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보 중인 토큰증권 법제화...법안 발의부터 난항
지난 21대 국회서 하지 못한 토큰증권(ST) 법제화가 22대 국회로 접어든 지금도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토큰증권 발행·유통 제도를 순차적으로 구축 중이지만, 법제화의 기반이 되는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아직 발의되지 않아서다. 가상자산 법제화의 초석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은 올해 7월 시행을 앞둔 반면,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토큰증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법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간 가상자산에 비해 토큰증권의 법제화는 후순위로 다뤄졌다. 법적 규제가 거의 없었던 가상자산과 달리, 토큰증권은 이미 있는 규제를 유예하며 사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은 증권 시장과 비슷하게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중앙집중적 방식으로 대규모 매매가 이뤄졌다. 거래 규모는 컸지만 주식시장과 같은 법적 토대도, 투자자 피해를 막을 장치도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가 나타나며 증권성이 높은 가상자산에 대해 증권규제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지난 2023년 화제가 된 '테라·루나사태'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도 국회에 가상자산 법제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지금과 같은 규제 공백 상태에선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입법 여론을 조성했다. 이같은 여론에 힘입어 가상자산법은 국회를 통과해 7월 1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상자산과 달리,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이라는 법제 하에서 출발했다. 두 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토큰증권 사업 자체가 어려워, 현재는 규제 샌드박스인 '혁신금융서비스'로 법 적용을 잠시 미루는 중이다. 부동산 조각투자 서비스 '카사'를 비롯해 토큰증권 사업자들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없이 사업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토큰증권의 발행·유통이 합법화되려면 전자증권법을 개정해 발행인 계좌관리리관 제도를 도입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비정형증권 유통을 허용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7월 28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개정안은 토큰증권의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고, 장외시장에서 증권을 유통시키는 '장외거래 중개업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관련 장외거래를 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반투자자의 투자 한도 제한 규정도 있었다. 당시 법안을 받아든 정무위는 법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토큰증권에 대한 '합리적 가치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권리와 자산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치평가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발행자와 투자자 간의 정보비대칭으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윤 의원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추가 논의가 이어졌지만, 지난달 29일 제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자동 폐기됐다. 법안을 발의한 윤 의원이 낙선하며 법안을 재발의할 동력도 약해졌다. 학계에서는 토큰증권을 금융 인프라 구축의 문제로 바라보고 체계적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자본시장법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토큰증권 유통과 장외거래 중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토큰증권과 다른 비상장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통일된 장외거래 규제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7월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엔 토큰증권의 증권성 심사를 자율규제로 넘기고, 정부는 증권성을 판별할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는데 중점을 둬야한다"면서 "증권성 심사 절차의 제도화를 통해 자본시장법과 가상자산법의 규제 관할을 보다 명확히 하고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