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중요하긴한데"…평가기관 난립에 기업들 '난색'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이에 대한 평가의 중요성도 부상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ESG 평가 등급의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막 생겨나는 시장이다보니 업체들의 난립으로 인해 투명성과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우후죽순 생겨나는 평가사들에 난색을 표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ESG 평가기관의 개수는 30~40개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기업들이 신뢰하는 곳은 3~4군데로 10%밖에 되지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기업들의 이 같은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최근 국내기업 100개사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국내 ESG 평가사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63.0%가'국내 ESG 평가사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10곳 중 6곳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사를 신뢰하지 않는 셈이다. 평가사들이 기준과 가중치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문제다. 기업들은 ESG평가기관들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문제는 세계 공통이기 때문에 국제기구들은 ESG 평가기관에 대해 투명성 강화 및 이해상충 방지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각 국 정부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5월 ESG 평기시장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단, ESG 평가기관뿐만 아니라 금융위,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이 옵저버('관찰자')로 참여하는 ESG평가기관협의체를 구성해 9월부터 자율규제로서 운영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금융의 가이던스 발표에도 여전히 우려를 표현다. 가이던스는 사실상 자율규제인데다 모호한 표현들이 많아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ESG 평가를 관리한다”며 “국내 평가기관들은 자체적으로 협의회를 만들어 운영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가이던스에도 애매한 표현들이 많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며 “평가기관들이 가이던스를 잘 지킬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에 "신생 시장이다보니 해외에서도 금융당국이 ESG평가를 하나의 업권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인도 같은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선은 금융위와 한국거래소가 옵저버 형태로 참여하는 간접통제 방식을 생각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는 법제화를 통해 금융당국이 직접 컨트롤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이던스가 아직 시행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방향성을 말하기에는 조심스럽다"며 "다만, 가이던스는 자율규제기 때문에 향후 기업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