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주인에게 숨겨진 단골을 찾아드리고 싶어요"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식당 주인에게 숨겨진 단골을 찾아드리고 싶어요” 식당 자영업의 경쟁력 요소는 무엇일까. 많을 것이다. 일단 맛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상권과 적절한 아이템 선정도 중요할 터다. 청결한 내부와 친절한 서비스도 한 몫 할 테다. 신선한 식재료를 쓰는 것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더 있을 이 모든 노력들은 틀림없이 단골손님을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것일 테다. '단골'이야말로 식당 자영업의 핵심 키워드일 수 있는 것이다. 김천식 누벤트 대표가 보기에 요즘 식당은 이 소중한 '단골'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이야 당연히 알아보겠지만 배달 손님의 경우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바쁜 와중에 배달 손님의 주소나 전화번호를 일일이 기록하거나 암기해야 비로소 단골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그들에게 숨겨진 단골을 찾아주는 걸 소명으로 생각한다. ■배달앱이 자영업에 끼친 빛과 그림자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것에 여러 형태의 영향을 끼쳤다. 식음료 자영업도 크게 영향을 받은 분야에 속한다. 배달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코로나19 이전에 현장 판매와 배달 판매의 비중이 8대 2였으나 코로나19 절정기 때는 2대 8로 뒤집혔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감각적으로 느끼는 수치이다. 지금은 현장 판매 비중이 다소 회복됐지만 배달 비중 또한 여전히 높다. “배달앱이 요식업을 나름대로 혁신한 것은 사실입니다. 배달업이 없었다면 찾을 수 없었던 고객에게 접근할 기회를 제공했으니까요. 하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식당과 손님의 직접 관계가 간접 관계로 바뀌어버렸죠. 배달앱을 통해서만 손님을 만나게 된 것이고 배달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죠. 이 때문에 고객을 만드는 방법도 달라졌어요. 식당의 전통적인 경쟁력 요소보다 배달앱을 통한 광고와 리뷰에 대한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고 볼 수도 있지요.” 식당은 그러다보면 주방으로 축소될 수도 있겠다. ■“판매이력 관리가 단골을 찾아줍니다” 식당에서 배달을 하면 배달지 주소는 남을 것이다. 그것은 판매이력으로서의 데이터이고 점주에게는 소중한 정보일 터이다. 직접 전화로 주문 받고 직접 배달할 때에는 배달 고객 또한 단골인지 여부를 알기가 쉬웠을 테다. 배달앱이 이 일을 대신해준다면 당연히 단골에 대한 정보도 점주에게 제공할 줄 알았다. “우리 서비스 이름이 '앳트래커(AtTracker)'이죠. 오프라인 매장의 온갖 종류의 판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자동으로 분석해 알기 쉽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 기능입니다. 점주가 경영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죠. 도입하기 쉽고 비용도 저렴하게 하기 위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개발했죠. 2019년부터 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두 가지 사실에 크게 놀랐습니다. 첫째,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이 도입된 게 벌써 30년이 지났는데 사실상 결제단말기로만 쓰일 뿐 판매시점정보관리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죠. 더 놀라운 건 배달앱도 주문 오더만 던질 뿐 점주에게 진짜 필요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김 대표에 따르면 '앳트래커'의 다양한 기능 중에 점주들은 고객의 주문 횟수를 알려주는 기능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고객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디에서 몇 번째 주문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서비스 자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골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더 오랜 단골로 만들 전략이 가미될 수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좋은 기능을 배달앱이 제공하지 않는 지는 의문이다. 개인정보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배달주소지는 식당은 모르고 배달앱만 알아야 하나? ■“자영업을 위한 IT 연합체도 나쁘지 않아요” 김 대표가 놀라워했던 두 가지 사실 때문에 궁금한 게 생겼다. 왜 자영업자들은 질 좋고 통합된 IT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나. 자영업자가 어려운 줄은 다 알고 있는데, 그 와중에 카드 단말기도 사야하고, POS 단말기도 사야하고, 배달앱에 가입해 광고도 하고 리뷰도 관리하고, 그것도 모자라 '앳트래커'까지 해야 할까. 김 대표도 그 불편한 사실을 인정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리테일 IT가 어려운 게 그 점인 것 같아요. 작은 매장이 너무 많기 때문에(파편화 되어 있어서) 통합적인 IT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죠. 결국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기업이 살아남겠죠. 그런데 혼자 다 할 수 없다면 리테일을 상대로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좋은 팀(기업)들 간에 연합체를 만들어 서비스를 효율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봐요. 우리도 좋은 팀과 서비스를 연계하려고 노력하고 있구요.” 앳트래커는 현재 약 50개 브랜드의 2천여 개 매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프랜차이즈 매장을 중심으로 앳트래커를 확산시켜왔지만 최근 독립 자영업자에게도 보급을 시작했다. 앳트래커는 판매이력을 파악해 분석하는 SaaS 솔루션이기 때문에 지금은 식당 중심이지만 다양한 매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앳트래커는 사실 두 번째 아이템이죠” 김 대표가 누벤트를 창업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아이템은 앳트래커가 아니라 간편결제 솔루션이었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와 네이버를 거쳐 티몬에 스카웃 된 뒤 로컬커머스 반값할인 서비스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었다. 이때 창업의 뜻을 품고 결제와 데이터 기반 마케팅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간편결제 앱은 30만 다운로드까지 갔었어요. 하지만 사업이 지속되면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간편결제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펀딩이 요구됐던 것이죠. 우리 사이즈에서는 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피봇(사업 내용 전환)을 해야 할 때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2017년이었다. 한 은행으로부터 대출해준 자영업자를 상대로 실시간 판매(결제) 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해주는 솔루션을 개발해줄 수 있는 지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대출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조치였을 텐데 해당 은행에서 매우 만족스러워했어요. 이거다 싶었죠. 이 시스템을 조금 개량하면 은행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거예요. POS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배달이 늘어나면서 판매방식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판매 이력 관리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진 거죠. 그래서 2019년에 개발해 출시한 서비스가 바로 앳트래커이죠.” 우리나라에는 식음료 및 유통 프랜차이즈 매장만 약 30만 개가 있다. 독립 자영업자 매장까지 합치면 약 200만 개라고 한다. 김 대표는 아직 이중 약 2천여 개의 고객을 확보했을 뿐이다. 이제 시작을 했을 뿐이라는 의미다. “가야할 길은 아직 멀죠. 하지만 식당 주인에게 숨어 있는 단골을 찾아드린다는 점에서 우리 서비스가 의미가 있다는 걸 확신하고 있습니다. 더 노력해 오프라인 매장을 위한 데이터 기반 허브 플랫폼이 되고 싶은 게 꿈이죠.” 덧붙이는 말씀: 김천식 누벤트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배달중개플랫폼 위메프오의 하재욱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