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는 삼성전자 사업의 화룡점정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외국인이 한국을 산다는 말은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다는 이야기와 같을 정도다. 그 배경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치킨 게임의 최종 승자였고 그 후광이 아직도 계속되고는 있다. 그런데 이 후광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도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은 영원히 안전할 것인가. 삼성 최고위층은 이 질문에 대해 낙관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비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쪽으로 확장해나가려는 여러 계획과 시도가 이를 방증한다. 메모리 쪽에서 시장지배력을 누군가에게 순식간에 뺏길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상당기간 유지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유지는 성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장이 멈춘 기업의 미래는 추락할 일만 남는다. 삼성 메모리 앞날은 어쩌면 유지하는 것조차 유효기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그 기간을 더 짧게 할 수도 있다. 미국이 지금처럼 중국 반도체 산업을 압박한다면 그것이 삼성 메모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중국을 더 약진하게 할 수도 있다. 일본이 우리한테 반도체 소재로 압박하자 우리가 짧은 기간에 자생력을 가진 것처럼. 상황이 그러면 비메모리와 파운드리로의 확장은 외길 수순이다. 하지만 그 길도 만만치는 않다. 삼성은 사실 비메모리보다는 파운드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봐야 한다. 비메모리 사업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아주 많고 삼성은 그 어떤 분야에서도 아직 괄목할 실적을 내놓지 못했다. 아주 많은 적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 적들을 우군으로 만들고 이들을 파운드리로 품으려는 전략이다. 문제는 그 전략을 쓰기에는 대만 TSMC 아성이 너무 강고하다는 데 있다. 20년 넘게 쌓인 격차를 허물기는 절대 쉽지 않다. 그것은 그들의 국가 산업이기도 하다. 쉽게 뿌리를 흔들 수 없다. 게다가 인텔마저 파운드리의 힘을 키우고 있다. 한때 매물로 나오기도 했던 일본 소프트뱅크 산하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인 'Arm'(암)이 인텔의 파운드리로 들어가기로 한 것은 삼성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스마트폰 사업은 애플과 중국 기업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지 오래다. 판매대수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고 가끔 깜짝 실적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것을 지속가능한 성장사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가면 갈수록 여건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 사업도 마찬가지다. 여러 분야에서 1위를 하고 있지만 성장사업은 아니다. 스마트폰이든 가전이든 잘 해봐야 현상유지일 뿐이다. 삼성 최고위층이 지난 1~2년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대규모 인수합병이 있을 거라고 말한 배경이 바로 이런 데에 있다. 새로운 성장엔진이 절실해졌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그 엔진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는 데 있다. 2016년에 9조원을 들여 미국의 자동차 전자부품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뒤 눈에 띄는 인수합병은 아직 없다. 9조원을 들여 인수한 하만이 어떤 신성장 동력이 됐는지도 의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가고 있는 길의 현주소가 이렇다. 선대회장이 뚫어놓은 길을 유지하기에 급급해 보인다. 선대회장 시절 삼성전자는 세계 최강이었던 일본의 전자 및 반도체업체와 미국 통신 단말기 회사를 차례로 넘어섰다. 어떻게 넘어섰는가.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넘어서기로 마음먹은 데서 출발했을 테다. 이재용 회장이 나아가는 길에는 새롭게 넘어서야 할 뚜렷한 목표가 안 보인다. 이 회장이 넘어서야 할 또 다른 고개는 어디에 있는가. 뜬금없는 이야기 같지만 SW가 그것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운영체제(OS)가 핵심이다. 삼성전자 모든 사업은 컴퓨터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게 SW와 OS의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삼성전자에 그게 없다는 점이다. 그 사실이 신성장 엔진 발굴에 장애가 되고 있을 수 있다. 선대 회장이 남긴 삼성전자 사업의 화룡점정이 그것일 수도 있다. 영국에서 2진법 컴퓨터가 처음 나온 지 올해로 79년이다. 챗GPT가 나와 세상이 시끄럽다. 세상이 완전히 뒤바뀔 태세다. 이 와중에 삼성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AI 열기로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가. 그렇다면 너무 느긋하다. 세상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할 게 분명하다. SW가 그 추동력이다. OS는 결코 난공불락의 영역이 아니다. 패배주의를 거두고 거기에 새롭게 도전해야한다. 국내 1호 전산학 박사인 문송천 KAIST 명예교수에 따르면 윈도는 6천만 줄의 코딩으로 돼 있다고 한다. 방대한 양이지만 반도체에 투자하는 돈의 10분의 1만 써도 2년이면 얼추 비슷한 OS를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당장 큰 성공을 거둘 수 없다 해도 삼성의 영원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결단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것이 이재용 회장이 10~20년을 보고 나아가야할 길일 수도 있다. 대통령과의 방미 길에 반도체와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거야 당연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OS를 중심으로 한 근본 SW를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키워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해보기 바란다. 그것이 선대 회장이 남겨준 화룡점정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우리 SW 산업이 큰 길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삼성이 한다면 정부도 협조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