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파운드리 경쟁력 제고 '난항'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 확보 전략이 난항에 빠졌다.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으로 D램·낸드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고, 최첨단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에서도 최근 경쟁사의 성과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동시에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선두업체와의 격차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기술력과 시장성을 모두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첨단 메모리·파운드리 두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에서 D램과 낸드 모두 1위 자리를 공고히 지켜 온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D램, 낸드 시장 점유율은 각각 43.2%, 34%로 집계됐다. D램·낸드, HBM 모두 기술 초격차 난항 그러나 최첨단 메모리를 둘러싼 기술 경쟁 현황은 시장 점유율과 상황이 다소 다르다. 메모리 시장의 상향평준화로 기업 간 기술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면서, 최근에는 후발업체들이 삼성전자보다 앞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머쥐고 있다. 일례로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10nm급 1a(4세대) 서버용 DDR5 제품을 인텔로부터 인증을 받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말에는 1b(5세대) D램 제품의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 1b D램은 올해 중순부터 양산되기 시작한 최선단 D램에 해당한다. D램 대비 진입장벽이 낮은 낸드 분야는 고적층 낸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마이크론이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232단 낸드 양산 소식을 알렸으며, SK하이닉스는 이달 세계 최고층인 238단 4D 낸드 양산 돌입한 바 있다. HBM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 처리 성능을 높인 차세대 메모리다. SK하이닉스는 HBM의 최신 세대인 HBM3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세계 최초의 12단 적층 HBM3를 개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HBM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 마이크론이 10%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팹리스 엔비디아가 최첨단 GPU인 A100, H100에 SK하이닉스의 HBM 제품을 지속 탑재한 데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HBM과 관련된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과 기술력이 경쟁사 대비 우수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HBM 시장 성장세에 따른 모멘텀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등 첨단 반도체로 선두 굳히는 TSMC 삼성전자는 전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를 5년 내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다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으로, 최선단 공정에서의 대형 고객사 확보가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0.1%, 삼성전자가 12.5%를 기록했다. 전분기 점유율이 각각 58.5%, 15.8%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반도체 시장 전반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TSMC의 매출이 감소했으나, 삼성전자의 감소폭이 더 컸던 탓이다. 삼성전자가 당장 2분기부터 다시 격차를 좁혀나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월별 매출을 공개하는 TSMC는 5월 1천765억 대만달러의 매출로 전월대비 19.4%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TSMC가 고부가가치에 속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수주를 활발히 따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지난달 대만 디지타임스는 "엔비디아가 TSMC에 SHR(긴급주문)을 요청하면서 5nm 공정 가동률이 거의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긴급 주문 등으로 TMSC가 기존 제시한 2분기 가이던스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AI 모멘텀이 기대감을 넘어 파운드리 실수요 상승으로 이어지며 구조적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정 기술 외에도 주변 생태계를 공고히 갖춘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며 "물론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R&D 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2nm 공정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어 미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