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때문에 벌 노동 강도 더 높아진다
벌이 꽃에서 꿀을 모을 때 벌의 다리에는 꽃가루가 묻는다. 벌은 꿀과 함께 꽃가루도 잔뜩 모아 여왕벌과 애벌레를 먹인다. 벌이 다른 꽃에 가서 꿀을 딸 때 이 꽃가루 일부가 암술에 옮겨붙으며 씨앗을 맺는다. 이같은 '수분'을 통해 벌은 생태계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봄날 정원에서 웅웅거리며 꽃들 사이를 오가는 벌은 자유롭고 한가하게 비행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사실 꽃가루를 옮기는 일은 벌들에게 고된 노동이다. 벌을 자세히 보면 뒷다리에 노란 주머니 모양으로 뭉친 꽃가루를 매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벌은 자기 몸무게의 최대 3분의 1 무게의 꽃가루를 운반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스테이트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다리에 꽃가루를 한가득 매달고 나는 호박벌의 체온은 꽃가루를 전혀 안 묻힌 벌에 비해 2℃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꽃가루가 1㎎ 늘어날 때마다 벌의 체온은 0.07℃씩 높아졌다. 이 연구는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17일(현지시간) 실렸다. 변온동물인 벌은 외부 환경에 따라 체온이 달라진다. 꽃가루를 나를 때 체온이 상승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벌은 무더운 여름날에는 행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활동이 어려워지는 온도에 더 빨리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식물의 번식도 어려워지고, 벌집의 여왕벌과 애벌레도 꿀과 꽃가루를 제대로 먹지 못해 벌의 생존에도 위협이 된다. 벌과 생태계의 선순환이 깨지는 것이다. 최근 벌들의 숫자가 점차 줄어들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되는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한 평균 기온 상승이 벌들의 수분 활동을 더욱 저해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엘사 영스테트 노스캐롤라이나스테이트대학 교수는 "체온이 올라간 벌이 운반하는 꽃가루 양을 줄이거나 꽃가루를 모으는 시간을 줄이면 벌집과 생태계에 모두 악영향을 준다"라며 "벌들이 온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