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반응 중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중간체 첫 포착···고효율 촉매 개발에 활용
화학반응 중 반응물에서 생성물이 생겨나는 사이 빠르게 생성됐다 사라지는 중간체의 모습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장석복 단장 연구팀은 탄화수소를 고부가가치 물질인 질소화합물로 변환시키는 화학반응에서 생겼다가 사라지는 '전이금속-나이트렌 전이금속-나이트렌(Transition metal-nitrene)' 중간체의 구조와 반응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 20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전이금속은 이리듐(Ir), 로듐(Rh), 철(Fe) 등 주기율표에서 4~7주기, 3~12족에 해당하는 원소들로 다양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촉매로 활용된다. 전이금속-나이트렌은 전이금속에 반응성이 풍부한 나이트렌이 결합한 형태의 중간체다. 질소화합물은 의약품의 약 90%에 포함될 정도로 생리 활성에 중요한 분자다. 제약뿐만 아니라 소재나 재료 분야에서도 중요한 골격이 된다. 현대 화학자들이 석유·천연가스 등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질소화합물로 바꾸는 아민화 반응(질소화 반응)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촉매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2018년 다이옥사졸론 다이옥사졸론(Dioxazolone) 시약과 전이금속(이리듐) 촉매를 활용해 탄화수소로부터 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락탐을 합성하는 촉매반응을 개발한 바 있다. 당시 아민화 반응을 유발하는 핵심 중간체가 바로 전이금속-나이트렌이라는 분석을 내놓았고, 이후 세계 120여 개 연구팀이 다이옥사졸론 시약을 활용한 아민화 반응 연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계산화학적으로 구조를 파악할 뿐, 전이금속-나이트렌 중간체의 모습을 직접 관찰한 적은 없었다. 논문 제1저자인 정회민 연구원은 "촉매 화학반응이 진행되며 어떤 촉매 중간체를 거쳐 가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반응의 진행 경로를 면밀히 이해하는 동시에 더욱 효율이 높은 차세대 촉매를 개발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촉매반응은 용액 상태에서 이뤄진다. 용액 내 분자들은 끊임없이 다른 분자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전이금속-나이트렌과 같이 빠르게 반응하고 사라지는 중간체를 규명하기는 어려웠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체 상태 시료에 빛을 쬐며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구조 변화를 단결정 엑스선 회절 분석을 통해 관찰하는 광 결정학 분석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로듐(Rh) 기반 촉매를 새롭게 제작했다. 이 촉매와 다이옥사졸론 시약이 결합한 복합체는 빛을 받으면 탄화수소에 아민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이금속-나이트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과정을 포항 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을 활용한 광 결정학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에 관찰된 적 없는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의 구조와 성질을 세계 최초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가 다른 분자와 반응하는 과정도 광 결정학으로 분석했다. 고체 시료에서 화학 결합이 끊어지며 중간체가 생성되고, 중간체가 다시 다른 물질과 반응해 새로운 화학 결합을 형성하는 전 과정을 마치 카메라가 사진을 찍듯이 포착한 것이다. 장석복 단장은 "그간 존재가 제안되었을 뿐, 입증된 적 없는 아민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의 모습을 최초로 공개했다"라며 "현재 밝혀낸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의 구조와 친전자성 반응성을 바탕으로 여러 산업에서 쓰이는 차세대 촉매 반응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