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이 할아버지의 포니 쿠페를 복원한 이유
"완벽하게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심지어 항공기까지 무엇이든 생산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복원된 포니 쿠페를 발표하며 할아버지인 정주영 선대회장의 염원을 이처럼 표현했다. 포니 쿠페는 지난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 차는 당시 정주영 회장과 현대차 임직원들의 국내 독자 생산의 염원이 담겼다. 포니 쿠페는 양산을 목표로 세상에 나왔으나 기술력의 한계로 역사 속에 사라졌던 비운의 모델이기도 하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사라졌던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이 돌아왔다. 업계는 독자 생산의 첫 시작을 열었던 포니와 함께 세상에 나왔으나 기술적 한계로 자취를 감췄던 포니 쿠페를 현대차가 글로벌 3위 자동차 회사로 올라선 뒤 다시 세상에 내놓은 점에 주목했다. 포니 쿠페는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했다.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인 'GFG 스타일'의 설립자 겸 대표인 그는 포니와 포니 쿠페 디자인을 시작으로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1, 2세대 등 다수의 현대차 초기 모델들을 디자인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 공개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도 또다시 그의 손을 거쳤다. 현대차는 지난해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 비전홀에서 개최한 디자인 토크에서 전통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은 “한국자동차의 유산이자 기준”이라며 “항상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돌아보니 전통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니쿠페에 대한 기록이 사진 몇장과 드로잉 몇 장밖에 남지 않았고, 80년대 초반쯤 유실된 것 같다"며 "포니 쿠페를 복원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역사적 모델 중 현대차의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줄 차가 포니라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이번 복원은 포용성을 중시한 것”이라며 “현대차의 역사 중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모델을 찾다 보니 포니 쿠페가 가장 적합했다”고 말했다.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갖는 방법은 '전통'에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브랜드에 담긴 스토리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기업의 역사를 강조하고 세계 일류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으로 현대차의 역사적 모델인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을 택한 것이다. 역사 복원에 힘을 들이는 이유도 현대차가 내세운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내세운 '제값받기' 전략에 힘을 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판매량 글로벌 3위를 기록하고 토요타, 폭스바겐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가격이 저렴한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는 '헤리티지(유산)'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처음 열린 현대 리유니온도 브랜드 플랫폼으로 지정하는 현대차만의 가치 강화에 나섰다. 헤리티지는 자동차 브랜드가 가장 널리 사용하는 전략이다. 올해 스포츠카 생산 75주년이 된 포르쉐가 대표적인 예다. 포르쉐는 내연기관에서부터 전동화 전환까지 초기 생산 모델의 디자인을 영감 삼아 새로운 모델을 디자인하고 역사적인 모델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도 이번 현대 리유니온을 통해 사라졌던 포니 쿠페를 재발굴하면서 신차 디자인에도 과거를 계승하는 디자인 포인트를 적용하겠다는 다짐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선보인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는 각 그랜저의 디자인에 영감받아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정주영 선대회장의 손자인 정 회장은 당시 기술의 한계로 양산에 실패한 포니 쿠페를 복원하고, 고성능 N브랜드의 롤링랩 'N비전47'을 포니 쿠페가 섰던 이탈리아에서 선보였다. 정 회장이 세계에서 인정 받을 정도로 발전한 현대차의 기술력으로 선대회장의 못다 한 꿈을 대신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공개 현장에서 "같이 노력했던 좋은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필요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롭게 나아가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