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폰 없는데...LG家 전자·엔솔 영업익, 삼성電 추월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뗀 LG전자가 1분기 영업이익에서 두배 넘게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성과를 냈다. 반면 혹독한 반도체 불황과 IT 기기 수요 부진에 삼성전자는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100% 가까이 줄어들면서 14년만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종은 다르지만 이날 잠정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도 배터리 시장 확대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로 전년대비 144.6% 증가한 영업이익 6천333억원을 기록하며 폭죽을 터뜨렸다. 7일 발표된 잠정실적을 보면 삼성전자는 매출 63조원과 영업이익 6천억원을, LG전자는 매출 20조4천974억원에 영업이익 1조4천97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으로만 따지면 LG전자가 삼성전자 보다 약 2.6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진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2009년 1분기 5천930억원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LG전자는 물류비, 원자재비 등 대외환경이 지난 분기보다 개선됨과 동시에 전장 사업이 안정화 궤도에 오르면서 올 초 전망치 보다 상향된 실적을 나타냈다. 이번 LG전자의 실적은 역대 1분기 가운데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 실적 감소 원인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진의 영향이 가장 크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S 사업부는 약 4조3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DS 사업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9년 이후 14년만이다. 그 밖에 삼성전자의 사업부별 영업이익은 디스플레이 1.2조원으로 전년 보다 33% 감소,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 사업부는 3조3천억원으로 전년 보다 93% 증가, 가전을 담당하는 CE 사업부는 1천억원으로 흑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되며 전사 실적이 전분기 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라며 "메모리는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가 감소했고, 다수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전분기 보다 실적이 큰 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스템 반도체와 삼성디스플레이도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 등으로 전분기 보다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감산을 결정했다. 지난해 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계는 감산과 투자 축소 결정에도, 삼성전자는 감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결국 입장을 바꾼 것이다. 삼성전자는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다"라고 밝혔다. 2분기에도 반도체 적자가 전망되는 가운데, 메모리 감산으로 적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0조4천178억원, 영업이익 1조4천97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22.9% 각각 감소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분기 보다 실적이 감소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증권가 전망치(1조1천억원대)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물류비, 원자재비 안정화와 프리미엄 가전 매출 증가, 전장사업(VS) 호조에 따른 영향이 크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류비 부담 완화로 전사는 연간 8천억원~1조원, 분기평균 2천억 원~2천500억원의 이익 개선이 추정된다"며 "이와 관련된 효과는 가전사업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실적은 전사 워룸(War Room) Task 등 사업 구조 및 오퍼레이션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전사적 노력이 사업 성과로 가시화된 결과"라며 "사업 구조 측면에서는 전장 사업의 고속 성장과 B2B 비중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서비스, 솔루션 등 Non-HW 사업과 OBS(온라인브랜드샵)를 앞세운 소비자직접판매(D2C) 영역에서도 의미 있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VS(전장)의 높은 매출 성장과 안정적인 이익이 예상된다"라며 "주로 E 파워트레인(모터 인버터)을 담당하는 LG마그나에서 수주 금액이 높아졌고, 장기적으로 VS 수익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LG전자의 VS 사업은 지난 10년간 투자가 성과로 나타나며 연간 영업이익 1천69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연간 매출은 8조6천496억원을 기록해 회사 전체 매출액 가운데 처음으로 10% 비중을 넘긴 바 있다. 한편 이날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4.33%(2천700원) 오른 6만5천원에 장을 마감했다. LG전자는 0.35%(400원) 오른 11만4천300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