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포스티'는 어떻게 4050여성 사로잡았나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이 2021년 7월, 4050세대를 겨냥해 만든 플랫폼이 있다. 이름은 '포스티'. 4050 대표 패션 플랫폼이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는 포스티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250만건을 돌파했다. 경쟁사보다는 한 발 늦은 출발이었지만, 이렇다할 광고나 마케팅 없이도 지난해 하반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7배 가까이 증가했다. 포스티가 빠르게 4050세대 여성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브랜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서일까. 아니면 무료배송, 직관적인 상품 배치가 주효한 이유였을까. 포스티를 이끄는 이화정 카카오스타일 상무를 최근 카카오스타일 본사서 만나 포스티의 전략과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쇼핑 경험 많은 4050세대를 만족시켜라 지난해 2월 카카오스타일에 합류한 이화정 상무는 20년동안 이커머스의 태동과 격동의 시기를 모두 겪은 몇 안 되는 전문가다. GS홈쇼핑 모바일사업부에서는 8년, LF에서는 5년 넘게 몸을 담았다. 직전 회사인 LF에서는 하프클럽, 보리보리 등을 담당하고 있는 트라이씨클 본부장(상무)을 맡기도 했다. 4050세대 타깃팅에 최적화된 이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상무는 40대 이상 여성이 2030세대보다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쇼핑 경험치는 만만치 않다고 봤다. 눈높이가 높아 잘 만들어진 브랜드 상품을 좋아하지만,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4050세대라 판단했다.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품질이 검증되고, 유행에 뒤쳐지지 않은 브랜드 패션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단순히 입점시키는 게 아니라, 상품기획자(MD)와 소통해 브랜드들이 포스티 안에서 계속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포스티 앱에 들어왔을 때 소비자는 브랜드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텐데, 이를 만족시켜줘야 락인(Lock-in)이 된다. 그러나 너무 저렴한 제품만 취급하면 플랫폼 이미지가 '싼 것만 판다'로 각인돼 버리기 때문에 브랜드 상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공하고, 새로운 패션 상품을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 포스티가 유망한 디자이너와 신상품을 단독을 선보이는 것도 그 이유다.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 '블루템버린' 컬렉션을 단독으로 판매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포스티에는 품질 좋은 저렴한 상품도 많지만, 이렇게 우수한 디자인 역량을 해외에서 인정받은 디자이너의 상품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포스티는 앱 운영에 있어서도 타깃층 공략을 제대로 하고 있다. 시니어 느낌이 들지 않게 톤앤매너를 정하고, 구매까지 이뤄지는 과정을 단순하게 했다. 소비자 목소리뿐만 아니라 브랜드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 "4050세대에게도 추천이 핵심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브랜드가 당연히 앱에 있어야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을 잘 해줘야 한다. 개인화된 추천은 지그재그가 잘 하는 점인데, 그 DNA를 포스티에도 계속 심고 있다. 소비자들이 즐겨찾기 하는 횟수, 본 상품 등 다양한 데이터를 최적화해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화정 상무는 포스티의 강점을 PC기반으로 시작하지 않은 앱이라고 말했다. 태생이 모바일이기 때문에 시스템이 가볍고, IT 회사의 장점을 살려 서비스를 단순하고 간편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하게 포스티를 구조화시켜뒀다. 모든 부분에 있어서 4050세대를 타깃팅하고 있기 때문에 눈이 피로하지 않게 했다.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부분이다. 무료배송을 제공해주면서, 배송이 언제 오는지 팝업으로 정보를 알려주게 했다. 주문내역이나 배송현황을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먼저 알림을 주면서 직관적으로 보여주니 소비자 만족도가 크다. 구매전환율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포스티, 공격적으로 키울 것" 이화정 상무는 지난해 기반을 다져온 포스티를 올해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제대로 한 번 키워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중위권 브랜드들을 육성해주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포스티에만 있는 차별화된 브랜드와 상품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대중화된 브랜드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것과, 포스티에만 있는 차별화된 상품이 있다는 것을 동시에 인지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브랜드들과 유튜브 협업을 했을 때, 완판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이제는 포스티가 기획단계부터 함께 할 수 있다. 인기 유튜버들과 협업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또 소재나 아이템이 좋은 상품을 확대해 포스티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도 계획중이다. 라이브 방송도 확대할 방침이다. 4050세대는 홈쇼핑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라이브 방송을 하면 효과가 더 잘 나온다. 지난해엔 월 10회정도 운영했는데, 이번달에는 16회로 늘렸다. 브랜드들도 라이브 운영 후 매출 효과가 좋다고 했다." 포스티는 남성 카테고리를 추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골프도 지난해 5월부터 브랜드들을 받기 시작했다. 4050세대 골프 인구는 2030세대와 달리 줄지 않는다. 이를 적극 활용해 올해 주력 아이템으로 만들 예정이다. 20년을 이커머스 업계에 있었던 이화정 상무는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 상무는 브랜드와 상생한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시장이 흐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버티컬 패션 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전문 MD가 필수로 있어, 패션 시장을 누구보다 잘 캐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스티가 이화정 상무랑 잘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년동안 함께 동거동락을 해온 든든한 브랜드가 있고, 전문 MD들이 있기 때문이다. "MD가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과 계속 소통하며, 브랜드들이 어떤 계획이 있는지 물량은 얼마나 있는지 등 여러가지를 공유하고 공부해야 한다. 브랜드를 어떻게 잘 크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상생한다는 생각을 갖고 키워나가는 역할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