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리플, 증권으로 볼 수 없다"
미국 법원이 거래소나 알고리즘을 통해 판매되는 암호화폐는 증권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 규제 당국과 갈등 중인 암호화폐 업계에겐 모처럼 날아든 승전보다. 코인데스크, 디크립트 등 외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가상자산 리플(XRP)을 증권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0년 12월 리플을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SEC는 리플이 XRP를 13억 달러 규모로 발행하면서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은 부분이 증권법 위반이라면서 회사와 주요 임원들을 제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권으로 볼 수 없다"면서 리플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번 판결은 리플이 거래소, 알고리즘 등을 거쳐 판매되는 '프로그래밍 방식'에 한한 것이다. 법원은 이 방식으로 리플에 투자한 사람들이 제3자의 경영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어 증권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리플 판매는 증권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법원에 따르면 리플은 기관투자자에 7억2천890만 달러 상당의 리플을 판매했다. 이 경우 리플에 투자하면서 수익을 기대했다고 간주했다. 미국은 증권성 여부를 판별하는 '하위 테스트(Howey Test)' 요건을 ▲자본 투입 ▲일정 수익을 획득할 수 있다는 기대 ▲투자금이 공동 기업에 소속 ▲투자 수익이 제3자의 노력에 따른 결과로 도출 등으로 두고 있는데 이를 충족한다고 본 것이다. 리플은 트위터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업계 전체의 승리이자 미국의 규제 명확성이 한 걸음 진보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판결이 나온 뒤 코인베이스, 크라켄, 비트스탬프, 제미니 등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리플을 재상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다만 SEC가 리플을 비롯한 여러 가상자산에 증권법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항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판결 이후 리플 시세는 코인마켓캡 기준 0.47 달러에서 14일 오전 9시 기준 70% 이상 급등한 0.8달러 대로 나타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전반적으로도 상승세가 나타났다. 비트코인은 지난 24시간 동안 3% 오른 3만1천 달러 대, 이더리움은 약 7% 오른 2천 달러 대로 나타났다. SEC가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고소하면서 증권으로 지목한 카르다노, 솔라나, 폴리곤 등도 각각 27%, 18%, 18% 가량 시세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