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리, 부산 신항 무인 크레인에 음향 AI 공급…소리로 고장 예측
사람이 직접 점검하기 어려운 무인 항만 크레인의 고장 징후를 소리로 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부산 신항에 도입됐다. 음향 AI 기업 디플리는 부산 신항에서 터미널을 운영하는 글로벌 항만사에 산업용 음향 분석 솔루션 '리슨 AI'를 공급했다고 4일 밝혔다. 해당 기술은 무인 자동화 야드 크레인의 작동 소리를 분석해 설비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고장을 예방하는 데 활용된다. 야드 크레인은 항만에서 컨테이너를 쌓거나 이동하는 대형 설비다. 무인으로 가동하는 동안에는 작업자가 직접 접근해 상태를 점검하기 어렵다. 이상 징후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부품이 추가로 손상되거나 설비가 갑자기 멈춰 항만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디플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레인이 작동할 때 발생하는 소리를 분석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리슨 AI는 정상 작동 소리와 이상음을 구별하고 설비 상태를 상시 확인하도록 설계된 솔루션이다. 부산 신항에서는 크레인의 컨테이너 인양 장치인 호이스트 구동부에 기술을 적용했다. 모터 2대와 감속기에 각각 음향 센서를 설치해 24시간 소리를 수집한다. 수집한 데이터에서는 하루 약 300회 발생하는 컨테이너 인양 작업 구간을 자동으로 찾아 분석한다. 크레인의 상승과 하강, 이동 속도, 부하, 위치 등 운전 정보도 소리와 함께 분석해 작업 조건별 정상 소리 패턴을 구축한다. AI가 평소와 다른 소리를 감지하면 터미널의 크레인 모니터링 시스템과 원격 사무실에 알림을 보낸다. 관리자는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설비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정비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 음향 분석 방식은 설비를 크게 개조하지 않고 센서를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플리에 따르면 80데시벨(dB) 이상 소음이 발생하는 환경에서도 분석 대상 소리를 구분할 수 있어 소음이 많은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 보안을 고려한 운영 환경도 구축했다. 음향 데이터를 분석하는 서버를 크레인 기계실 내부에 설치하고 보안 설정을 적용한 무선 통신 장비로 원격 모니터링을 지원한다. 외부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보내지 않고 현장에서 분석하는 방식이다. 디플리는 현재 1차 성능 검출을 통해 호이스트 모터의 정상음과 이상음 사이에서 패턴 차이를 확인했다. 앞으로 4개월간 약 5.6테라바이트(TB)의 음향 데이터를 추가 수집해 이상 징후 탐지 성능을 개선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에 공개한 결과는 초기 소리 패턴 분석 성과다. 실제 설비 고장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했는지, 가동 중단을 얼마나 줄였는지에 관한 수치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디플리는 이번 부산 신항 적용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구동부에도 기술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적용 중인 호이스트 외에 크레인 주행부와 트롤리 등으로 분석 대상을 넓히고 해외 항만 터미널 도입도 검토한다. 사업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디플리는 기존 반도체와 철도, 조선, 로봇 분야에서 활용해 온 음향 AI 기술을 항만으로 확장했다. 향후 크레인과 컨베이어 등 대형 설비를 운영하는 산업 현장에서 고객사를 확보할 방침이다. 이수지 디플리 대표는 "비접촉 설치가 가능하고 진동 발생 이전에 소리로 이상 징후를 먼저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반도체와 철도, 조선 설비를 넘어 이번에 항만 분야에도 음향 기반 예지보전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높은 정확도를 확보하고, 공급 파이프라인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