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J제일제당, '치킨게임' 지속...누가 더 손해일까
쿠팡과 CJ제일제당간 납품 단가를 둔 갈등이 수개월째 진전 없이 지속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을 제외한 네이버·SSG닷컴·컬리 등과 협업을 이어가며 협상력을 높이고, 쿠팡은 자체브랜드(PB)상품·경쟁사 상품 할인, 오픈마켓 판매자 제트배송 등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 측은 이번 사태가 '마찰이 아닌 의견 조율을 위한 과정'이라며 일축했지만, 업계는 이를 제조사와 유통사 간 주도권 싸움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싸움이 장기화되면서 쿠팡 입장에서는 햇반·비비고 등 1등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업체를,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확보한 채널을 잃는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양쪽 다 손해가 불가피한 가운데, 결국 거대 유통 채널을 잃는 CJ제일제당의 더 큰 손해가 예상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CJ제일제당, 네이버 도착보장 입점·컬리와 상품 개발...협상력 강화 나서 현재 햇반·비비고 등 CJ제일제당 브랜드 상품은 쿠팡 로켓배송을 제외한 ▲네이버 도착보장 ▲SSG닷컴 쓱배송 ▲지마켓·옥션 스마일배송 ▲컬리 샛별배송 ▲11번가 슈팅배송 등으로 구매 가능하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월부터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는 햇반에 도착보장 서비스를 적용하고, 지난달 말부터 현재까지 네이버와 햇반 특가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29일 기준 네이버 도착보장 실시간 베스트 상품 1·2위에는 각각 햇반 24개 묶음, 36개 묶음이 올라있다. 컬리와는 이달 초 공동 상품 개발 업무 협약을 맺고, 연내 '컬리 온리'로 신선식품, 가공식품, 가정간편식을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컬리는 지난해 말 'CJ제일제당 패밀리 세일'을 열고 햇반·만두·김치·생선구이·국물요리 등을 판매했다. 올해 1월에는 SSG닷컴 장보기 대표 브랜드 할인 '블라썸위크' 행사에 참여해 상품 할인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쿠팡, PB·경쟁사 상품·제트배송으로 발주 중단 타격 줄여 쿠팡은 PB브랜드와 CJ제일제당 브랜드 경쟁 제품을 할인 판매하며 발주 중단으로 인한 타격 줄이기에 한창이다. 29일 쿠팡 PB 브랜드 '곰곰' 우리쌀 현미밥 24개 묶음은 14% 할인에 재방문 고객 쿠폰까지 적용돼 판매되고 있다. '오뚜기' 맛있는 오뚜기밥 24개묶음도 16% 할인에 재방문 고객 쿠폰이 적용됐다. 또 쿠팡은 로켓배송에서는 CJ제일제당 상품을 뺐지만, 제트배송으로는 구매 가능하도록 했다. 제트배송은 오픈마켓 판매자 상품 일부는 쿠팡물류센터에 보관해뒀다가 늦어도 익일 배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전날 정기 주주 총회에서 쿠팡 발주 중단 사태에 대해 “갈등이 아닌 의견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으나,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 장기화로 양사가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에서 쿠팡이 25% 정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걸로 보고 있는데, 이런 대형 유통 채널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다. 또 CJ제일제당은 비비고, 햇반 등 1등 상품을 다수 보유한 브랜드력이 있는 제조사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양사에 큰 손해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팡에 유리하게 결론 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른 유통 업계 관계자는 “결국 쿠팡이 유리해지지 않을까 싶다. CJ제일제당이 네이버나 다른 채널들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쿠팡만한 규모의 채널을 잃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손해일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유통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이제 신세계, 롯데와 경쟁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커머스 강자로 성장했는데, 아무리 대기업 제조 업체라고 하지만 거대 채널과 등을 지게 된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