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찰제·온라인 직판 도입한 혼다, 절반의 성공인가
혼다코리아가 차량 가격정찰제와 함께 온라인 판매로 전환했다. 장기간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존 오프라인 딜러 경영 위기가 심화된 것이 원인이라는 게 혼다코리아 측 설명이다. 다만 딜러사의 역량에 따라 판매량이 좌지우지되는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안정적인 연착륙이 될지는 의문이다. 지난 4월 20일 혼다코리아는 '혼다 온라인 플랫폼'을 공식 오픈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수입차 업체 중 온라인으로 차를 판매하는 업체는 테슬라와 폴스타에 이어 혼다까지 3개 회사로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혼다코리아의 이번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 폴스타와 달리 당초 딜러사를 운영하다 온라인 직판매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이 혼다코리아에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혼다의 온라인 판매가 먼저 도입된 호주와 뉴질랜드를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혼다는 지난 2021년 호주에서 기존 딜러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온라인 판매로 변경했다. 이후 혼다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시장점유율도 2.7%에서 1.3%까지 떨어졌다. 또한 딜러사와의 소송이 이어지고 현지 철수설도 계속 제기되자 경영진이 직접 해명에도 나섰다. 혼다코리아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온라인 판매 도입이 수월했다고 자평했지만, 뉴질랜드에서도 2006년 4위였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11위로 떨어졌다. 혼다는 판매량 부진에 대해서도 재고부족이라고 일축했다. 주문을 받아야 인도가 이어지는 온라인 판매로는 단점도 명확하게 보인다. 판매모델 경쟁력도 의심된다. 테슬라와 폴스타의 경우 온라인 판매임에도 대체제가 많지 않다. 하지만 가솔린(휘발유) 모델인 혼다 CR-V 터보는 비교할 동급 차량이 많다. 적은 재고와 딜러 적자로 테슬라의 성공전략을 택했지만 이러한 행보는 도입만 남는 반쪽 성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혼다코리아의 판매부진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온라인 판매가 본격화된 4월은 전월 대비 22.5% 감소한 55대를 판매했다. 소비자는 온라인 판매에 대한 실효성도 의심하고 있다. 충분히 납득이 안 된 가격정찰제,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이 판매부진으로 이어진다면 철수설도 다시 재점화할 수 있다. 딜러사와의 인센티브 산정도 복잡하다. 기존 딜러들은 큐레이터로 역할이 변화됐다. 문제는 수익 모델이다. 고객 만족도를 평가하고 사후 산정하는 딜러 보상 시스템이 얼마나 투명한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복잡한 셈법은 혼다 호주의 경우처럼 딜러사와의 소송전까지 번질 가능성도 높다. 한편 혼다는 호주에서 판매망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딜러사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했다는 골자의 소송을 당한 바 있다. 호주 자동차전문 매거진 고오토뉴스에 따르면 지난 2022년 7월경 혼다는 관련 소송에서 4번째 패소하며 일방적인 계약 종료에 대한 시정조치를 판결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