 데서 AI에 일을 맡기고 결과를 살피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다만 역할이 바뀌었다고 그에 필요한 판단력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김 센터장은 "학생들이 AI의 답을 편집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면 실제로 그 답이 맞는지 판단할 역량도 있는지 물어야 한다"며 "지식을 쉽게 얻는 것과 그 지식을 판단하는 능력은 별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인지적 부채'로 설명하고, 아이들이 길러야 할 판단력을 '사고 근육'에 비유했다. 당장은 AI의 도움으로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틀리고 다시 풀어보는 경험이 줄면 나중에 AI가 만든 결과를 검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 연구진도 지난해 AI를 활용한 글쓰기 과정에서 '인지적 부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참가자 54명을 거대언어모델(LLM)·검색엔진·별도 도구 없이 글을 쓰는 세 집단으로 나눠 뇌 활동을 측정한 결과 LLM 이용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뇌 연결성이 나타났다. 이런 문제는 학생이 AI를 지시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날 수 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금 더 잘해줘"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근거를 더 넣어야 하는지 짚으려면 먼저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김 센터장은 이런 상태를 '지식 없는 감독자'에 비유했다. 그는 "AI를 지시하고 감독하는 위치에는 올라섰는데 정작 지시에 필요한 역량이 없는 것"이라며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더 잘해달라는 요구만 반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도 '언제부터'가 중요…연령별 사용 기준 필요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생성형 AI는 언제부터 허용해야 할까. 김 센터장은 나이만으로 선을 긋기보다 사고력이 발달하는 시기에 맞춰 사용 범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초등학생은 생성형 AI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중학교 초반까지는 교사나 부모가 살펴보는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편이 좋다"며 "고등학교부터는 활용 범위를 점차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숫자로 나이를 나누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읽고 쓰고 기억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시기를 보호하는 데 있다. AI가 이 과정까지 건너뛰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김 센터장의 판단이다. 그는 어린 나이에 생성형 AI를 접하는 것을 자극적인 디지털 콘텐츠에 너무 빨리 노출되는 것과 비슷하게 봤다. 성장기에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감각을 키우듯, AI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시간도 충분히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에서 막아도 AI는 집으로 따라온다. 스마트폰이나 PC만 있으면 생성형 AI에 언제든 접속할 수 있어서다. 김 센터장은 어린 학생일수록 AI를 혼자 쓰게 두기보다 부모가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이가 무엇을 묻고 어떤 답을 받았는지 살펴보면서,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생각해보는 습관을 함께 길러야 한다는 취지다. 답 주는 AI보다 '생각하게 하는 AI' 생성형 AI를 교육에서 빼는 것만으로 문제를 풀기도 어렵다. 같은 AI라도 학생 대신 답을 내놓는지, 스스로 생각하도록 돕는지에 따라 학습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연구진이 튀르키예 고등학생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학 학습 실험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일반적인 GPT를 사용한 학생들은 AI를 이용하는 동안 대조군보다 48% 높은 성과를 냈지만 AI 없이 시험을 치르자 대조군보다 17%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정답을 곧바로 알려주지 않고 힌트와 질문으로 풀이를 유도하도록 설계한 'GPT 튜터'를 이용한 학생들은 연습 과정에서 대조군보다 127% 높은 성과를 냈다. AI 없이 치른 시험에서는 대조군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AI라도 어떻게 쓰게 했느냐에 따라 학습 결과가 달라졌다. 김 센터장은 "AI를 그냥 쓰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정답을 바로 주기보다 학생이 한 번 더 생각하도록 되묻거나 힌트를 주는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가 맡을 역할은 과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수학이나 물리처럼 개념과 풀이 과정이 비교적 명확한 분야에서는 학생이 어느 부분에서 막혔는지 파악하고 그 수준에 맞는 문제를 제시하는 개인교사 역할을 AI가 일부 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인문·사회 영역은 사정이 다르다. 같은 글을 읽더라도 학생이 살아온 경험과 관심에 따라 질문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학이나 물리에서는 학생 수준에 맞춰 좋은 질문을 던지는 개인교사 역할을 AI가 할 수 있다"면서도 "인문·사회 영역에서는 인간의 경험과 영감에서 나오는 다양한 질문까지 대신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AI가 정답을 찾는 일을 더 많이 맡을수록 교사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교사는 답을 알려주는 데서 그치기보다 학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질문을 만들었는지, AI가 내놓은 결과를 어떤 근거로 받아들이거나 거부했는지를 살피는 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만 바꿔선 부족…"무엇을 가르칠지부터 달라져야" 생성형 AI가 학교에 들어오면서 숙제와 수행평가, 시험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둘러싼 고민도 커지고 있다. 김 센터장은 평가 방식보다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칠지를 먼저 다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평가는 가르친 내용을 학생이 얼마나 익혔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면 그보다 먼저 교육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식을 많이 기억한 학생을 가려내는 교육에서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무게를 옮겨야 한다고 봤다. 저출생도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하는 배경으로 들었다. 출생아가 100만명에 육박하던 때에는 많은 학생을 경쟁시켜 일부를 선발하는 교육 구조가 가능했다. 지금처럼 출생아 수가 30만명 안팎으로 줄어든 상황에서는 각자의 역량을 어떻게 연결할지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센터장은 "과거에는 100만명 가운데 30만명을 뽑아 쓰는 체제였다면 이제는 30만명이 100만명의 힘을 내게 해야 한다"며 "입시와 같은 경쟁으로 사람을 가려내는 것보다 서로 협력해 시너지를 만드는 힘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AI가 지식 검색과 정리를 상당 부분 맡는 변화도 교육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많이 기억하고 빠르게 답을 찾는 능력만으로는 이전과 같은 차이를 만들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김 센터장은 앞으로 학교에서 더 길러야 할 역량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함께 일하는 힘을 꼽았다. 그는 "예전 지식사회에서는 많이 알고 똑똑한 사람이 필요했지만 이제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AI가 지원하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사람과 관계를 맺고 함께 일하면서 서로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6.09.14 09:36김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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