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태국서 일본車 도전장…현지 자체 법인 시동
현대자동차가 동남아 시장을 새로운 무대로 삼을 예정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판매 순위 3위에 오르면서 글로벌 기업 위상을 확고히 했다. 이번 태국 진출은 지난해 글로벌 1위 완성차 업체인 토요타의 시장 전략을 벤치마킹하면서 성장하는 시장에 가능성을 투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태국에 '현대 모빌리티 타일랜드' 태국 법인을 설립하고 정식으로 사업 활동을 시작한다. 태국 법인은 차량 판매, 마케팅, 애프터서비스(AS) 등을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현지 특화 차량 출시 전략을 구사하는 만큼 향후 현지 생산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가 태국에 자체 법인을 직접 설립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의 이번 시장 확장은 동남아시아 시장이 앞으로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을 염두에 두면서 동남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태국 판매량을 증진하는 전략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재규 현대차 태국법인장은 "태국은 동남아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상징성이 있다"며 "법인을 설립해 직접 진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해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이번 태국 현지 자체 법인 설립으로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이어 세 번째 단독 법인을 두게 됐다. 태국은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국가다. 현대차가 이번 현지 법인 설립으로 태국 내 판매량 점유율 90%에 이르는 일본 완성차 업체에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태국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완성차 업체는 단연 토요타다. 토요타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956만대를 판매했다. 이중 아시아 비율은 330만대, 태국에서는 28만대다. 현대차가 빠른 속도로 판매량을 높이고 있으나 판매 규모면에서는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동남아 전동화 전환 패러다임에서 태국은 중요한 요충지로 평가된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리포트링커닷컴이 발간한 '아세안 전기차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전기차 시장은 2021년 4억9천893만달러(6천575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32.73% 증가한 26억6천653만달러(3조5천11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국 산업 연합(FTI)은 태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 2만5천대에서 3만5천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 상승 요인으로 지난해 태국 정부가 전기차 소비 및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세금 감면 및 보조금을 승인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FTI는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 7위를 기록했다. 일본 완성차 업체에 비해 전동화 전환에 앞선 만큼 태국에서도 전동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는 태국 정부와 전기차 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태국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위한 초석으로 소형 다목적차량(MPV) 스타게이저를 선보였다. 지난달 열린 방콕모토쇼에 차량을 전시하고 사전 계약을 시작했다. 2분기에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를 새롭게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열린 방콕모토쇼에 이어 올해 행사에도 전기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가 전시된 바 있다. 현지에서 전기차 모델 출시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태국 진출이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 강화에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자국주의법안을 발의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는 부연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동남아 10개국 중에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이 가장 큰 시장이다. 이 시장들을 공략하면서 시장 강화에 나서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태국은 이미 치열한 시장인 만큼 적절한 차종 투입과 품질 경쟁력 등 다양한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