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늘릴까 말까"…500대 기업, 내년 계획 고민중
금리·고환율과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내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대기업 절반 이상이 아직 내년도 투자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들 중에서는 내년 투자 확대를 전망한 기업 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는 긍정적 신호도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국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131개사)의 55.0%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거나(49.7%), 투자 계획이 없다(5.3%)고 답변했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45.0%)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과반(61.0%)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올해보다 투자를 확대(28.8%)할 것이라는 응답이 축소(10.2%) 응답보다 많았다.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투자 계획이 미정인 기업 비중은 지난해 대비 증가(2022년 조사 38.0%→2023년 조사 49.7%)했으나,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에서 투자 확대 응답기업의 비중은 지난해에 비해 큰 폭 증가(2022년 13.5%→2023년 28.8%, 15.3%p↑)한 반면, 축소 응답기업 비중은 감소(2022년 19.2%→2023년 10.2%, 9.0%p↓)했다. 한경협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투자를 미루고 있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럼에도 작년보다는 많은 기업들이 자사 경쟁력 제고와 미래 시장변화 대비를 위해 투자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내년에 투자 확대를 계획하는 기업들은 주요 이유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37.3%)를 꼽았다. 그 외 ▲내년 경제전망 양호(25.5%) ▲업황 개선 기대감(15.7%) ▲불황기 적극 투자로 경쟁력 확보(7.8%) 등을 지목했다. 반면, 내년도 투자 축소를 계획하거나, 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미정 포함)은 그 이유로▲불투명한 경제 전망(31.6%) ▲원가 상승 리스크 확대(26.6%) ▲금융시장 위축에 따른 자금조달 애로(14.3%) 등을 꼽았다. 내년 기업 투자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리스크 요인은 ▲고금리 지속(33.6%)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고환율·고물가 지속(24.2%) ▲글로벌 경기 둔화(21.6%) ▲민간부채 위험(9.4%) 순으로 조사됐다. 현재 기업들이 투자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시설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28.8%)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에도 ▲ESG 규제와 관련 지원 부족(18.1%) ▲신산업 진입 규제(14.0%) ▲R&D·시설투자 지원 부족(13.7%) 등이 투자 애로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업들은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주요 정책과제로 금리 인하(28.8%)와 법인세 감세 및 세제지원 강화(22.6%) 등 자금사정 개선대책을 주문했다. 이어 투자 관련 기업규제 완화(18.3%), 금융지원 확대(12.7%) 등을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 불확실성 지속과 실적 부진주 등 경영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작년에 비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은 우리경제에 고무적 조짐으로 해석된다"며 “투자심리를 확실히 반전시킬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을 지속하는 한편 기업들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금융․세제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