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도전'...정부, 통신비 인하 제4이통에서 답 찾는다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 절감을 위해 신규 이동통신사업자 유치 정책을 6월말까지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정부는 알뜰폰(MVNO)으로 통신비 인하 정책을 꾀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통신 3사로 제한된 경쟁상황을 개선하고, 사업자 간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제4이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이통 3사가 이용자 선택권 다양화, 요금인하 등을 위해 중간 요금제를 출시했으나 이 같은 정부의 바람에는 부족하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주파수 할당 대가와 망 구축 의무 등 부담을 완화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혁신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제4 이통사를 발굴하려는 것"이라며 "정책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발굴해 제시하고, 사업 성공 가능성을 보일 혁신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줄곧 통신비 부담 완화 필요성을 강조해온 이유는 통신이 전기, 수도, 가스처럼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이동통신 시장에는 알뜰폰 사업자 수가 70개가 넘지만, 전체 시장 매출액의 97.3%는 이동통신 3사가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통신비는 가계 소비 지출에서 5% 비중을 차지했다. 교육(6.5%), 의류·신발(6%)보다 조금 낮고, 가정용품·가사서비스(4.2%) 보다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1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통신 지출은 13만5천원으로 전년 보다 5% 증가했다. 만약 4인 가구에서 한 사람당 3~5만원씩 통신비를 내면 월마다 통신비로 약 20만원을 써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없는데, 이를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신규이통사 설립 컨소시엄 구성 중 하지만 신규 사업자가 나오기 위해서는 재정·경영 능력이 충분한 기업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는 2010년부터 신규사업자 유치를 시작했으나, 초기 투자 비용이 2조원 정도 소요되는 진입장벽 때문에 사업자 선정이 7차례나 무산됐다. 현재 지열발전·LNG 등 플랜트 기자재 제조 기업 '케일럼'을 주요 주주로 신규 이통사 설립을 위한 '미래모바일'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정부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 신규사업자 주주가 8천억원에서 1조원 사이 자금을 조달할 역량이 있는 기업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파격적인 세제 지원, 5G 접속 기술 발전에 따른 시설 투자 비용 감소 등을 고려한 금액이다. 윤호상 미래모바일 대표는 "각 기업들과 맺은 비밀유지계약으로 인해 기업명을 공개할 수 없지만 중견기업인 태화기업과 UAM 기업인 케일럼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며 "금융, 디지털 플랫폼, 해외기술기업, 중소제조사 등으로 재무적 주주구성은 50% 정도 완료됐고 기술제휴나 장비공급에 대한 협약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8GHz 외에 전국망 구축 위해 2.3GHz 대역 주파수 필요" 신규 사업자 준비를 하는 곳에서는 포화된 통신시장에 안정적 안착을 위해 정부가 진입규제, 주파수 할당 및 이용, 망 관련 규제, 도매제공, 이용제도, 단말기 유통규제 및 지원 등 6가지 관점에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28GHz 800MHz 대역폭과 함께 전국망 구축을 위한 앵커주파수로 2.3GHz 대역 90MHz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8GHz 대역은 B2B 시장을 타깃으로 자율주행차나 농어촌 특화망, 재난망 형태로 운영하고 2.3GHz 대역은 저렴한 전국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미래모바일은 2.3GH 대역에서 5G 무선망 접속 기술로 오픈랜 기술을 도입하고 클라우드 네이티브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2배 이상의 주파수 효율로 네트워크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설비투자 비용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호상 대표는 "초기 시장진입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의 통신비 절감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기존 통신사 대비 50% 수준해서 요금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네트워크 구축 비용 절감과 함께 오프라인 대리점이 없는 비대면 가입체계를 구축하면 유통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알뜰폰 전용망 공급을 통해 저렴하고 고도화된 풀MVNO나 MVNE 서비스도 가능하다"며 "국내 CP와 협력해 저렴한 망 이용대가를 제공하고 콘텐츠 수급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신규이통사 안착 위해 비대칭 규제 필요" 준비 사업자들은 주파수 할당 대가 부담 완화, 망 구축 이행조건 비대칭 규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바라고 있다. 정부가 이동통신 3사 중 후발주자였던 LG유플러스에 비대칭 규제를 적용해 성장을 뒷받침한 것처럼 이번에도 신규 사업자가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0년대 초 SK텔레콤이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해 지배적 지위를 가진 상황에서 LG유플러스 전신인 LG텔레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요금제·접속료 등을 차등 규제했다. 당시 SK텔레콤은 요금제 인가제로 자의적으로 요금을 내리고 올릴 수 없었지만, LG텔레콤은 신고제를 적용받아 요금제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접속료 차등 규제는 2016년까지 이어졌다. 통신사는 각자 가입자 간 전화 연결을 위해 서로의 망에 상호접속하며 대가를 지급한다. 정부는 LG유플러스에 비교적 저렴한 접속료를 산정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 시장 경쟁 촉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방법으로 알뜰폰, 제4 이통사가 지속해 거론되는데, 알뜰폰 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해왔다"며 "꾸준한 정책으로 제4 이통을 유치해 지금의 과점 시장 체계를 손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6월 말 대통령 보고 절차를 거쳐 신규사업자 유치 현황과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저렴한 주파수 사용료, 차세대 5G 무선망 접속 기술을 활용한 시설 투자 비용 절감, 요금제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