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엑시노스 반격 무기로 '3D 칩렛' 적용 검토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 시리즈에 차세대 패키징인 '3D 칩렛'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3D 칩렛은 주로 HPC(고성능컴퓨팅), AI(인공지능) 등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주목받아 온 기술이다. 모바일 AP에도 소형화, 성능 향상 등 여러 이점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엑시노스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3D 칩렛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칩렛은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제조하고 하나의 칩으로 이어붙이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다. 한번에 칩 전체를 만드는 기존 모놀리식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칩렛이 지닌 장점은 다양하다. 개별 다이(Die)에 칩을 한번에 제작할 경우 일부 회로에 문제만 생겨도 칩 전체가 불량 판정을 받는다. 반면 칩렛은 각 요소를 쪼개서 제작하므로, 수율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공정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기존 모놀리식에서는 칩 내부의 일부 요소를 바꾸는 경우 전체 설계를 다시 진행해야 했다. 반면 칩렛은 개발사가 원하는 특정 요소만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도체 미세화 공정이 한 자릿 수의 나노미터(nm)까지 진화하면서, 공정 난이도 및 내부 구조의 복잡성이 높아진 것도 칩렛이 주목받게 된 주요 배경이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 AMD, 인텔 등이 HPC용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칩렛을 접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가 삼성 파운드리를 활용해 4나노 칩을 생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모바일 AP 분야에도 3D 칩렛(칩을 수직으로 이어 붙이는 것)을 적용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엑시노스에 3D 칩렛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상당히 많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AP는 최선단 파운드리 공정을 제일 먼저 활용하는 분야로서, 수율에 매우 민감하다. 때문에 칩렛을 활용하면 보다 안정적인 칩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칩을 수직으로 쌓는 3D 패키징 기술은 전체 패키지 크기를 줄이는 데 용이하며, 칩 간 연결성을 높여 대역폭·전력 효율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엑시노스의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매출 기준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퀄컴 40%, 애플 33%, 미디어텍 16%, 삼성전자 7% 순이다. 올해 초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에도 엑시노스 대신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이 전량 탑재된 바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3D 칩렛은 엑시노스의 생산성 및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상용화에는 여러 도전 과제가 있겠으나, 전공정 기술이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에서 모바일 AP의 3D 칩렛 적용은 결국 나아가야할 길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삼성전자 역시 3D 칩렛에 대한 방향성이 맞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