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전경련, 쇄신과 통합의 기로
국내 주요 경제단체 중 한곳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차기 수장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대 그룹 탈퇴로 힘이 빠지며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보니 재계 총수들도 수장을 맡길 꺼리는 분위기다. 18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전경련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김윤 삼양그룹 회장이 회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 하마평에 올랐지만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최근 쇄신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권태신 상근부회장도 함께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허 회장은 2017년과 2019년, 2021년 회장 교체기에도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후임자가 없다 보니 계속해서 회장직을 이어왔다. 이번에도 후임자가 없는 상황이지만, 올해는 허 회장의 사퇴 의지가 강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UAE 경제사절단에 허 회장이 동행하지 않은 것도 최근 사의를 밝힌 것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경총과 통합설 솔솔 전경련 회장직에 나설 이렇다 할 인물이 없자 한국경영자총연합회와의 통합설이 고개를 든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그동안 전경련과 경총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그는 전경련과 경총을 통합해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연구단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경련 내부에서는 경총과의 통합을 달가워하지 않는 목소리도 있다. 경총 관계자는 "두 단체가 힘을 합쳐 영향력을 키우고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한다는 손 회장의 지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아직은 총회까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소문일 뿐이다"며 "2월은 지나야 차기 회장과 향방에 대한 가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회장 임기가 끝나는 내달 말쯤 열리는 정기 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추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