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학번 채용 문제, 해답은 AI에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이들의 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채용 솔루션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코로나 학번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대학 생활을 해 대면 수업을 비롯한 각종 대·내외 활동에 지장을 겪은 세대다. 수업이나 과제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절대평가를 채택한 학교가 많아 비교적 쉽게 좋은 학점을 받는 '학점 인플레이션' 역시 심화됐다. 실제로 취업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인사담당자 4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속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취업 준비생들의 변별력이 사라졌다'고 응답한 인사담당자가 90.3%에 달한다. 또한 과반수인 53.8%는 코로나 학번의 취업 시장 진출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고민을 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학점 등 정량적인 요소의 변별력이 크게 떨어진 현 상황에서는 결국 자기소개서 내용을 기반으로 지원자 개개인의 경험이나 역량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 기존에는 지원자 선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서류전형에서 학벌, 스펙, 자격에 따라 줄을 세우거나 서류전형 자체의 가중치를 낮추는 것이 보편적이었지만, 코로나19 학번의 변별력을 확인하기 어려워진 현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기존보다 더 많은 서류를 검토하며 품을 들여야 한다. 자기소개서 판별 단계부터 내용을 평가하고, 회사 인재상에 맞는 지원자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시스템이 도입돼야 하는 이유다. AI를 채용에 활용할 경우 서류 검토 시 놓치기 쉬운 오기재, 반복 기재, 블라인드 위반 요소들을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서류전형부터 자기소개서와 경력기술서를 대신 읽고 평가해 주는 것은 물론, 자기소개서 기반의 면접 질문을 생성해 주기도 한다. 직무에 적합한 활동을 했는지, 관련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회사 인재상에 적합한지 등 내용에 대한 정성평가도 가능하다. 물론 AI 평가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수많은 AI 면접 솔루션들이 아직도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눈 깜빡임, 표정 등을 분석하는데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들이 면접을 볼 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표면적인 것이 아닌, 실질적인 대화 내용이다. 실제로 대면 면접을 진행할 때도 사소한 말 실수 하나하나에 면접관이 점수를 매기기보다는, 지원자 대답의 의미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코로나 학번의 경우 학교 생활을 대부분 비대면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많은 인사담당자들이 지원자들의 대답을 통해 소통 역량을 평가하고 있다. 모두 그렇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 학번은 상대적으로 사회경험과 대외활동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면 소통을 낯설어 한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듯, 인크루트의 조사 결과에서도 코로나 학번 채용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채용담당자의 65.6%가 '조직 내 융화와 적응'을 걱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업 및 팀워크 우려' 역시 52.7%에 달했다. 이에 커뮤니케이션 역량 파악에 집중하기 위해 최근 AI 평가 솔루션들이 고도화되는 추세다. AI 면접의 경우 자기소개서에서 소통, 성과 창출, 리더십 등 지원자의 역량을 나타내는 유의미한 구절을 추출해 맞춤형 질문을 생성하고, 면접 특화 음성인식(STT, Speech-to-Text) 기술을 이용해 꼬리질문까지 진행이 가능해졌다. 면접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통해 지원자 개개인의 성향,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면면접 시 더 깊이 있고 풍부한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한 AI 역량검사도 단순한 게임 방식에서 벗어나, 지원자의 실질적인 업무 능력이나 직장 적응력 등을 평가하기 위해 심리과학을 기반으로 엄격하게 선별된 문항들을 활용하는 케이스가 각광받고 있다. 개인의 라이프 스토리나 업무 상황 등 맥락이 배제된 게임형 역량검사와 달리, 지원자의 능력, 흥미, 성격, 가치관, 과거 경험, 현재 생각, 미래 포부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응시자의 내적 특성을 측정할 수 있도록 의도하고 문항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원자와 인사담당자 모두 납득할 만한 결과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적절한 평가 기준을 갖추고 태도, 의사소통 능력, 직무적합도, 조직적합도 등에 대해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인성역량, 메타인지 역량, 기업 인재상과의 적합도, 부적응 가능성 등을 평가해 표준화 점수, 백분위, 등급 등을 산출하면 지원자가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재직자들과 시너지를 내며 성과를 만들 수 있는지 등을 종합 추론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답변 내용이 부족하거나 미완결 답변을 하는 등 불성실하게 응시하는 경우도 이에 대한 해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궁극적인 숙제는 사람이 평가하는 것과 AI가 평가하는 것이 좋은 면에서 차이점이 없도록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있다. 좋은 AI 평가는 학점 등 정량적인 요소에 대한 평가를 넘어, 지원자의 경험에 의한 구체적인 역량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검증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코로나 학번 채용 이슈로 어려움을 겪는 구인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납득 가능한 평가 결과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