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AAM 여객 항공기 상용화"…스타트업 플라나의 도전과 열정
세상을 바꾼 혁신의 원동력은 새로운 도전이다. 불과 한 세기 전 인류가 비행기를 조종하고 하늘길을 연 것도 세상에 없던 기술과 꿈을 이루고자하는 사람들의 열정에서 시작됐다. 이후 항공산업은 빠른 속도로 보편화됐다. 그럼에도 한계는 있다. 다수 승객을 비용 효율적으로 운송하는 수단은 대부분 고정익 항공기다. 헬리콥터는 여객 운송용으로 대중화되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추진 동력의 등장은 새로운 형식의 항공기 개발로 이어졌다. 1951년 첫 승객용 제트엔진 여객기가 대표적이다. 70년이란 세월이 지나 여기 전기 배터리 시스템과 터빈 발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틸트로터 여객 항공기 상용화를 목표로 뛰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지난 2021년 7월 창립한 선진항공모빌리티(AAM) 스타트업 플라나(PLANA)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2월 부산 '2023 드론쇼코리아'에서 플라나 김재형 대표(40)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김 대표는 기체 개발 현황과 5년 뒤인 2028년 상용화된 기체를 내놓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 기체 상용화 작업 '착착'…시리즈A 펀딩 계획에 분주 이달 중순께 경기도 이천에 소재한 플라나 연구개발(R&D) 센터에서 김재형 대표를 다시 만났다. 플라나는 두 달 동안 많은 변화를 맞았다. 먼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와 어바인에 현지 지사를 설립했다. 미 연방항공청 인증 당국과 협력하고 개발 중인 항공기 'CP-01'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미 연방항공청 인증은 여객용 항공기 설계를 포함한 모든 부품 감항성과 기체 형식, 생산 자격 등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미국은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에도 대형 수송급 항공기 등에 준하는 안전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인증과정을 통과해야 제품 상용화가 가능하다. 또 2월 LG유플러스와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3개 기업과 추가로 손을 잡았다. 제주항공, 미국 전기수직이착륙항공기 (eVTOL) 인프라 기업 '볼라투스 인프라스트럭처', 일본 버티포트 개발기업 '스카이스케이프'와 협력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항공기체와 동시에 이착륙 인프라, 국제노선 개발에도 착착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회사 규모도 커졌다. 지난달 임원급 인사에 국방과학연구소 국방첨단기술원 류태규 박사와 항공기술연구원 출신 김용련 박사를 영입했다. 신규 연구 인력을 지속 충원하면서 임직원 수는 63명이 됐다. 이중 45명 이상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항공·자동차 업계 유수 인재를 꾸준히 구인하는 중이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는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다. ■ "기체 동력 방식 확신 변치않아…하이브리드가 답" 플라나는 2021년 7월 설립 이후 정해진 로드맵대로 계획을 하나씩 이뤄나가는 중이다. 연구개발 센터에는 플라나가 드론쇼코리아에 전시한 축소 기체와 실사이즈 항공기를 만들기 위한 장비들이 들어차 있었다. 실제 CP-01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목각 형태도 있었다. 김 대표는 여전히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배터리만으로 구동하는 AAM은 10km 서비스도 사실상 힘들 일입니다. 항공안전법상 항공기는 예외 없이 30~50분에 달하는 예비 연료를 남겨둬야 하기 때문이죠. 배터리만으로는 30분을 날기도 힘든데 예비 연료를 남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입니다." 플라나는 CP-01에 터빈 발전기와 배터리 시스템이 상호 보조하는 직렬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할 계획이다. 모터 힘으로 추진하면서 배터리와 터빈 발전기가 함께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현실화되면 약 500km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다. 순수 전기를 사용하는 eVTOL은 100km대 이상을 주행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불가능에 가깝다. "또 경제적입니다. 배터리로만 운행한다면 기체가 뜰 때마다 많은 양을 충전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 배터리팩을 연간 약 6회 교체해야 합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방식으로는 2년 주기로 교체해도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헬리콥터는 매년 유지비가 평균 10억원에 달한다. 복잡한 기계장치와 부품을 보관하고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CP-01이 헬리콥터보다 유지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음과 안전성, 환경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플라나는 CP-01 운용 소음을 기존 헬리콥터 100분의 1 수준인 65dB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로터 6개 중 일부에 문제가 생겨도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설계 중이다. 차세대 항공유(SAF)를 이용해 기존 항공 교통수단보다 최대 90% 이상 탄소 배출을 저감할 계획도 밝혔다. ■ "고도 기술 필요한 어려운 일…반드시 해낼 것"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력은 수직 이착륙을 위해 양력과 추력을 만드는 틸트 로터 블레이드와 파워트레인입니다. 실사이즈 기체 무게가 약 3톤에 달하는데 작은 블레이드 하나가 약 100kg 무게를 지탱하면서 날아가는 셈이죠. 적절한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비행 제어를 하고, 안정적으로 운항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문제는 기술력과 비용이다. 이런 항공기는 선례가 없기 때문에 플라나는 그야말로 새로운 미지의 길을 걷는 셈이다. 상당한 무게를 지탱하는 30개 로터 블레이드(6개 틸트로터에 블레이드가 각각 5개씩 들어간다)가 정해진 각도로 기울며 양력과 추력을 모두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방식 동력을 기체 각 부분에 고루 분배하는 일도 쉽지 않다. 플라나가 실사이즈 기체 비행까지 풀어나갈 숙제들이다. 김 대표는 2028년 CP-01 상용화 직후에는 기체 가격이 약 70~1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후 생산이 원활해져 20~30억원까지 내려온 뒤 2035년쯤 일반에 충분히 보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에 성공해도 도심 운항은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주요 시설이 집중된 서울은 하늘길 규제가 많기 때문에 '도시 간 이동'이 플라나의 주력 무기입니다." 차세대 항공기 개발에 빠지지 않는 얘기다. 도심 내에서 이동하는 모빌리티는 특히 규제 어려움에 봉착한다. 서울 내에서는 만들 수 있는 노선이 극히 제한된다. 반면 서울에서 세종이나 강원 지역과 같이 적당히 거리가 있는 도시 간 이동에서는 VTOL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도심 내 버티포트만 두면 얼마든 노선을 이을 수 있다. ■ 기체 디자인 완성도 국제적으로 인정 받아 플라나 기체는 디자인 완성도가 세계적인 공모전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최근 '2023 iF 디자인 어워드' 프로페셔널 콘셉트 부문에서 수상했다. 탑승자 사용성에 초점을 맞춘 인테리어 디자인이 호평을 받았다. 플라나는 지난해부터 특허청에 항공기 디자인을 출원했다. 지난 2월까지 총 4건의 디자인 등록을 완료했다. 조종석 등 항공기 다양한 부문에서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플라나의 비즈니스 모델은 ▲AAM 여객 항공기 직접/위탁/리스 판매 ▲유지 보수(MRO), 그리고 파일럿 등 교육/육성 사업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글로벌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30년 20조원 규모를 형성해 연평균 25.9% 성장율로 오는 2040년 1천300조원 시장 규모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플라나는 현재 중장기 매출 목표를 세워 놓았다. 항공기 디자인, 사업 방향과 로드맵도 모두 밑그림이 그려진 상황이다. 남은 문제는 개발 비용과 기술적인 완성도, 실제 비행 안전 테스트가 남았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얼굴엔 확신이 가득차다. 2028년, 플라나 항공기가 승객을 태우고 서울과 제주도를 날아오르는 꿈을 말이다. 김재형 플라나 대표 프로필- 1983년, 출생- 2007년, 日 나고야대 항공우주공학과 학사 졸업- 2010년, 美 매사추세츠공과대 항공우주공학과 석사 졸업- 2013년, 美 매사추세츠공과대 기계공학과 박사 졸업- 2013년, 현대자동차(차량 충돌 안전기술 개발)- 2015년, 현대자동차(연성 해석과 시스템 최적화 프로젝트 담당)- 2018년, 현대자동차 UAM 기체개발팀장- 2020년, CES에서 현대차 UAM 기체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