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로봇 시대, 고령자 데이터가 핵심"
"돌봄로봇은 도메인에 특화된 인공지능(AI) 기술이 필요합니다. 결국 데이터가 핵심입니다. 돌봄을 받는 분들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술을 만들어야 합니다." 장민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지난달 27일 서울대병원 의료연구혁신센터에서 열린 '2026년 돌봄로봇 공개 워크숍'에서 돌봄로봇 경쟁력의 핵심으로 '고령자 특화 데이터'를 꼽았다. 범용 생성형 AI 기술 확산이 로봇 분야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돌봄 영역에서는 대상자 특성에 맞는 데이터 기반 모델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그는 "연세가 드실수록 음성 인식 에러율이 점차 커진다"며 "특히 85세 이후에는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자 훈련 데이터를 가지고 만든 모델은 성능이 87% 정도 나오는데, 일반인 훈련 데이터로 만든 모델을 고령자 시험 데이터에 테스트하면 74%밖에 안 나온다"며 "이 돌봄 도메인에 특화된 데이터, 특화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 박사는 기존 돌봄로봇이 ▲대화·정서 지원 중심의 사회·인지 지원 로봇 ▲이동·식사·배설 보조 등 물리·신체 지원 로봇으로 구분돼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두 영역을 결합한 '복합 돌봄 지원 로봇'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나오는 돌봄 로봇들은 정서·인지 지원은 물론 물리 지원까지 함께 제공하는 복합 형태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돌봄로봇이 실제 가정 환경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람 검출·추적, 얼굴·외형 특성 인식, 감정 분석, 일상생활동작(ADL) 인식, 낙상 등 이상행동 감지, 사물·음식 인식, 생활 패턴 분석 등 다양한 AI 모듈이 통합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에 대한 서비스는 그 사람을 검출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며 "누구인지, 어떤 상태인지, 어떤 생활 패턴을 보이는지를 인식해야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이후 대형언어모델(LLM), 비전언어모델(VLM) 등 생성형 AI가 로봇 분야에 본격 도입되면서 기술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도 내놨다. 장 박사는 "대형언어모델을 접목하면서 자연어 이해 장벽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어떤 말을 하든 의미를 이해해 작업 계획을 세워주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자연어 명령을 처리하기 위해 복잡한 AI 모듈을 조합해야 했지만, 현재는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영상까지 이해하는 멀티모달 모델이 보편화되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로봇 제어 명령까지 생성하는 '시각-언어-행동(VLA)' 모델도 등장했다. 그는 "기존에는 인식과 대화 생성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로봇 행동까지 생성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는 기술로 '월드모델'을 제시했다. 특정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이후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하는 모델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실제 수집하지 않은 환경 데이터를 생성해 학습에 활용하거나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 박사는 "월드모델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면 다음 상황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까지 예측한다"라며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돌봄 상황은 실제로 위험한 테스트를 해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활용하면 가상 환경에서 위험 상황을 재현하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글로벌 로봇 데이터셋 경쟁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에는 100만개 단위 로봇 작업 데이터셋을 만들어 공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며 대규모 데이터 인프라 확보가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데이터가 있으면 기술을 만들 수 있다"며 "돌봄 분야는 특히 사람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영역인 만큼, 관련 데이터를 빠르게 구축해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람 평가와 피드백이 학습 과정에 참여하는 '휴먼인더루프' 방식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사람이 잘했다, 못했다 평가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돌봄 분야에서는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돌봄로봇이 단순 기능 수행을 넘어 상황 이해, 행동 예측,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한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술 경쟁의 핵심은 생성형 AI 자체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돌봄 특화 데이터 인프라'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