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신입 회계사를 대체할까
방대한 숫자와 싸워왔던 회계업계에도 새로운 기술 바람이 불고 있다. 챗 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차츰 도입하고 자동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는 등 인간 실수(Human error)를 줄여 감사 품질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연 '빅데이터와 AI시대의 회계감사'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회계법인)은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고 고도화하면서 회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다양한 기술 중 회계법인도 생성형 AI의 접목을 염두에 두고 있다. 회계법인이 눈여겨 보는 것은 읽어봐야 하는 보고서의 요약과 의문이 나는 내용을 묻고 답하는 업무다. 삼일회계법인 김재동 파트너는 "글로벌 법인서 1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었고, 국내도 하반기부터 프라이빗 엔진을 가지고 업무에 적용하고자 한다"며 "계약서나 보고서를 AI에 학습시킨 후 질문을 통해 원하는 답변을 얻거나 정보를 요약하고 추출하는 등의 업무를 도와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AI의 학습은 신입 회계사가 발전하는 것과 같이 더 발전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삼정회계법인도 기술 검증 중이다. 박원일 상무는 "아직 활성화해서 쓰는 것은 아니고 기술 검증 단계"라며 "회계 감사에 코파일럿(Copilot)을 적용해 회계 감사관련 자료 요약 및 근거 자료를 제공하고 회의록 작성, 감사 조서 초안 작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챗GTP가 실제 회계 감사에 도입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안진회계법인 이승영 수석위원은 "감사에서는 감사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논리적 구조가 중요한데 챗GTP의 로직을 검증할 수 있는가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또 법상 회계사가 아니면 감사를 할 수 없는데 챗GPT를 활용한 감사가 규제 안에 들어오는지도 논의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원일 상무 역시 "검증에 대한 단계가 남은 상태"라며 "챗GPT가 착각해 내놓는 답변들이 있기 때문에 챗GPT의 활용을 일정 수준으로만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생성형 AI 외에 감사보고서 특징 상 회사와 회계법인 간 수많은 숫자가 오가고 검토돼야 하는데, 이를 자동화하는 쪽으로 회계법인이 변하고 있다. 데이터를 프로그램에 불러오고 단축키나 클릭 한 번으로 숫자 간 합계가 일치하는지 또 어떤 부분이 수정되었는지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삼일회계법인 김재동 파트너는 "어린 연차에서 계산기를 붙들고 숫자 간 덧셈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던 일이 단축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100% 회계법인에 적용하기 위해선 선해결돼야할 과제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 상무는 "회계사는 감사기준에 언급되지 않은 새로운 툴 활용이 부담되고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툴의 적정성 검증도 어렵다"며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가이던스 발행이나 장기적으로는 회계감사기준 관련 법령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김영식 회장 역시 "유용한 기술의 활용을 위해서 풀어야 할 여러 숙제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업, 투자자, 감독당국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공인회계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