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채용·인사 시스템 활기..."알고리즘 관리 필수"
새해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인사(HR) 관리 솔루션이 활발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로 수시채용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비용은 줄이고 효율성은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AI 채용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기업 내 직원 역량과 정서까지 관리하는 HR 시스템 산업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직원 이메일, 업무 메신저 등에서 많이 등장한 특정 단어 비율 등을 AI 알고리즘이 분석해 정신 상태를 진단한다. 번아웃 등으로 이탈하는 직원을 미리 알아내 집중 관리함으로써 퇴사를 막는 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은 지난해 세계 AI HR 시장 규모를 38억9000만 달러(약 5조원)로 추정했다. 2027년에는 176억1천만 달러(약 22조7천억원)에 달해 연평균 35.26%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다올투자증권은 국내 AI 채용시장 규모를 2025년 3조8천억원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주관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인 만큼 AI가 내놓은 결과를 사람이 납득할 수 있게 만드는 '설명가능한 AI' 중요성도 지금보다 더 커진다고 입을 모았다. AI 채용 시스템, 보편성 늘고 거부감 줄어 AI를 적용한 HR 평가 자동화가 지난해보다 보편화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선 채용담당자나 취업준비생은 AI 이력서 검토, 면접 솔루션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다는 입장이다.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채용 횟수 자체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원자를 효율적으로 뽑을 수 있는 AI 면접 시스템 수요도 덩달아 늘면서 예전보다 자동화 평가가 낯설지 않아졌다는 의미다. 송복령 무하유 프로는 “수시채용 보편화로 마치 1년 내내 채용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 놓인 인사담당자들은 업무 평가를 자동화하는데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송복령 프로는 “현재 고객사 HR 솔루션 재계약률이 98.7% 다”며 “기계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완화됐음을 보여준 수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자리를 구하는 취준생도 AI 채용 방식에 긍정적이다. 면접관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인 상황을 만회할 수 있다는 점을 주요 장점으로 봤다. 현재 구직 중인 정 모씨(27세)는 "직접 AI 채용을 경험해 보니 이전에는 들쭉날쭉했던 면접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HR로 직원 역량 늘리고 감정 돌봐줘 앞으로 AI를 적용한 HR 솔루션은 단순한 인사관리 시스템 수준을 벗어난다. 근태나 성과 점검에서 직원 역량과 정서 관리에 더 집중하는 기능이 눈에 띌 전망이다. 기존처럼 직원 업무 자체를 평가하기보다는 HR이 내놓는 데이터에 기반해 역량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준다. 기업은 해당 기술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직원 맞춤형 교육을 계획할 수 있고, 성과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손부한 세일즈포스코리아 대표는 "경제 불확실성 시대로 접어들면서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HR 시스템으로 인재 확보·양성에 집중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손부한 대표는 "이에 발맞춰 세일즈포스는 직원 역량에 더 집중하기 위해 무료 온라인 학습 플랫폼 등으로 개개인에 맞는 역량을 길러주는 솔루션을 만들었다"며 "특히 내년부터는 올해보다 직원 업무 역량 향상이 가능한 교육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직원 심리를 진단, 관리하는 HR 시스템도 부상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보편화된 원격근무로 인해 높아진 이탈률을 줄일 수 있어서다. 지난해 갤럽이 발표한 '글로벌 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인력 79%가 직장 참여도가 낮은 '이탈형'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낮아진 소속감과 일상생활과 업무 분리가 어려워 생기는 번아웃 현상으로 퇴사율이 늘었음을 의미한다. 이에따라 기업은 인력이 이탈하지 않도록 업무뿐 아니라 정서까지 신경 쓰는 AI HR 수요를 늘릴 전망이다. 심리 분석이 가능한 설문 조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하거나 AI챗봇으로 간단한 대화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직원이 자주 쓰는 키워드나 표현 방식을 통해 심리 상태를 AI가 분석해 HR 부서에 제출하는 식이다. 이상훈 워크데이 대표는 "최근 들어 '대퇴사'나 '조용한 퇴직' 같은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직원 참여도와 적극적 정서적·기술적 지원 필요성이 커지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상훈 대표는 "내년에는 보다 많은 기업이 인재 관리를 비롯해 인력 확충, 미래 인력 수요에 대한 전략적이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HR 시스템으로 단순한 업무 성과 관리가 아닌 직원 자체에 초점 맞춘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알고리즘 관리, 선택 아닌 필수 전문가들은 AI HR 산업이 활성화하려면 데이터 알고리즘 품질 관리도 필수라는 입장이다. HR 시스템은 사람의 성격, 역량, 성과, 감정 등 주관적인 면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결과에 대해 사용자가 납득할 수 있을만큼 알고리즘 신뢰성·투명성을 검증하는 기술도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해외에선 관련 법안도 만들었다. 미국 뉴욕시는 1일부터 'AI 채용평가시스템 편향성 감사 지침'을 마련했다. AI가 지원자를 분류할 때, 범주에 대한 선택률과 선택에 대해 미치는 영향을 비율로 계산해 정부에 제출하는 식이다. 감사는 AI 업체지만 알고리즘으로 직원 채용을 하지 않는 제3기업이 해야 한다. 제3기업으로 활동하는 엠레 카짐 홀리스틱AI 최고책임자는 "AI 채용 시스템이 늘어남에 따라 알고리즘 편향으로 인한 피해도 늘 수 있다"며 "미국, 유럽뿐 아니라 앞으로 알고리즘 관리에 대한 산업과 정책이 늘어날 전망이다"고 예측했다. 허용회 무하유 HR 채용평가 개발자는 "무조건 데이터를 많이 확보해야 신뢰성 있는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며 "AI가 내놓은 설명가능성과 비교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강조했다. 현재 무하유는 AI 자기소개서나 면접 결과를 분석하는 전문가를 꾸렸다. 그는 "앞으로 채용 결과를 100%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고리즘을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모두를 위한 AI?'라는 저서를 쓴 피터 베르데젬 박사는 "기업은 지금보다 더 AI를 많이 사용해 사람을 데이터로 다룰 것이다"며 이럴수록 HR에 적용한 알고리즘 편향성에 대한 경각심을 잃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