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침체인데...반도체 핵심소재 쿼츠, 가격 상승 압박
반도체 핵심 소재인 쿼츠(석영유리) 원재료가 시장 침체기 속에서도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주요 제조업체가 내년도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고객사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용 쿼츠 가격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쿼츠는 주로 반도체 전공정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 중 하나다. 식각·증착·이온주입 등 여러 공정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보호하고 이송하는 쿼츠웨어를 비롯해 포커스링, 마스크 등의 부품에도 두루 쓰인다. 앞서 반도체용 쿼츠 가격은 올해 초 기준으로 전년 대비 10~20% 가량 상승한 바 있다. 이후에도 올해 중순까지 인상된 가격이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시장이 거시경제 악화로 침체기를 지속하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업계는 쿼츠 원재료의 제한적인 공급망이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반도체 등에 쓰이는 고순도 쿼츠 시장은 다국적 광산업체인 코비아(前 유니민), 더쿼츠코프 등 두 업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미국 소재의 광산에서 쿼츠 원료를 대부분 생산하는 구조다. 원료를 소재로 가공하는 업체 역시 모멘티브, 쿼츠 테크놀로지, 헤레우스, 토소 등 소수에 불과하다. 반면 반도체 산업 내 쿼츠 수요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가 미세 공정을 확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통상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고에너지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쿼츠 부품 역시 내구성 문제로 더 많은 양을 사용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쿼츠 원재료에 대한 수요량 자체가 워낙 많아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이라며 "제품과 달리 원재료는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쿼츠 가격 상승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최근 주요 쿼츠 원재료 제조업체가 협력사들에 "내년도 쿼츠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 내 인건비, 전기요금 등 운영비가 크게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임금인상률은 전년 대비 재직자가 5.5%, 이직자가 7.7%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상폭은 올해 연말께 결정되겠으나, 시장 구조 상 원재료 제조업체가 가격 인상을 통보하면 고객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올해 초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단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원익QnC, 금강쿼츠, 영신쿼츠, 디에스테크노 등 국내 반도체용 쿼츠 부품업체들의 속내도 복잡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쿼츠 원료 가격 인상에 따라 부품 단가 역시 인상해야 하지만, 협력사 입장에서 이를 온전히 반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기업은 쿼츠 소재를 수직계열화하는 등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