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서 포착된 협곡..."얼음 녹아서 생겼다" [여기는 화성]
화성의 기울기가 커지면서 기후가 급변해 협곡이 생겼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우주과학 매체 스페이스닷컴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달 말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2000년 과학자들은 화성에서 처음 협곡을 발견했다. 이 협곡은 빙하가 녹으면서 물이 흘러 생겼지만 지금은 비가 내리지 않는 지구 남극 '드라이밸리'에서 볼 수 있는 수로와도 비슷하다. 이는 한때 화성에도 물이 흘렀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추정이 있었다. 하지만, 화성 협곡은 흐르는 물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주로 높은 곳에 위치한다. 현재 화성 대기는 물이 흐르기에는 온도가 너무 낮고 대기도 희박하다. 고지대는 더 차갑고 대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협곡 지역의 물 존재 가능성에 의구심도 있었다. 이전 연구에서는 화성이 따뜻했던 때에 이산화탄소가 승화되거나 수증기로 변하면서 암석과 잔해들이 경사면 아래로 미끄러져 협곡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화성 표면에 소량의 물이 있었을 당시 이런 협곡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 행성과학자 제임스 딕슨이 이끄는 연구진은 화성에 액체 물 존재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화성의 축 경사도가 그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이로 인한 영향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경우, 축 경사도가 더 많이 기울어질수록 지표면이 받는 햇빛의 양에 더 많은 변화가 생긴다. 지구는 약 23.5도의 축 경사로 인해 계절이 생긴다. 현재 화성의 경사는 약 25도이지만, 수 십만 년 동안 15~35도 사이로 변화했고, 이로 인해 기후 변화가 더욱 극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연구진은 화성의 경사도가 높을수록 겨울과 여름 사이의 기온 변화가 더 심해지고 액체 상태의 물이 서식하기에 더 유리한 기후가 될 수 있는지 조사했고, 경사도 35도에서 화성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협곡이 발견되는 지역은 화성 기울기가 심했을 때 이산화탄소 얼음이 승화해 밀도가 매우 높은 대기층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온도도 높아져 물이 생기기 쉬운 조건이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현상은 지난 수백만 년 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가장 최근에는 약 63만 년 전에 발생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또, 현재 이 협곡 지역에는 표면 근처에 많은 물 얼음이 있으며, 지난 백만 년 동안 훨씬 더 많은 물 얼음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화성의 축 경사가 높았던 시기에 이 얼음의 상당 부분이 녹아 지금의 고지대 협곡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제임스 딕슨은 "중요한 의미는 화성의 궤도가 다시 기울어지면, 이 협곡에서 용융수가 생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현존하는 생명체를 찾는다면 이 지역이 좋은 표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