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고서]서민 포르쉐의 귀환…달리는 맛나는 VW 골프 GTI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골프는 서민들의 포르쉐, 해치백의 교과서 등의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세간의 평가답게 유럽에서는 1990년부터 2022년까지 단 4년을 제외하고 28년동안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사랑받는 모델이다. 기자는 폭스바겐 골프에 대한 추억이 깊다. 어릴적 탑기어UK 진행자 제레미 클락슨이 주황색 골프 2세대를 타고 주행하는 장면을 보면서 올드 폭스바겐 골프에 대한 로망을 키웠다. 투박한 외관에 강력한 성능을 탑재한 차의 모습은 또렷이 기억됐다. 폭스바겐 골프 GTI 8세대 시승 차량을 받아 하루동안 서울과 경기도 일대 약 80㎞를 주행해 봤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주행하며 운전의 재미가 무엇인지 확실히 느낄 기회였다. 폭스바겐 신형 골프 GTI는 지난해말 출시됐다. 해치백을 넘어서 '핫해치'로 돌아온 골프 GTI는 어느덧 8세대를 맞이했다. 차는 고성능 터보차저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7.8kg.m, 최고속도 250㎞/h, 제로백 6.2초의 성능을 보여준다. 가격은 개별소비세 적용 4천509만원이다. 공인연비는 복합 11.5km/l, 도심 10.1km/l, 고속 13.9 km/l이다. 다만 실제 주행 당시 서울 시내 안에서는 평균 8.2 km/l, 고속 주행 상태에서는 9.1 km/l로 나왔다. 도로에 차가 많을 경우 표기상 연비와는 조금 차이를 보였다. 골프 GTI의 강점은 포르쉐 못지 않은 주행 성능이다. 고가 차량의 전유물이었던 아우토반 1차선을 평정화했다는 명성답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밟는대로 차가 쭉쭉 달려나갔다. 골프는 출시 당시 합리적인 가격으로 아우토반 1차선을 무리없이 주행해 서민들의 포르쉐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이름대로 골프 GTI는 주행 시 가속하면 배기음이 잔잔하게 올라온다. 그야말로 주행자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기분을 즉각 전달해주는 기능이다. 여기에 GTI의 상징성을 드러내는 레드 스트립과 곳곳에 GTI 레터링이 표기된 점이 눈에 띈다. GTI는 고속 주행 장치를 갖춘 차를 뜻한다. 각종 편의기능도 탑재했다. 10.25 인치 '디지털 콕핏 프로', 10인치 'MIB3 디스커버 프로, 윈드실드 헤드업 디스플레이, 터치식 조명제어 패널 등이 적용됐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를 통해 편리한 주행도 제공한다. 다만 편의 장치는 아쉬웠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이 있지만 연결이 쉽게 끊어졌고 보조석 시트 조절이 운전석과 달리 수동으로 작동해 조절이 어려웠다. 또 수입차 특유의 인터페이스 사용성이 발목을 잡았다. 운전 중 알수 없는 경고등이 뜬 뒤로부터는 후방 카메라가 켜지지 않아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최근 차박이 유행하는 등 야외활동 열풍이 불고 있다. 골프 GTI도 해치백 모델로 뒷좌석과 트렁크가 연결돼 있어 충분히 가능했다. 전장 4천290mm, 전폭 1천790mm, 전고 1천445mm로 성인 남녀 둘이 앉기 충분한 크기다. 트렁크 용량은 374l, 2열 폴딩 시 1천230l다. 2열 시트는 아쉬웠다. 준중형 해치백의 한계답게 키가 큰 성인 남성은 불편함을 느낄만할 정도로 좁았다. 키가 180cm대의 남자가 뒷좌석에 타면 무릎이 앞좌석에 꽉 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차량 전체 크기로 비교하면 만족할 수밖에 없다. 최근 골프 판매량은 위협받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수입차 중 폭스바겐 골프는 1천285대 판매됐다. 특히 지난해는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한국에서 1만6천885대가 판매됐는데, 골프는 이 중 1천285대로 7.6% 수준이다. 8세대 골프 GTI는 오랫동안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이다. 폭스바겐의 리콜 이슈, 전동화 패러다임 전환 등의 요인으로 위축됐지만 여전히 위력을 가지고 있다. 4천500만원대로 도심지를 달리며 운전의 재미를 만끽하고자 한다면 골프 GTI는 하나의 대안이다. 옛 명성을 다시 찾긴 힘들겠지만, 서민의 포르쉐라는 고유의 영역은 지킬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