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혁신도 아웃소싱이 필요"
"애플, 구글 등 현재 미국 주요 6개 기업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창업할 때 벤처캐피탈에서 투자금을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벤처로 시작한 구글도 대기업이 되니 혁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내부 혁신이 아닌 외부 혁신을 흡수하는 방법으로 살아남으려 하고 있습니다."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K-혁신성장 포럼 제1차 기업 서밋' 행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국내 대기업 벤처투자(CVC) 규제에 일갈을 날렸다. 전 대표는 "전산과 광고·마케팅은 다 아웃소싱을 주는데 혁신이라고 해서 아웃소싱을 주지 말란 법은 없다"며 "그것이 바로 '구글벤처스'고 '롯데벤처스'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CVC가 굉장히 중요한데 국내에서는 2022년까지도 지주사 산하 CVC가 법적으로 금지됐다가 풀어줬다"며 "근데 온갖 제한이 다 걸린 채로 풀어줬기 때문에 구글벤처스와 같은 해외 CVC와 경쟁할 수 없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전 대표는 이날 한국경영학회에서 제안한 '산업혁신전문회사'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투자 활성화의 기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영달 경영학회 부회장은 "미국의 CVC는 사모투자(PE)와 겸업이 가능하며 은행 외 금융사의 설립 및 운영 자유도가 매우 높은 반면 국내 CVC는 제한된 역할기능만 수행한다"며 "구글이나 존슨앤존슨 등이 CVC(+PE)+BCD를 통합한 형태의 '산업혁신전문회사'를 기반으로 신산업혁신 생태계를 전주기·전범주로 조성하는 것과 달리 우리 기업은 국내에서 '삼성생태계', 'SK생태계', 'LG생태계' 등을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CVC(+PE)+BCD, 그리고 한국의 CRC(구조조정 세제혜택 및 펀드운영)을 결합하고 신산업혁신생태계 기반 조성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산업혁신전문회사'제도 도입을 통한 민간기업의 신산업 혁신투자 촉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6대 그룹 "산업혁신 전문회사 필요성 공감" 이날 포럼에는 삼성·SK·현대차·LG·포스코·롯데 등 6대 그룹 경제·경영연구원이 참석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한 이들 대다수는 CVC 관련 규제 개선에 공감을 표했다. 먼저 이정일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은 “향후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 있어서 기존 수준을 뛰어넘는 새로운 대변혁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해외 CVC 제도 등 충분한 사례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도 기업뿐 아니라 입법·행정 분야 전문가들도 제도의 합리적 설계와 운영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바람직한 CVC 운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사장은 “'산업혁신 전문회사'라는 중요한 화두를 아주 적절한 시기에 잘 정리해줬다"며 "우리의 저성장 경제구조를 해결할 것인가 포커싱을 굉장히 중요한 타이밍에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감덕식 LG경제연구원 사업1부문 부문장도 "기업이 기존 사업에서 가지고 있는 인프라와 경영 자원을 다시 부어서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제약이 있다"며 "외부 자원이나 아이디어를 흡수해 성장하는 메커니즘을 통해 성장을 이뤄가는 것이 잘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견 HMG경영연구원 부사장은 “전통적 제조업 기업이 어떻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탈탄소라는 엄청난 패러다임의 전환을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는 지는 굉장히 어려운 과제"라며 "새로운 전환기는 정부의 주도만으로 헤쳐나가기 어렵고,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구체적인 실험모델로 제시한 '산업혁신 전문회사' 개념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산학연협력담당(전무)도 "미국과 달리 벤처를 혁신 성장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영국과 일본의 GDP가 과거 대비 크게 떨어졌다"며 "외부의 혁신 성장 시스템을 기업 내부로 연결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며 CTO 산한 벤처 투자 캐피탈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스라엘 벤처가 잘 되는 이유는 향후 3~5년 후 미래 기술 니즈를 잘 파악하기 때문"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대학의 창업 생태계가 굉장히 중요하며, 대학과 지주사가 (벤처투자에)참여하는 부분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