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문 4대그룹 총수들, 반도체·IRA 실타래 풀까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을 찾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미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 지원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후속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한 조치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성장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들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번 미국 출장에서 다방면의 경제협력 조치와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24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122명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윤 대통령과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그룹 총수와 주요 경제단체장이 포함됐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구성된 만큼 다양한 경협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4대 그룹 총수들은 풀어야할 할 숙제들이 있다.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문제를, 현대차는 IRA 시행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야당 역시 한미정상회담 3대 의제 중 하나로 IRA·반도체 지원법 등 경제현안 해결을 꼽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자국 내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에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회계자료 제출, 중국 공장 증설 등과 같은 독소조항을 내건 것이다. 미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조금을 신청하기 위해 이 같은 조항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보조금 신청 의사를 밝혔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재용 회장이 미국 정관계 인사들 만나 협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회장은 경제사절단 일정이 끝난 후 개별적으로 미국 주요 기업 CEO들을 만나 미국 출장을 이어갈 가능성도 높다. 애플, 구글, 모더나, 버라이즌 CEO 등과의 회동이 점쳐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절단 외 추가적인 미국 출장 일정은 아직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미·중 갈등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미국 정부가 만약 중국이 보복성 조치로 마이크론 반도체 금지령을 내릴 경우 국내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지 말라는 요청을 우리 정부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첨예하게 기싸움을 이어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법 외에도 SK온과 관련해 IRA 보조금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대한상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한미 경협 관련 포럼 등에도 참가해 한국 기업들의 대변인 역할도 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은 IRA 수혜가 예상되므로 구광모 회장의 어깨는 상대적으로 가볍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있다. 배터리 업체들이 핵심광물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칠레가 최근 리튬 산업을 국유화하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힌 배터리 산업과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 측면에서 이해관계를 풀어나가야 할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미 정부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테슬라 등 미국기업 4곳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최근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현대차·기아 차량은 제외됐다. 반면 경쟁사인 독일 폭스바겐은 외국 업체임에도 요건을 충족해 적용대상으로 지정됐다. 정 회장은 IRA 보조금 관련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사절단 참여 기업들을 '첨단산업' 관련 기업들로 꾸린 만큼 관련 의제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대통령실이 전기차 보조금 제외는 타격이 크지 않고, 배터리 분야는 수혜를 입었다고 언급한 상황이라 진전된 논의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