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번째 비행 앞둔 누리호, 고도화된 한국형 발사체로 우주 또 간다
빗살이 조금씩 강해지던 3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종합조립동에 들어섰다. 100m에 이르는 긴 레일이 깔린 조립동 안쪽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1단과 2단이 결합된 상태로 누워 있었다. 이 곳에서 누리호 제작 및 단별 조립 작업이 이뤄진다. 각 단이 레일 위를 오가게 하며 각 단 내부의 부품을 조립하고, 다시 각 단을 조립해 총 3단으로 구성된 누리호가 완성된다. 8기의 위성이 발사체 3단부에 탑재되고, 이어 3단부가 발사체의 나머지 부분과 최종 결합되면 누리호는 24일 3차 발사를 위한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지난해 6월 누리호 2차 발사가 발사체를 우주에 띄우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이를 바탕으로 실용급 인공위성을 궤도에 투입하는 역량을 확인하는 것이 관건이다. 위성 발사를 원하는 고객을 상대로 '발사 서비스'를 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지난 누리호 1,2차 발사가 발사체 시험 의미가 강했다면 3차 발사부터는 신뢰도 높이는 고도화 과정"이라며 "다른 나라 발사체의 고객으로만 참여하다 이제 우리 발사체로 스스로 고객을 갖고 발사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누리호 3차 발사를 앞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은 3일 나로우주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준비 상황을 소개했다. 발사체 조립동과 위성보관동, 발사대 등 센터 주요 시설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용 수준 위성, 처음으로 실제 투입 1,2단 조립을 마친 누리호는 현재 위성 탑재체를 실은 3단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3단에 탑재할 위성들은 외부에서 제작되어 이날 오후까지 모두 입고되었다. 입고된 위성들은 위성보관동에서 점검 작업을 거쳐 발사체 3단에 탑재되며, 발사 2주 전까지 누리호 3단부 페어링 내부에 장착된다. 페어링은 발사체의 가장 윗부분 3단부에 장착될 위성 보호 덮개로, 발사체 발사 과정에서 양 갈래로 떨어져 나가며 위성 투입을 준비하게 된다. 현장에선 연구원들이 입고된 위성을 점검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3차 발사엔 주 탑재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부탑재위성인 7기의 큐브위성이 실린다. 지난해 2차 발사에선 위성모사체와 성능검증위성을 탑재해 궤도에 올리고, 성능검증위성에서 4기의 큐브위성을 사출했다. 반면 이번엔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먼저 궤도에 투입되고, 이어 7기의 큐브위성 역시 3단에서 바로 사출된다. 이에 따라 3단부에는 큐브위성을 보관해 두었다 궤도로 내보내는 작은 상자 모양의 발사관이 설치된다. 먼저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분리되고, 이어 각각 20초 간격을 두고 나머지 7기의 위성들이 하나씩 궤도에 투입된다. 누리호 내뿜는 고온·고압 견디는 발사대 8기의 위성이 3단부에 조립되면, 발사체 종합조립동으로 옮겨져 이미 조립돼 있는 1,2단과 결합된다. 이어 24일로 예정된 발사일 하루 전 트랜스포터를 이용, 누리호는 제2발사대로 이송된다. 누리호는 '이렉터(erector)'라는 장비를 이용해 높이 48m의 발사대에 나란히 일으켜세워지고, 발사체에 각종 전기 작업을 가능케 하고 연료 및 산화제를 주입하는 장비인 '엄빌리컬(umbililcal)'과 연결된다. 엄빌리컬은 '탯줄'이란 뜻처럼 발사체에 전기와 연료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발사 당일엔 발사 운용 상황을 최종 점검하고, 추진제와 연료를 주입한다. 이어 발사체 기립장치가 철수하고 발사 작업은 자동 운용으로 넘어간다. 1단 엔진의 추력이 300톤에 이르면 고정장치가 풀리며 누리호가 우주로 날아오른다. 누리호에서 나오는 거대한 화염은 외부에선 잘 보이지 않는 발사대 밑 구멍으로 흘러간다. 이 화염이 원활히 빠져나오도록 다시 외부로 연결된 경사진 구조물을 만들어두었다. 또 발사체에서 나오는 높은 온도의 열을 식히기 위해 초당 0.9톤의 물을 뿌리는 살수 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륙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연기는 대부분 뿌려진 물 때문에 생기는 수증기이다. 이날 발사대 밑부분에선 발사 과정의 열과 압력 등을 측정하기 위한 센서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강선일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실험이나 시뮬레이션에 한계가 있는 발사체 개발에선 실제 발사에서 얻는 데이터가 향후 기능 개선이나 문제점 해결에 핵심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작년 누리호 2차 발사와 이번 발사, 어떻게 다를까? 누리호 3차 발사에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비롯,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우주 날씨 관측용 편대 비행 위성 '도요샛' 4기와 우주 분야 중소기업들이 만든 3기의 큐브위성이 실린다. 주 탑재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영상레이더(SAR) 기술 국산화와 우주과학 연구 등을 목적으로 한다. 무게는 179.9㎏이고 태양전지 패널을 폈을 때 길이는 5.2m에 이른다. 레이다를 활용, 광학카메라와 달리 빛과 구름 등에 영향 받지 않고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SAR 기술을 검증한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 탑재를 위해 누리호 발사 시간과 목표 궤도도 2차 때와 달라졌다. SAR 위성은 전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태양 빛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시간대와 궤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발사 시간이 2차 발사에 비해 2시간 정도 늦어진 오후 6시 24분 전후로 정해졌다. 발사 궤도 역시 700㎞에서 550㎞로 낮아졌다. 주 탑재위성의 필요에 따라 발사 시간과 궤도를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은 자체 발사체 보유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다른 나라의 발사체에 위성 발사를 맡기면 발사 일정과 조건 등이 발사체 보유 기업의 사정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부탑재위성으로 실리는 도요샛 역시 본래 외국 발사체를 이용할 계획이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사가 어려워져 결국 누리호를 이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또 지난해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에 처음으로 참여한 것도 특징이다. 이번 3차 발사에서 제작 총괄 관리와 발사 공동 운용 등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역할을 확대해 민간 중심 우주경제 활성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이상률 원장은 "그동안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많은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했지만, 아직 누리호 비행은 3번째에 불과하다"라며 "3차 발사가 성공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조선학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정책연구관은 "누리호 3차 발사는 실용급위성 발사, 체계종합기업 참여라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과정"이라며 "정부는 우리나라 독자 우주수송 수단인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