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E' 시대 개막…삼성·SK·마이크론 3파전 돌입
올해 어려운 대내외 경제 여건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포스트 코로나 이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하게 했던 2023년 한해도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새해 2024년에도 세계 경제가 녹록치 않아 기업들이 투자와 대응 전략 수립에 고민이 많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전망하고 생각을 정립하기 위해 지디넷코리아가 2024년 ICT 분야 이슈 키워드와 기술·시장 트랜드를 미리 점검해 봤습니다. [편집자주] AI 서버 시장 핵심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내년 2024년에는 'HBM3E'로 한 단계 더 진화하면서 이 시장을 놓고 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공격적으로 생산시설 투자에 나서고,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이 내년에 HBM3를 건너뛰고 HBM3E 출시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인 3파전이 예상된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에 이어 4세대(HBM3) 제품이 공급되고 있으며, 내년부터 5세대(HBM3E) 양산을 앞두고 있다. ■ 엔비디아 물량 잡아라…하반기 HBM3E 샘플 검증, 내년 양산 시작 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는 AI 반도체로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90% 점유율로 사실상을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는 대형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의 승부를 가르는 '절대 반지'일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가장 먼저 HBM3 양산과 동시에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권을 따내면서 HBM 시장에서 선두를 달려왔다. 하지만 최근 엔비디아가 공급망 관리를 위해 HBM3E 탑재부터 공급망을 다변화 하기로 결정하면서 메모리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내년 2분기 HBM3E 6개가 탑재된 'H200' 칩을, 하반기에는 HBM3E 8개가 탑재된 'B100' 칩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빅3 메모리 업체는 엔비디아로부터 제품 검증을 받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HBM3E 샘플을 보내고 최종 평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이 가장 먼저 7월 샘플을 제공했고, 8월 중순에는 SK하이닉스가, 10월 초에는 삼성전자가 각각 샘플을 보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통상적으로 HBM 검증은 복잡성 때문에 2개 분기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모리 업체는 엔비디아로부터 올해 말쯤 HBM3E 검증 결과를 전달받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검증 결과에 따라 내년 엔비디아에 얼마만큼의 제품을 조달할 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AMD도 내년에 HBM3이 탑재된 'MI300' GPU를, 하반기에는 HBM3E가 탑재된 'MI350'을 출시할 계획이다. AMD는 내년 하반기께 MI350에서 HBM3E 검증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 하바나도 지난해 2분기 6개 HBM2E를 활용한 '가우디2' 칩을 출시한데 이어 내년 중반에 '가우디3' 칩을 출시하면서 8개 스택 HBM2E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그 밖에 메타,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도 HBM 수급에 나서고 있다. HBM3E 양산 시점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내년 2분기, 삼성전자가 내년 3분기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산에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세계 최고 사양의 8단(24GB) HBM3E를 발표했고, 마이크론도 지난 8월 8단(24GB) HBM3E를 소개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10월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메모리 테크 데이' 컨퍼런스에서 8단(24GB) HBM3E '샤인볼트'를 처음 공개했다. ■ 메모리 빅3, HBM 시설투자 활발...당분간 SK하이닉스 독주 전망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는 HBM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시설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 내 일부 건물을 인수해 HBM 생산시설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또 최근 반도체 장비사에 1조원 규모의 HBM 장비를 발주하기도 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내년 HBM 공급을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라며 "내년 상반기 회사 전체 HBM 판매 물량에서 HBM3가 과반 이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을 내년 투자 우선순위에 두고 물량을 2배 늘릴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유학 키움증권 연구원은 "HBM 생산능력은 내년 하반기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앞지를 전망"이라며 "삼성전자의 HBM 월간 생산량은 올해 2분기 2만5천장에서 내년 4분기 15만~17만장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HBM 월간 생산량은 올해 2분기 3만5천장에서 내년 4분기에 12만~14만 장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마이크론도 HBM 생산 거점을 위해 대만 타이중에 신규 공장을 짓고 지난달 6일 개소식을 진행했다. 마이크론은 내년 1~2분기부터 신규 공장에서 HBM3E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다만, 후발주자 마이크론의 적극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SK하이닉스의 독주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와 격차 축소를 위해 HBM3을 건너뛰고 HBM3E 양산으로 직행할 계획이지만, 양산 물량이 전체의 10% 미만이고 점유율 확대도 쉽지 않아 고객사와 협업을 통해 성능·품질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데 현실적 한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2025년 공급을 목표로 주요 고객사와 6세대 HBM4 개발에 착수해 선두 업체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 출시가 빨라질수록 향후 HBM 시장은 양산 노하우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선두 업체의 승자독식 구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로 1위를, 2위는 삼성전자(40%), 3위는 마이크론(10%)이 차지했다. 내년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47~49%로 엇비슷해지고 마이크론이 3~5%를 기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