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도입부 창작해 줘"...클로바X에 물어보니
24일 베일을 벗은 한국판 챗GPT '클로바X'에 “곧 아버지 생신인데, 판교 인근 분위기 좋은 식당을 알려달라”고 물었다. 클로바X는 7개 선택지를 제시했다. 식당 메뉴와 분위기 등을 소개해 주고, 감사하게도 '아버지 생신을 축하하며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는 문구를 덤으로 줬다. 네이버 식당 예약 페이지도 눈에 띄었다. 클로바X 대화창 우측 하단에 있는 '스킬'을 활성화하면 답변과 함께 추천해 준 식당을 곧바로 예약할 수 있는 페이지가 나열된다. 사용 가능한 스킬은 네이버 쇼핑·여행 두 가지. 챗GPT에 똑같이 질문했는데, 클로바X와 겹치는 식당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챗GPT도 클로바X처럼 7곳을 추천했다. 챗GPT에 반복해 질문했는데, 5곳으로 답안지가 줄었다. 식당은 첫 번째 질문과 달리 새롭게 구성됐다. 세 번째 물어보니, 처음 질문했을 때와 중복된 답안지 1개를 제외하고 새 식당 4곳이 소개됐다. 클로바X를 같은 방식으로 시연해 봤다. 두 번째 새로운 식당 6곳, 다음 세번째는 앞선 답안들과 동일했다. 식당 하나하나 비교 분석해 보니, 클로바X가 질문에 걸맞게 더 분위기 있는 식당들을 나열해 줬다. 2010년대를 풍미한 한국영화에 대해 물었다. 클로바X는 이 시기 천만 관객을 넘은 영화 위주로 답변해 줬다. ▲명량(2014) ▲국제시장(2014) ▲베테랑 (2015) ▲암살(2015) ▲택시운전사(2017) ▲신과함께: 죄와 벌(2017) ▲신과함께: 인과 연(2018) ▲극한직업(2019) ▲기생충(2019). 단, 재작년 흥행몰이를 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답변에 넣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동일한 기준으로, 2010년대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영화 '도둑들(2012)'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7번방의 선물(2013)' '변호인(2013)' '부산행(2016)'은 빠졌다. 챗GPT도 클로바X처럼 '기생충' '암살'을 꼽았지만, 2006년 영화 '괴물'을 답안지에 넣었다. 챗GPT는 '아저씨(2010)' '완득이(2013)' '연평해전(2014)' '사도(2015)'를 2010년대를 풍미했던 영화로 꼽았다. "질문 구체화하면 양질 답변" 대학·취업준비생들에게 유용 명령어를 구체적으로 입력하거나, 지시사항에 대한 예시를 보여주면 클로바X로부터 양질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가령 '경영대 소속이지만, 언론 직군을 선호하고 있어. 자기소개서 초안을 작성해 줄래?' 대신, '경영대 소속이지만, 언론 직군을 선호하고 있어. 글짓기 대회 수상과 대학생기자단, 인턴기자 경력이 있는데, 자기소개서 초안을 작성해 줄래?'라고 구체화하면 더 좋은 답안이 생성된다. 질문과 답변이 연달아 이어지는 '멀티 턴' 기능은 취업준비생에게 특히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OO직무에 신입으로 지원했는데, 면접 연습할 수 있도록 면접관이 돼 줄래'라고 물으면 'OO직무 면접관이 돼 드리겠습니다. 지원자님,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고 답한다. 이어 '안녕하세요. 경영학과 재학 중인 OOO입니다. 재학 중 알게 된 △△회사 비전에 감동해, 공개채용에 지원했습니다'고 바로 질문하면, '네, 자기소개 잘 들었습니다. OO 직무에 지원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이처럼 질문에 답변하면서, 실제 면접 현장을 사전 체험할 수 있다. "SF 소설 도입부 창작할 수 있겠어?"…제목, '지구를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창작자들도 클로바X를 활용할 수 있다. '지구가 아닌 곳에서 미래를 상상하며 공상과학(SF) 소설 도입부를 창작할 수 있겠어? 등장인물들이 겪는 위기에 대한 암시를 포함하면 좋겠어. 주인공 캐릭터는 한국인으로 설정해 줘'라고 물으면 '지구를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준다. 주인공은 김준우다. 또 '8세 미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어떤 주제 동화책을 쓰는 게 좋을까? 아이디어를 3가지 제안해 줘'라고 질문하면, 동물·모험·가족 이야기 등 몇 가지 주제를 제안해준다. 동물 이야기의 경우,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동물들의 특징과 생태를 재미있게 표현하면서도 자연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고 한다. 클로바X는 네이버쇼핑·여행 등과 연계돼 상품이나 장소를 추천한다. 20년간 네이버 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답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광화문 근처에서 가성비 좋게 점심 해결할 수 있는 곳 좀 찾아줘 중식은 빼고'라고 말하면, '가성비가 좋다'는 네이버 플레이스 키워드 리뷰를 참조해 답변해 준다. 엉뚱한 답변 내놓기도…챗GPT 대비 느리지만 이용 지장無 클로바X는 베타 서비스 기간으로, 3시간 동안 가능한 질문 수는 30개로 제한했다. 다소 아쉬운 답변도 있었다. '제주도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관련 블로그나 책을 추천해달라'고 물었는데, 여행과 무관하거나 엉뚱한 블로그 링크를 받기도 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소서 작성을 부탁했는데, 여기서 같은 문장이 계속 반복되는 오류 역시 발견됐다. 챗GPT보다 속도가 느리긴 했지만, 이용하는 데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내년 총선 결과나 한국 역대 최고 대통령은 누군지 등 정치적인 질문은 '인공지능 언어모델로서 정치적인 입장을 가질 수 없다'는 답이 나왔다. 이는 챗GPT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