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AI전략위 "정부 AI 도입, 기술보다 제도가 발목…공공 AX 규칙 다시 짠다"
정부가 공공 분야 인공지능 전환(AX)을 가로막는 기존 정보화 사업의 예산·조달·데이터 제도를 AI 시대에 맞게 손질한다. 전 부처가 활용할 수 있는 AI 공통 기반을 구축하고 AI 서비스에 맞는 새로운 조달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공공데이터를 AI가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에도 나선다는 목표다. 하용호 국가AI전략위원회 공공 AX 분과위원은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페스타 2026' AI 서밋에서 "일주일만 지나도 새로운 AI 제품과 기술이 나오고 있는데 정부에서 AX를 추진하려면 거대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기존 규칙과 절차가 공무원들의 의욕을 받아들일 수 없게 설계돼 있어 이를 풀어가는 작업을 적극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대규모 정보화 사업은 업무재설계(BPR)와 정보화전략계획(ISP) 등 선행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새로운 사업 필요성을 발견한 뒤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ISP를 거쳐 실제 구축에 들어가려면 통상 2~3년에 걸쳐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빠르게 기술이 변화하는 AI 분야에는 기존 방식이 맞지 않는다는 게 하 위원의 진단이다. 그는 "이러한 절차도 과거 여러 문제를 겪으며 만들어진 것이기에 단순히 없앨 수는 없다"면서도 "현장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생각보다 의욕도 넘치고 능력도 있지만 기존 규칙과 절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공 AX 분과는 우선 전 부처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마련에 나섰다. 기존에는 민간 AI 플랫폼을 복수로 도입하면서 서비스별로 특정 플랫폼의 AI 모델과 도구에 종속되고 문서 검색 체계도 각각 구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기존 플랫폼을 유지하면서도 상단에 공통 관문을 두고 필요한 AI 모델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핵심은 전 부처가 공동으로 활용하는 검색증강생성(RAG) 기반 지식 레이어와 스마트 라우터다.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AI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요청을 한곳으로 모은 뒤 요청에 적합한 AI 모델을 선택해 연결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더라도 전체 시스템을 다시 구축하지 않고 모델을 교체할 수 있고 접근 권한과 사용 내역도 통합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요구사항과 예산, 수행 조직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AI 서비스 특성에 맞는 공공 조달 체계 개편도 추진한다. 현재 정부 정보화 사업은 요구사항과 예산을 미리 정한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월 구독이나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AI·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한국조달연구원 연구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AI를 서비스 형태로 구매할 수 있는 별도 계약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방안은 이달 상정을 목표로 부처 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하 위원은 "AI를 활용해 업무를 혁신하는 공무원 가운데 스스로 토큰을 구매하고 퇴근 후 개발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제도가 있는데도 현장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AI가 활용할 공공데이터 체계도 손질한다. 현행 공공데이터법은 데이터를 기계 판독이 가능한 형태로 정비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 AX 분과는 이를 의무 조항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부처 잠정안에는 '하여야 한다'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다음달 최종안을 마련한 뒤 12월부터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 부처가 AX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도 마련했다. 별도 평가를 만드는 대신 기존 정부혁신평가에 AI 관련 지표를 반영했으며 국가AI전략위원회가 담당하는 배점은 8점이다. 첫 평가는 오는 11~12월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직접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조직도 준비 중이다. 영국 정부디지털서비스(GDS)를 참고한 '국민인공지능서비스혁신추진단(K-GDS)'을 구성해 민간 전문 개발자가 정부 소속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도록 하는 구상이다. 현재 인력을 모집 중이며 올가을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무원이 직접 개발한 AI 서비스의 확산도 과제로 꼽았다. 현장에선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AI 도구를 만들고 있으며 관련 사례를 모은 '모두의 공공AX 아카이브'도 운영되고 있다. 하 위원에 따르면 18개 기관 210명의 'AI 챔피언'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 기관에서 만든 AI 도구가 다른 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 위원은 "지난 1년간 공통 플랫폼과 AI 조달, 공공데이터, 평가 체계 등 공공 AX를 가로막는 제도와 절차를 하나씩 손질해왔다"며 "우리가 바꾼 것은 코드가 아니라 규칙에 적힌 문장이지만, 앞으로 공공 AX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