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해' 홍콩 증시…아시아 금융 허브 무색
홍콩 주식 시장 침체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홍콩 증권거래소 자료를 인용해 2022년 주식 중개업체 49개가 문을 닫은데 이어 30개 현지 증권사가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4조6천억달러 규모의 홍콩 주식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항셍 지수는 4년 연속 하락세다. 이번 주 홍콩 항셍 지수는 16334.37로 5거래일 전보다 3.46% 하락했다. 지난 1년 중 최저 수준이다. 주로 매매수수료와 마진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해 초 홍콩증권협회가 현지 브로커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2% 이상이 손실을 입었고 최소 4분의 1은 올해 사업 규모를 축소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공개상장(IPO)서도 최악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닷컴 버블이 터진 직후인 2001년 이래 IPO가 거의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IPO 규모는 51억달러로 3년 전 520억달러 대비 10분의 1수준이다. 지난 10년 평균 310억달러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84%가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은행들도 홍콩 지점 규모를 축소하고 나섰다. 지난 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은 홍콩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UBS 그룹도 아시아지역투자은행 직원 약 24명을 해고했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 주가가 살아나고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대도시 봉쇄책이 끝나면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렇지만 투자 심리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홍콩 경기 부진과 소비 약화, 미중 관계의 긴장, 부동산 위기로 해외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브라이트 스마트 증권(Bright Smart Securities) 에드먼드 후이 최고경영자(CEO)는 "증권사 폐쇄와 해고는 본 것 중 최악"이라며 "시장 유동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블레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비비안 린 서스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홍콩 시장의 주기적 침체 기간과 심각성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 시장 지위에 계속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거시 경제와 기업 펀더멘털이 개선되기 시작할 때만 유동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